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서평> 성녀와 마녀 - 과연 성녀와 마녀를 구분 짓는 잣대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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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포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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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남성 중심적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는, 여성을 정상적 질서와 규범을 존중하는 현모양처와 질서와 규범에서 벗어나 늘 유혹의 눈길을 보내는 위험한 여성으로 이분화 시키는데, 그 속에서 박경리의 ‘성녀와 마녀’는 전후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충실한 문학적 형상화로 읽힌다. 여성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멜로 드라마적 공식에 따라 당대의 서구 지향적 가치와 가부장적 담론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으며, 전후파 여성으로 나오는 마녀적 여성에 대한 징벌과 원점 회귀라는 마무리는 남성 중심적이고 보수적인 가치를 따르는 전형적인 대중소설임을 보여 준다. 작품 속에 나타난 표면적인 두 여성상을 살펴보면, 당대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만족시키는 전형적인 모습만을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남편이 부재하는 가정을 지키는 착한 ‘하란’의 모습과 탕녀, 요부라는 자신의 운명에 저항하며 낭만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는 위악적 ‘형숙’의 모습이 이분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하란과 형숙은 외모나 성격에서 현저한 대립관계를 보이지만, 이것은 단순하게 하란과 형숙의 대립이나 갈등이 아닌 가부장적 사회에 길들여진 여성인 하란과 그것에 반항하는 여성인 형숙의 모습으로 대립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존엄성에 대한 추구, 운명론적인 특징, 낭만적 사랑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요하며,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치에 침윤되어 있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 전쟁미망인으로 위험한 여성이었던 작가 자신의 마녀성을 추방하고 경계해야했던 당대 이데올로기를, 운명적 결함과 저주에 대한 저항, 그리고 낭만적 사랑의 환상과 파기의 몇 겹의 의미를 덧씌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소설에서 작가는 그들의 변화와 행동을 통해 사회의 잘못된 여성상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으며, 특히 하란을 통해 지고지순한 여성상을 비판한다. 현모양처 하란에게 남는 건 고통과 기다림 뿐이란 걸 보여준다. 더 나아가 소설의 후반부에서는 하란을 자기 뜻대로 행동하는 여성으로 변화시켜 보여주며 현모양처 여성상에 종지부를 찍는다. 작가는 또한 형숙을 통해 남성들의 지배 욕구를 비난한다. 형숙은 그 누구에게도 지배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산다. 무서운 탕녀이자 지독한 요부였다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연민의 감정을 드러내며 ‘내 어머니는 단지 남자에게 구속받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싶었던 여자 아닐까요?’라고 말하는 부분이나 어머니를 ‘자신을 지배하려는 남자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을 친 여자’라 형숙이 평하는 부분은 이 소설에서 가장 작가의 의도가 선명히 드러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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