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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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한강이 쓴 이야기 중에서 1980년 5월 광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마음이 오래 머무르게 된다. 옛 신문 기사나 주변의 이야기로 접했을 때는 그 시기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웠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군인들이 시위대를 향해 무참하게 총을 겨누고 거리 한복판이 아수라장이 된 모습이었다. 너무 먼 과거의 사건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나, 어떤 때에는 바로 옆에서 지금 막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사람들의 울부짖음과 두려움이 얇은 커튼 뒤에서부터 번져오는 느낌이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 공기가 더욱 선명해졌다고 느꼈다. 매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았으며, 활자 속에서 또렷하게 살아 움직이는 목소리가 귓가에 와 닿았다. 절절하고도 냉혹한 현장이었다고 생각된다. 그 현장에 뛰어든 청소년을 만나게 되면 마음이 저릿해진다. 아직 세상을 배워가야 할 나이에 폭력적인 혼돈 속으로 던져진 셈이기 때문이다. 한강이 그런 소년을 중심에 놓아 보여주는 광주는 긴 세월을 견뎌온 아픔으로 내리누르고 있었다고 느껴진다.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인물이 동호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막연한 소년의 이미지 정도로만 상상했는데, 막상 펼쳐 보니 생각보다 훨씬 다층적인 흔적이 서서히 드러났다. 친구의 죽음을 확인하러 갔다가 더 큰 공포와 끔찍함을 목격하게 되는 과정이 너무 무겁게 다가왔다. 언젠가부터 동호가 자신의 얼굴에 남아 있는 상처를 바라보며 회상에 잠기는 대목이 아프게 느껴진다. 또한 함께 겪었던 이들과의 유대가 짧은 순간에 너무나도 또렷하게 빛나다가 곧 사그라드는 모습을 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거대한 벽이 도시 전체를 감싸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이 외면하기도 하고, 때로는 입을 닫는 모습에서 무언가 삐걱대는 기운이 감지되었다. 읽으면서 오래전 누군가가 숨죽이며 버텼을 장면을 떠올리게 되었다. 어둡고 차가운 골목에서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두려움을 견디는 사람들, 혹은 어디론가 끌려가면서도 싸늘하게 식어가는 시신을 끝까지 지켜보는 사람들. 그들의 불안이 그대로 페이지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느낌이었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