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개청춘

소개

위풍당당 개청춘
(대한민국 이십대, 사회생활 초년병의 말단노동 잔혹사)
유재인 저. 이순 2010.02.05
서평입니다

목차

1. 직장이라는 운명
2. 돈이냐? 인생이냐? (Geld oder Leben)
3.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본문내용

1. 직장이라는 운명

책을 다 읽고 나니 저자가 너무 가진 게 많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도 했고, 애도 없고 (애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는 애를 낳고 나면 알 것이다) 이대 출신이고, 기껏해야 아래한글 폰트 고치는 일에 연봉 기천을 주는 회사를 다닌다.
번번한 직장이 없어 결혼도 못하고 지방대 출신이고 생수통 수백 개를 날라도 백만 원 조금 넘는 월급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가진 게 많아 보일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유재인의 생각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할 말은 할 수 있는 자유는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말단 노동 잔혹사라는 것이 꼭 육체노동에만 해당되는 것도 아닐 터이니 말이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아픈 것은 자신의 힘으로 되지 않는 인생을 이미 알아버렸다는 것이다. 유쾌상쾌통쾌하고 발랄하고 글래머러스까지 한 저자가 왜 20대 젊은이 같지 않은 운명론자가 되었을까? 터미네이터 2 에서 여전사 사라 코너 (린다 해밀턴)는 나무 책상에 칼로 NO FATE라고 쓴다. 운명이 없다고 믿는 자가 파이터다. 하지만 유은재는 고시 공부 하느라 그 힘은 다 써 버렸나보다. 세상 다 살아버렸다. 그래서 저자에게 인생은 우연의 조합일 뿐이다. 더 이상 싸울 힘이 없다. 우산을 쓰고 옆 건물로 결재를 받으러 다니는 대신에 전자결재 시스템을 구현할 생각을 접어버린다.
장강의 물은 뒷물이 앞을 쳐서 앞으로 나아간다고 했다. 후배가 밀고 나가는 것이 역사의 진보라는 그런 의미로 사용하는 이야기다. 그러니 힘들더라도 힘을 냈으면 한다.

운명론자에게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세월이 지났고 정권이 바뀌었고 심지어 혁명이 있더라도 일상은 변한 게 없다. 보잘것 없는 보통 사람들의 삶은 그렇게 잘 안 변한다>
<어떻게 나한테 이런 일이, 하며 억울해 하지 말라. 그렇게 가는 거다. 인생은>
회사에 데인 저자는 후배들에게 말한다.
<좀스러운 것들에 익숙해지도록 연습해라. 우리가 그렇게 고상하게 살지는 못할 수도 있음을 늘 염두에 두라. 세상살이에서 사소함에 익숙해지지 못하는 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배우게 될 테니까>
그러면서 회사에 들어오면 이해가지 않는 것들을 이해해야 하며 원치 않는 것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으라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우리는 가면을 쓴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챙이적 생각해 보자.

참고자료

· 위풍당당 개청춘
· (대한민국 이십대, 사회생활 초년병의 말단노동 잔혹사)
· 유재인 저. 이순 2010.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