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도전!골든벨 문제있다, 오역된 소설제목을 정답으로 제시

소개

KBS의‘도전! 골든벨’, 오역된 외국 소설 제목을 정답으로 제시
해당 소설은‘앵무새 죽이기’로 오역된 하퍼 리의 퓰리처상 수상작
‘흉내지빠귀 죽이기’가 正譯:‘앵무새’로 번역할 경우 작품정체성 완전 훼손
작가는 흉내지빠귀의 특성 들어 작품 전개...소재 주제 내용 모두 앵무새와 무관
작가가 작품에서 상정한 무죄의 상징물은 앵무새 아닌 흉내지빠귀
생물분류학적으로도 흉내지빠귀는 앵무목 아닌 참새목 조류
소설의 배경인 미 남부에 흉내지빠귀는 흔하나 앵무새는 서식하지 않아
전세계가‘흉내지빠귀’로 알고 있는데 한국만이‘앵무새’로 인식하는 건 사실왜곡

목차

없음

본문내용

제헌절 68주년 기념일이자 일요일인 2016년 7월 17일 저녁 TV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KBS-1 TV 청소년 교양프로그램 ‘도전! 골든벨’이란 것을 봤다. 경기도 소재 한 고등학교 2학년생이 마지막 관문으로 가장 어렵다는 50번째 문제를 거뜬히 맞혀 영예의 골든벨을 울렸다.
50번째 문항은 세계 대공황 직후인 1930년대 미국 남부지역의 조그만한 마을에서의 인종차별과 흑백갈등을 그린 미국 작가 하퍼 리(Harper Lee)의 1961년도 퓰리쳐상 수상 소설의 제목을 묻는 문제였다. 작품의 원제는 ‘To Kill A Mockingbird’. 성서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 영국인들이 꼽은 역사상 최고의 소설 1위 등 다양한 기록을 갖고 있다. 1960년 출간된 이후 40개 국어로 번역돼 세계에서 4천만 부 이상 팔렸다. 한국에서도 2003년 정식 으로 번역, 발매된 이후 3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다. 이 소설이 처음 출간된 지 55년만인 2015년 7월에는 속편이 ‘파수꾼’(Go Set a Watchman)이란 제목으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70여개국에서 동시 발매돼 화제를 모았다.
KBS측은 이 소설 제목 정답으로 ‘앵무새 죽이기’를 제시했고 이 학생은 KBS측이 제시한 정답을 써 대한민국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한다는 ‘장원’(壯元)에 등극했다. 하지만 이 ‘앵무새 죽이기’는 오역된 제목이다. 오역도 통상적인 오역이 아니라 작품의 정체성을 깡그리 훼손한 심각한 오역이다. 원제에 나오는 영어의 ‘mockingbird’는 ‘앵무새’가 아니라 ‘흉내지빠귀’다. 따라서 ‘흉내지빠귀 죽이기’가 정역(正譯)으로 정답이다. 기왕에 제대로 된 번역을 한다면 ‘흉내지빠귀 죽이기’보다는 ‘흉내지빠귀를 죽이다니’로 하는 것이 작품 내용에 더 잘 들어맞는 표현이다. 이 학생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본다. 문제는 그동안의 번역계 일각의 오역 지적에도 불구하고 출판사가 계속 오역된 제목의 책을 찍어내 온데다 학교에서도 오역된 제목을 그대로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 서옥식, 오역의 제국-그 거짓과 왜곡의 세계, 도서출판 도리, 2013.
· Lee, Harper. To Kill a Mockingbird. HarperCollins: 1960 (Perennial Classics edition, 2002).
· Johnson, Claudia. To Kill a Mockingbird: Threatening Boundaries. Twayne Publishers, 1994.
· Johnson, Claudia. Understanding To Kill a Mockingbird: A Student Casebook to Issues, Sources, and Historic Documents. Greenwood Press, 1994.
· Murphy, Mary M.(ed.) Scout, Atticus, and Boo: A Celebration of Fifty Years of To Kill a Mockingbird, HarperCollins Publishers,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