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향의 행랑자식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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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향의 행랑자식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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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춥고 바람이 많이 불던 어떤 겨울밤이었다.
박 교장의 집 행랑에서 나이는 열 두 살이고 보통학교 4학년에 다니는 행랑아범의 아들 진태의 책 읽는 소리가 나더니 차츰 가늘어짐에 그의 어미가 졸임이 섞였지만 “어서 읽어!” 꽤 지르는 소리에 다시 글 읽는 소리가 굵어지는 듯싶더니 2분이 못 되어 사라지고, 11시 쾌종 소리 후 사면은 고요해졌다.
이튿날, 어젯밤부터 함박 내린 눈 위로 아직까지 보슬보슬 싸래기눈이 내린다.
진태는 모지랑비를 들고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쓸기 시작했지만 얼마가지 않아 팔이 떨어지는 것 같고, 허리가 부러지는 듯해 그만 하고 싶어도 아침에 마당을 쓸어야 하는 것은 진태의 소임이다.
어머니는 밥을 지으러 안으로 들어가고 아버지는 병문으로 인력거를 끌러 가셨다. 눈을 쓸어 세 삼태기째를 개천에 부으려던 진태는 손이 풀리며 눈 삼태기를 놓쳐버렸다. “이걸 좀 봐라” 불행히도 눈 삼태기가 굴러서 아침 일찍 어디를 다녀오시던 교장선생님의 발등에 떨어졌는지 역정 나신 얼굴로 자기를 쳐다보고 계셨다. 진태는 죄송한 마음에 자기가 어르신의 발등의 눈을 털어드리면 화가 풀릴까하여 그렇게 해 보지만 더 더러워진다며 한 발을 탁 구르고 들어가 버린다. 진태는 무안하였다. 어젯밤 습자를 쓰다 손에 묻은 먹물이 까맣게 묻어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용서를 빌어보려던 자기의 마음을 져버리고 도리어 더럽다고 역정을 내시니 얼굴이 상기되고 두 손에서 불이 났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니, 주인 마님이 눈이 없냐며 똑바로 보지 못한다는 꾸중에 어머니까지 달려 나와 주먹을 쳐들고 때리려 덤벼들며 나리의 발등을 더렵혔다며 화를 내신다. 어른들의 번갈은 꾸중에 무섭기도 하였지만 분한 생각이 더 들었다. 저만한 눈 삼태기를 끌고 가며 앞이 안 보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나리는 헛생각을 하고 오시다가 그렇게 된 것인데 자기 탓이 되어 꾸중을 들은 것이 분하여 땅바닥에 엎드려 한참을 울다가 어머니도 걱정을 하고 이 사실을 알면 아버지도 걱정을 하면서 돌짝같은 손으로 얻어맞을 것을 생각하매 몸서리가 쳐지지만 어디 가서 하소연할 때도 없고 분풀이 할 때도 없다. 한참을 그렇게 엎드려 울고 있는데, 방문이 열리는 기척이 들린다.

참고자료

· 나도향, 행랑자식, 학원출판사,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