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고(1,867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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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수학책을 읽고 싶었다. 부담 없는 수학책이랄까. 인터넷을 찾고 찾은 끝에 발견한 이 책은 너무나 내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이름하여 수학관련 소설책. 왠지 다른 책들과는 묘하게 다른 느낌이 들었다. 책장을 스윽 넘겨보니 수학식은 가끔가다 등장하는 듯했다. 지은이의 이름을 보니 일본인이었다. 지은이가 일본인이면 어때. 소설이나 이야기 형식의 책을 좋아하는 나는 자연스럽게 이 책을 뽑아들었다.
책의 ‘나’는 납작한 머리를 가진 아들을 둔 베테랑 파출부이다. 이 파출부에게 소개된 고객은 이미 파출부를 9번이나 교체한 박사였다. 얼마나 성격이 까다로우면 파출부를 9번이나 교체할까. 궁금증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박사의 집에 찾아간 ‘나’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녀의 고용주는 17년 전, 교통사고 때문에 뇌를 다쳐 기억이 80분밖에 가지 않는 박사라는 것이다. 기억이 80분밖에 가지 않는다니 놀랍고도 흥미로웠다. 이런 소재를 떠올린 작가가 대단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한편 사정을 듣고 박사를 만난 ‘나’에게 박사는 신발 사이즈며 전화번호 등 뜻밖의 질문을 한다. 그리고 ‘나’가 대답할 때마다, 그 숫자에 담겨있는 뜻들을 설명해준다. 아마도 박사는 숫자를 통해 타인과 교류하는 모양이었다. 숫자로 이루어지는 대화. 80분이 지날 때마다 ‘나’의 존재는 박사에게 있어서 새로운 존재였다. 고로 박사는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나’의 얼굴을 그려 이미 쪽지들이 무수히 달린 양복에 새로운 쪽지를 추가한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나는 왠지 모르게 콧등이 시큼했다. 80분이 지날 때마다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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