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 공지영의 사랑하는 당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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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여인은 그 남자를 많이 사랑했다. 하지만 그 남자가 꼭 아닌 동일한 상황에서 다른 남자로 대체되었다고 한들 똑같이 사랑했을 것 같다. 겨울 바다에 가면 실연한 여자가 많이 있는데 따뜻한 말을 걸면 쉽게 교제할 수 있다는 항간의 연애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주인공 여인은 서울로 탈출하고자 했고, 이를 가능하게 한 사람이 바로 그 남자이다. 물론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지만 소설에서는 남자의 어떤 매력 때문에 사랑한다는 언급은 없다. 다만 그 남자는 환경에 불만족해서 떠나고자 하는 여자의 욕구를 채워주었고 그녀에게 필요한 정서상의 따뜻함을 유일하게 채워줬을 뿐이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그를 사랑했다’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했다’이다. 이처럼 그녀에게 따뜻함을 가져다 준 그를 그녀는 진심을 다해 사랑했다. 그가 기혼자이고, 다른 여자와의 교제를 남자의 특성을 가져다 합리화 했을지라도 말이다.

그러던 그녀가 남자의 본모습을 알고 자살을 결심한다. 그만이 삶의 의미였고 희망이었던 그녀의 모든 것이 좌절되었다는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죽음으로써 그녀가 희망이 있는 저승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다리에서 강물을 향해 몸을 던지는 사람들에 관해 ‘그런데 희망은 그들이 이미 살았던 육지에만 있어야 하는 건가요? 깊고 푸른 강물은 정녕 절망이기만 할까요?’라고 말하며 사후의 삶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본 점에서 그녀가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