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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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자딘은 자신의 책 '상품의 역사'에서 서쪽의 기독교 세계에서 동쪽의 오스만 제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을 아우르며 르네상스의 물질문명을 재조망 하고 있다. 그들의 부에 대한 과시 욕망이 어떻게 하여 진귀하고 이국적인 상품(그림, 태피스트리, 인쇄본, 보석, 능라와 다마스크 비단, 청동상과 궁전)을 서로 다투어 입수하려는 격렬한 전쟁으로 변했는가를 철저한 고증으로 그려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인류의 역사는 항상 소유한 자와 소유하지 못한 자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이어져 왔다.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는 자와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들의 줄다리기는 르네상스 시대라고 다를 바 없었다. 도리어 르네상스야말로 은밀하게 이루어졌던 줄다리기를 보다 조직적이고 대형화된 형태로 확대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전 시대의 금욕적인 기독교 전통은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물질적 욕구를 죄악시했기에 이를 드러내는 것은 금지되었다. 그러나 14세기에 이르러 활발해지기 시작한 물류의 이동은 더 이상 사람들을 교회의 테두리 안에만 묶어둘 수 없도록 만들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본주의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르네상스의 이면에는 인간도 신도 아닌 자본의 욕망이 중세의 억압을 피해 도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욕망이 공개적으로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근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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