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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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대하소설 제1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극은, 처음 접했을 때부터 무언가 묵직한 분위기를 전해주는 듯했다. 1890년대 경상남도 하동군의 광활한 배경, 그리고 최 참판가를 중심으로 얽혀가는 수많은 인물의 관계가 한눈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복잡해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조금씩 따라가다 보면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온 가족사와 마을 사람들의 운명이 겹겹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서서히 드러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바라볼 때 분명 혼돈스럽게 얽힌 인연들이 존재한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감당해야 했던 과거가 쉽지 않다.

이 작품 속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존재는 아무래도 최 치수라는 인물이다. 그는 가문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남에게 존경받아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그의 집안은 다섯 대째 번성해온 만석지기 대지주였다고 하니, 마을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았으리라 느낀다. 더욱이 한량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사내가 여러 복잡한 사건에 휘말릴 때, 주변에서 일어나는 질시와 시기, 그리고 사랑이 동시에 엉키면서 독자 입장에서 잠시 혼란스럽게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는 어느 순간 예측 불가한 행동을 하거나, 돌발적인 마음의 소리를 내뱉는다. 그렇게 벌어지는 사건들이 주위를 바꾼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에서 중요한 사건은 최 치수의 어머니인 윤씨 부인에게서 비롯된다. 과거에 겪었던 큰 상처가 그녀와 가족 전체의 행보를 뒤흔들었다. 치수는 자신에게 형제가 있다는 사실을 직접 모른 채 지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집안에서 머슴으로 지내던 김환이 실제로는 치수의 배다른 동생이라는 점이 점차 드러난다. 그리고 김환은 치수의 아내와 정을 통하게 된다. 이 충격적인 사실은 단순한 사랑의 문제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거대해 보인다. 게다가 어느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감정이 휘몰아친다. 그러다 보니 인물들이 서로에게 쏟아내는 감정의 골도 깊어진다. 사랑이든 증오든 간에, 거대한 불길처럼 번져나가는 기세가 무섭게 느껴졌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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