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눈동자에 건배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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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짧은 작품들을 엮어 놓은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상은 호기심이다. 표지에서부터 미묘한 긴장감과 시선의 흐름이 느껴진다. 아홉 편의 이야기가 한데 모여 있지만, 하나하나에 고유한 분위기가 담겨 있다. 작가 특유의 재치가 묻어나는 문장들을 접할 때마다 한편으론 웃음을 머금게 되고, 한편으론 의문이 생긴다. 대체 무슨 얘기가 숨어 있을까 하면서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그 과정에서 느슨해지거나 따분해지기보다는 오히려 몰입도가 점점 올라간다. 작품들이 짧아서 부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읽다 보면 은근히 긴장감이 머릿속에 쌓이는 느낌이다. 어떤 경우엔 인물들의 가벼운 대화 속에서 날카로움이 스쳐 간다. 때로는 마음 한구석이 찡하게 울리는 순간이 생긴다. 작가가 주로 보여줬던 추리나 미스터리 스타일이 강력하게 남아 있지만,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익숙한 문체 안에 다른 면모가 숨어 있어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어깨를 들썩이게 하기도 한다.

첫 번째 이야기를 읽었을 때, 무심코 던진 농담 같은 문장에 가벼운 미소가 피어났다. 심각한 전개인 듯싶다가도 어느새 분위기가 바뀌어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분위기 전환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너무 무겁게만 밀고 나가지 않고, 중간중간 가벼운 감정 환기 장치를 배치한다. 그런 여유로움 덕분에 독자의 시선이 계속해서 글 속 인물들을 좇게 된다. 거기서 살짝 어색한 부분이 나타나기도 한다. 가령 어떤 상황이 뜻밖의 방향으로 전개되는데, 그 끈을 놓지 않고 계속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독자 입장에선 이게 조금 튀지 않나 싶은 대목이 있는데, 작가는 그조차도 능청스럽게 풀어낸다. 혹시 작가가 즐겁게 미소 지으며 문장을 쓴 것 아닌가 생각할 때가 많았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