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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지식과 문화가 전해져 내려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했던 발명이 있다. 문자, 문자는 지식을 보전하고 전파하며 발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문자가 발명되면서 이를 기록하기 위해 태어난 많은 수단 중에 가장 중요했던 발명, 종이는 그 첫 모습을 중국에서 드러냈다.
중국의 채륜이 만든 종이는 현대 종이의 최초 형태로 인정받는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다른 인류의 중대한 발명들과 다르게 채륜이 우연한 발견이나 사고로 종이를 만든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문자 기록을 위한 재료를 만들기 위해서 황궁의 지원 아래 17년간의 연구 끝에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채륜 이전의 종이로 추정되는 물건은 천을 만드는 아낙들이 개울가에서 분해된 섬유가 말라붙어서 만들어진 것으로 종이의 기본 제작과정으로 보는 삶기와 섬유분쇄 등의 작업이 없는 그저 우연한 발견의 산물일 뿐이다.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기존의 종이와 다르게 채륜은 분명한 목적으로 종이를 개발했으며 그것은 중국 기록문명을 급속도로 발전시켰다.
종이를 이용한 기록은 기존에 사용되던 방식의 단점을 모두 보완하는 완벽한 재료였다. 가볍고, 쓰기 편하며 보관이 쉽다. 종이는 행정 기록과 문서 전달에 혁명을 가져왔다. 기본에 사용되던 죽간이 무거워 보관과 이동에 상당히 불리했는데 종이는 도시간의 행정문서 전달도 쉽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역사기록의 방법을 바꿔놓아 현대에 이르러 행해진 역사 연구에 큰 영향을 주었다. 종이는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해서 한국과 일본에 이르는 동아시아에 퍼지고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동, 마침내 유럽에 도착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는다. 마침내 지구 전체의 역사를 뒤흔든 종이는 대량생산의 기술로 이어지고 값싸고 빠르게 만들어내는 현대의 종이의 모습이 되어 중국에 다시 돌아와 또 한 번의 변혁을 만들어낸다.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다시 찾아온 종이, 세계 일주를 마친 종이는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기록의 재료로 태어나 인류 문명의 효소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종이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중국에서 퍼져나가며 다양한 문화를 거쳐 발전을 거듭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인류를 성장시키며 역사의 많은 부분에 크나큰 기폭제의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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