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글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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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으로 한글을 좋아했었다. 한창 우리글을 배울 적에는, 한글을 읽고 쓰는 재미에 푹 빠져서 한글과 함께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하루를 보내던 날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집 밖으로 나들이를 가는 날이면 길거리에 걸린 한글 간판을 읽느라 발걸음조차 제대로 떼지 못했다고 하니, 나의 한글 사랑은 알 만 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글은 더 이상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사실 나는 올해가 우리 한글의 559번째 생일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알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는 말이 더 옳을 것 같다. 나는 성장하면서 이런 저런 핑계로 한글을 잊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가 한글을 잊어가고 있는 사이, 아니 나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대부분이 한글을 잊어가고 있는 사이, 한글은 조금씩 조금씩 망가져가고 있었다. 어렸을 적 주변을 둘러보면 어디든 눈에 띄던 한글 간판은, 영어 간판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그 자리를 조금씩 빼앗기고 있다. 또한 우리 생활 깊숙이 뿌리 잡은 한자는 신문, 명함에서부터 전문 서적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그 힘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한글에 상처를 입히는 것들은 외래어뿐만이 아니다. 1990년을 마지막으로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한글의 의미를 되새길만한 문화 행사나 체험 활동이 많이 사라지게 된 것이 사실이다. 한글날 관련 문화 행사나 체험 활동의 감소는 한글날을 즈음하여 꾸준히 시행되던 ‘한글의 우수성 전파’마저 희미하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의 후손은 한글 간판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맛볼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우리 후손의 시대에는 영어와 한자 등의 외래어에 의해 한글이 뿌리부터 흔들릴지도 모를 일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한글이 왜 자랑스러운 언어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할 것이다. 세종대왕과 집현전의 학자들이 밤낮을 연구하여 만들어 낸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글자, 선조들이 일제의 총칼 앞에서도 피 흘리며 지켜온 민족의 얼이 담긴 글자, 한글. 이제는 우리가 그 혼을 이어 받아 더욱 아끼고 사랑하며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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