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효석의 산협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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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협'을 읽고 나서 '토지'가 떠올랐다. '토지'에서 금기와 위반, 인간의 원초적 감정들이 서로 얽혀들어 하나의 난장을 이루는 초반부는 이 이야기와 닮은 꼴로 느껴졌다. '산협'이 장편이었다면(효석이 장편을 잘 쓰건 못 쓰건 간에) 보다 의미있지 않았을까 싶다. 단편 치고 많은 인물들을 다루고 있고 그 속에 풍부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까닭이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서도, 이 작품은 상상하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그것은 삶의 공간에 자리잡은 상징적 요소들을 나름대로 풀이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작품 초입은 공재도가 마을사람들을 대표하여 소금을 받아오는 날이다. 두메에서 난 콩을 소금과 바꾸어 오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공재도는 조금의 소금섬과 함께 여인을 싣고 나타난다. 후사가 없던 재도가 황소와 맞바꾸어 원주댁을 소실로 들인 것이다. 재도가 원주 문막까지 간 것은 결핍에 의한 것이었다. 결핍은 어떤 행동을 추동하는 힘의 근거가 된다. 재도가 마을의 소금받이로 길을 떠나고 돌아오는 과정은 족장이 공동체를 위해 의식을 치루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콩섬이 속죄양처럼 결핍의 대상인 소금으로 바뀌어 온다. 이러한 교환은 흡사 연금술과 같이 단순한 교환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더하여 보다 의미를 지닌 교환물로 뒤바뀌어 온다. 결핍의 해소가 그것으로 인해 가능해진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