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춘수의 실존주의적 특성
우리나라의 현대시사에서는 김춘수의 시를 크게 ‘의미’와 ‘무의미’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조명해왔다. 주로 40, 50년대 발표된 시들은 ‘의미’를 강조하며 실존주의적 경향과 관련시켜 바라보는 관점이라면, 후자는 주로 60년대 이후에 발표된 시들을 ‘무의미’를 중심으로 실험의식의 차원에서 바라보았다. 즉, 여기서 집중할 논의는 당연히 김춘수의 초기 시를 중심으로 나타난 ‘의미’의 관점을 실존주의적 특성과 연관시켜 설명할 것이다.
일단 문학적인 실존주의가 아니라, 전반적인 실존주의의 정의를 살펴보자. 실존주의란, 19세기 합리주의적 관념론이나 실증주의에 반대하여, 개인으로서의 인간의 주체적 존재성을 강조하는 철학 및 문예상의 사조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대두한 것이 ‘실존주의’이다. 전쟁 후에 사회 속에서 부각된 인간 존엄성, 소외 문제에 대한 반성의 일환으로, ‘인간의 주체성 회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 전쟁 이후, ‘실존의식’을 1950년대의 보편적 이념으로 수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서구에서와 달리, 한국에서의 실존주의는 철학적 고찰은 생략한 채, 하나의 유행 사조처럼 확산되었다. 김춘수의 초기 시에 나타나는 ‘실존주의적 경향성’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1.1 김춘수의 작품 속에 나타난 실존주의적 특성
실존주의적 특성을 보이는 김춘수의 작품을 몇가지만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그의 두 번째 시집 ‘늪(1950)’에 실려 있는 <밤의 시>의 한 구절을 보자.
“...나뿐이다 어디를 봐도/ 광대무변한 이 천지간에 숨 쉬는 것은 / 나 혼자뿐이다...”
이 시는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함에 대해 노래한다.
이 후, 4번째 시집 ‘인인(1953)’에서는 김춘수의 실존주의적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시집 속의 <최후의 탄생>은 인간 삶의 근원적 고독과 이에 따른 정신적 고뇌를 잘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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