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양] 비평

소개

영화 <밀양> 비평

목차

1. 영화 <밀양>이 던져놓은 화두

2. ‘신애’ 와 그 너머의 사람들
1) 신애 - 아물 수 없는 상처와 덧남
2) 종찬 - 속물이라 불리는 남자
3) 그 너머의 사람들

3. <벌레 이야기>에서 <밀양>으로 옮겨가기

4. 밀양(密陽) - 비밀의 햇볕

본문내용

1. 영화 <밀양>이 던져놓은 화두

외국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받고 여배우에게 여우주연상이라는 큰 영광을 안겨준 <밀양>은 그런 현실의 호들갑과는 달리 매우 차분한 영화다. 그냥 생각없이 보다 보면 한 두 장면쯤 조느라 놓쳐버린데도 이상할 것이 없다. 요란한 표장도 하지않고 그냥 주머니에서 꺼내 내미는 소박한 선물처럼, 영화는 관객들에게 다가선다.
영화 <밀양>은 아이의 유괴살인과 그 사건으로 고통받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영화 <그놈 목소리>와 유사한 소재다. 그런데 두 영화는 분명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괴 사건이 벌어지면 으레 긴장감있게 진행되는 협박 전화와 엄청난 액수의 몸값 흥정, 범인 추리 과정 등이 <밀양>에서는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협박 전화에서는 범인의 목소리조차 들려주지 않고 몸값 흥정은 800여만원이 전 재산인 여주인공에게 꿈도 못 꿀 일이다. 범인 찾기 영화에 소질에 없는 관객들도 범인을 쉽게 짐작할 수 있고 그마저 싱겁게 붙잡혀버린다. 영화는 아이의 엄마 ‘신애’가 겪는 슬픔에는 주목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과감하게 축소시켜 버렸다. 사실 그것은 극적으로 흥미로운 전개 과정의 축소이지 현실에 비추어 봤을 때 오히려 더 사실적이다.
재미있을 법한 이야깃거리들을 껑충껑충 뛰어넘으며 영화가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찌보면 결과물이 뻔히 보이는 재료들을 가지고 영화는 색다른 요리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원작에서 비롯된 것이기도하고 영화의 화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재생되었다.
추측컨대 그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느낌 혹은 감정으로 밀어붙이다 끝나는 식이 아니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맵거나 짠 맛 하나 뿐인 요리가 아니다. 밋밋해보이면서도 입맛을 다실수록 여러 가지 묘한 맛이 느껴진다.
‘신애’가 아이를 잃고 종교에 의지해 슬픔을 치유하다가 마침내 온몸으로 신에게 저항하는 사건이 <밀양>의 주요 플롯에 해당한다. 영화의 가장 큰 갈등은 유괴범 ‘박도섭’과 ‘신애’ 사이의 갈등이 아니라 신이라는 절대자와 ‘신애’ 사이의 것이다.

참고자료

· 이청준, 『벌레 이야기』(열림원,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