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문 ) 엑스마키나 영화 비평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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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나 AI를 소재로 한 대작 영화들과 비교해 볼 때 2015년 개봉작인 <엑스 마키나>는 그 규모가 소박한 편이다. 미래의 로봇 군단들과 싸움을 하거나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AI와의 감동적 휴먼스토리와도 거리가 멀다. 오히려 <공각기동대>의 외로운 여전사와 HBO 드라마 <웨스트월드>에 등장하는 사이보그들처럼 존재와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들이 닮아 있는 영화이다.
주인공 칼렙(도널 글리슨)은 인공지능분야의 천재 개발자인 네이든(오스카 아이삭)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연구원이 된다. 헬기를 타고 숲 속에 마련된 현대식 저택 내부의 비밀 연구소에 도착한다. 깔끔하게 정돈 된 저택은 모든 것이 견고하게 프로그램 되어 있음을 은연 중 드러낸다. 칼렙은 이러한 멋진 연구실에서 천재의 연구에 참여하게 된 기쁨을 감추지 않는다.
자연 채광이 가득 차 있는 세련되게 정돈된 생활공간과는 반대로 붉은 조명이 낮게 깔린 꽉 막힌 연구실에서 칼렙은 네이든이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알리시아 비탄데르)를 만난다. 이 갑갑한 공간은 로봇 에이바에 대한 개발자 네이든의 인식이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네이든에게는 고성능 컴퓨터가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장소일 뿐이다. 그러나 이 폐쇄된 공간에서 그 고성능 프로그램은 다른 것을 꿈꾼다.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으로 꼽을 수 있는 장면이 바로 칼렙과 에이바의 첫 만남 장면이다. 방처럼 꾸며진 실험실 앞의 투명 유리를 사이에 두고 얼굴은 인간의 얼굴이지만 나머지는 기계 부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투명 몸체를 가진 에이바와 칼렙이 마주 앉는다.
칼렙은 뛰어난 프로그래머로서 눈앞에 등장한 놀라운 기계에 대한 호기심을 감추지 못한다. 천재의 작품을 바라보는 추종자의 눈빛으로 에이바를 관찰한다. 무표정한 듯 하지만 에이바 역시 자신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칼렙을 섬세하게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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