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내가 결혼했다`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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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써본 적이 있는 사람라면 공감하겠지만, 소설 내에서 ‘독자의 머리 속에서 돌아가는 영상’을 망가트리지 않는 대화의 서술이란 매우 어려운 문제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소설을 쓰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대화를 어떤 식으로 처리했는가는 소설을 읽는 나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 에서 작가는 그닥 친절하지 않다. 대화는 매우 투박하게 나열되어 있으며, 서술은 간단명료한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된다. 진부한 축구 이야기를 자꾸 등장시켜서 작가는 흐름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사람에 따라서 매우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투박한 서술은 절박한 남자의 심리상태를 매우 효율적으로 나타낸다. 남자의 생각의 이동, 고뇌 등을 매우 적절하게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소설의 내용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이 소설은 풀어가는 스토리와, 작가의 서술능력 자체에 의존한다기보다는, 소재의 파급력에 더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혼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당황하는 남자의 심리상태를 묘사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충격적인 소재를 합리화시키기 위해서 사용한 설정은 너무도 비현실적이다. 여주인공은 말도 안 될 만큼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으며, 폴리아모리를 주장하는 철학도이다. 주말에 올라와서 모든 일을 불평 없이 처리하는 슈퍼우먼이며, 두 남자에게 공평하게 대할 만큼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또 다른 남편인 재경은 매우 순종적이며, 질투나 걱정 없이 폴리아모리를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덕훈이 성을 내더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다 받아들이고 순응한다.
여기서 우리가 흔히 아는 ‘인간미’ 있는 사람은 덕훈 뿐이다. 작가는 이 모든 이야기가 독자들의 인식 속에서 그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인식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등장인물 중, 주인공인 덕훈을 매우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로 그려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덕훈은 화를 잘 내고, 축구를 좋아하며, 질투가 심하고, 남자다운 사람으로 그려졌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