넛지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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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를 처음 들었을 때, 사람들의 선택을 미묘하게 움직이게 만드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보통 경제학이라 하면 복잡한 수식이나 딱딱한 논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이 쓴 이 책을 접하면, 평소에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결정 상황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된다. 삶에서 마트에서 물건을 고를 때, 혹은 병원에서 장기기증 여부를 체크하는 서류와 마주쳤을 때,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상품이 진열된 방식에 따라 구매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그런데 이 책은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교묘하게 이해하고, 그 과정을 설계하는 기술을 설명한다.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무거운 정책이나 지침이라기보다는, 부드럽게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방식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처음 책을 읽는 동안엔 제시된 예시들에 자꾸 눈길이 갔다. 암스테르담의 공항에 있는 소변기에 파리 그림이 붙어 있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소변을 볼 때 표적이 되는 그림 하나만으로도 주변이 훨씬 청결해졌다는 사실이 여전히 신기하다. 그 아이디어가 거창하지 않다는 점이 이 책이 전달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사람들은 그 작은 표적 하나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행동이 달라졌다. 그런 과정을 세심하게 설계하는 게 넛지의 핵심으로 느껴졌다.

처음에는 이런 사례들을 보며 흥미 위주로 읽었다. 그 뒤로는 마치 심리학 실험을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책장을 넘겼다. 행동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우리 일상과 맞닿아 있다는 걸 절감하게 된다. 가령 식당에서 메뉴가 어떤 순서로 제시되느냐에 따라 선택 확률이 바뀌고, 간식거리를 어디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택이 달라진다. 이는 거창해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강력하다. 이 책이 강조하는 메시지는, 사람들의 무의식적 선택에 영향을 주는 장치들이 곳곳에 깔려 있고, 조금만 조정해도 결과가 많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디폴트 옵션’에 대한 설명이었다. 예를 들면, 장기기증 같은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도 어떤 상태가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느냐에 따라 참여율이 다르게 나타난다. 사람들은 여러모로 복잡하게 고민하기보다는 주어진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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