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론과 인종주의, 아시아 연대론- 유길준과 윤치호의 비교를 중심으로 (Civilization, Race, and Asian Solidarity: Comparing Yu Gil-jun and Yoon Chi-ho)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사회사학회
· 수록지 정보 : 사회와역사(구 한국사회사학회논문집) / 78호 / 129 ~ 167페이지
· 저자명 : 김경일

초록

이 연구는 인종과 문명이라는 두 변수의 각각이 아시아연대의 이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를 이 시기의 대표적인 두 개화사상가인 유길준과 윤치호의 두 사람을 통하여 검토한 것이다. 유길준과 윤치호는 근대로의 이행기에 문명개화의 점진적 도입을 지지하였던 대표적인 지식인으로서, 일본과 미국 유학의 경험이 이들의 사상 형성에서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 서구의 문물이나 사상의 영향력이 전면적이거나 일방적이지는 않았다. 두 사람이 생장해 왔던 가족적 배경이나 훈육과 교육, 현실에 대한 상황 인식과 판단,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망 등은 근대화, 서구화가 가져다 준 충격 및 효과들과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였다.
유길준은 유수한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그에 걸맞은 재능을 갖춘 촉망받는 젊은이였다. 반면 윤치호는 천부의 지능과 자질은 뛰어났지만 서얼 출신의 무관의 아들이라는 신분적 주변성에 의해 기성 체제와 화해할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전통 지식 체계로서의 유교와 새로이 받아들인 기독교에 대한 두 사람의 선택과 선호도는 다르게 나타났다. 궁극적으로 이는 개체와 전체, 개인주의와 국가주의로 각각 요약되는 두 사람의 입장 차이를 가져 왔다.
유길준은 엘리트의 선도와 집단의 노력을 통한 계몽의 효과를 통하여 문명의 단계적 이행이 가능하다는 이상적이고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였다. 전통의 자산이 지니는 가치에 충분히 주목하면서 자신의 국가가 문명의 발전 단계의 중간쯤에 속해 있다고 보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윤치호는 서구 선진 문명의 위용에 압도되면서, 서구가 표방하는 자유나 인권과 같은 이상들은 그 배후에서 작용하는 실제적인 힘의 논리에 의해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자신이 속한 문명의 전통에 대한 불신과 비판을 배경으로 그는 자신의 사회가 중국과 마찬가지로 야만의 상태에 있다고 보았다. 낙후와 무능, 완고가 지배하는 사회 현실에서 그는 절망과 비관이 지배하는 암울한 미래를 읽었다. 이러한 절망과 좌절을 그는 같은 인종으로서 문명의 영역에 도달하였던 일본과의 동일시를 통하여 해소하고자 하였다. 인종이라는 매개를 통하여 그는 자신이 지닌 열등의식과 패배감을 동양에서 유일하게 적자로 생존한 일본에 대한 동경과 선망으로 전치시키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인종보다도 문명을 상위에 두었던 유길준에게서는 아시아연대에 대한 적극적 제안을 찾아 볼 수 없는 것과 대조적으로 문명보다도 인종이 상위의 개념으로 작용하였던 윤치호에게서는 아시아연대에 대한 사유가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문명 자체에 주목해 보자면 두 사람의 차이는 각각 단계론과 본질론이라는 상이한 두 유형을 대표하는 것이었다. 단계론은 문명을 발전과 이행이라는 역사적 과정을 통하여 문명을 이해하고자 하는 입장을 말하며, 본질론은 문명의 단계를 고립화시키는 구조 틀 안에서 그 자체를 탈역사화하여 추상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인종과 문명에 대한 상이한 두 접근으로서의 단계론과 본질론은 아시아연대에 대한 두 사람의 상반된 입장의 차이를 가져왔던 것이다.

영어초록

This study examines how race and civilization each influenced the discourse on Asian solidarity through a comparative study of Yu Gil-jun and Yoon Chi-ho, two leading enlightenment thinkers of the time. Yu and Yoon are two leading intellectuals who supported a gradual introduction of enlightenment during Korea’s transitional period to modernity. Experiences of study abroad to Japan and the US were critical in the formation of their ideas. Nevertheless, the influence of the western thoughts and civilization was neither extensive nor unilateral. Their family backgrounds, upbringings, education, opinions on their own society, and the prospects for the future constantly interacted with the culture shocks and impacts of modernization and westernization.
Born into an affluent yangban family, Yu Gil-jun was recognized as a young man of a great future. On the other hand, despite his inherent talents and characters Yoon Chi-ho never reconciled with the established society due to his marginal status of being an illegitimate son of a mugwan(military functionary). Accordingly, their attitudes and preferences toward Confucianism and Christianity, the traditional and new knowledge systems, respectively, were very different. Eventually, their choices were expressed through their dualistic positions: individuality vs. collectivity and individualism vs. statism.
Yu Gil-jun suggested an ideal and optimistic view of the transition to civilization through educating the elites and collective efforts. Appreciating the value of tradition, he saw the state as the middle point on the way to civilization. In contrast, overwhelmed by the grandeur of the western civilization Yoon Chi-ho thought that the western ideals like liberty and human rights can be explained through the logics of the real power that is in play. Distrusting and being critical of the tradition of the civilization which he belonged to, Yoon thought that his society was in the state of barbarism like that of China. From the social reality ridden with backwardness, incompetence, and obstinacy he found a dismal future dominated by despair and pessimism. He attempted to overcome such despair and frustration through identifying with Japan who is of same race and have achieved civilization. Using race as a medium, Yoon sought to transpose his inferiority complex and desperation to his desire and envy of Japan who was the only one to have succeeded in the East.
In this regard, Yu Gil-jun who considered civilization before race could not be a dire supporter of Asian solidarity whereas for Yoon Chi-ho who thought race was more important than civilization the idea of Asian solidarity dominated his thinking. On civilization itself, two thinkers represented two different models, stage theory and essentialism. Stage theory seeks to understand civilization through a historical process of development and transition. Essentialism seeks to turn the stages of civilization into abstract concepts through dehistoricization. Therefore, stage theory and essentialism each having two different approaches to race and civilization led two thinkers to have two opposite views on Asian solidarity.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