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먹고 튀다!”
“궁궐 매를 훔쳤다!”
“생대구 두 마리를 받았다?”
― 상소문, 조선의 왕에게 내려치는 죽비소리
우리가 몰랐거나 생소한 역사적 소재들을 다루는 역사책들이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점점 가벼워지는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다른 한편으로는 역사를 다른 시각에서...
『왕으로 산다는 것』은 〈매경이코노미〉에 연재한 ‘왕으로 산다는 것’ 칼럼의 전체 내용을 모은 것이다. 태조부터 순종까지 조선의 27명 왕 대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 왕의 가족, 왕이 된 후의 정책, 조언을 받은 참모, 왕의 라이벌 등 왕의 주변 인물이나 주요한 사건들의 면모를 모두...
"도덕적 군주상의 수사가 대안이었다"『왕이라는 유산』은 영조가 유교적 군주상을 이해하고 체현한 과정을 연구한 내용을 담았다. 곧, 18세기 한국사에서 군주상과 국왕, 관료와 백성 사이의 복합성과 변화상을 보여주는 심성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신유학의 군주상은 평범한 사람도 수신을 하면 최고 경지에...
오늘날의 상속 갈등을 조선 상속제의 변화와
유럽과의 비교를 통해 반추한다
어느 노비 가계 2백 년의 기록을 분석하여 『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이란 인상적인 책을 집필했던 권내현 교수(고려대)가 1556년 대구의 한 양반가의 가출 사건에 주목하면서 조선시대 상속의 역사를 담은 신간『유유의 귀향, 조선의 상속』을 냈다. 소재가 된 사건은 이항복이 「유연전」이란 기록으로 남겼는데, 16세기 프랑스의 마르탱 게르 사건과 흡사하다. 균분 상속에서 장자 우대 상속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벌어진 소설보다 극적인 이 실화에는 ‘상속’을 둘러싼 당대인의 욕망과 갈등, 관습과 제도가 응축되어 있었다. 장남 노룻을 해야 할 ‘유유’의 가출과 귀향, 실종은 남은 가족들의 일상에 큰 파문을 던졌다. 8년 만에 돌아온 유유의 진위는 명확하지 않았으며, 상속과 가계 계승을 둘러싸고 그의 부인인 백씨와 동생 유연 사이에는 묘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여기에 처가의 재산 상속에 관심이 있었던 왕족인 유유의 자형이 끼어들었다. 쉽게 해결될 것 같았던 사건은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데다 훈척 대신이 재판을 편파적으로 이끌면서 뒤틀어진다.
상속 갈등과 결과가 뒤바뀐 재판을 통해 16세기의 일상과 욕망, 관행과 제도, 사법과 정치 현실까지 폭넓게 다루는 이 책은, 이 사건에 그치지 않고 17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시기를 확장하여 균분 상속에서 장자 우대 상속으로의 전환 과정과 그 실상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펴본다. 또한 조선시대 상속제도의 변화를 비교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일찍 장자 상속제를 선택한 유럽과 조선을 비교하고 그것이 근대 사회로의 전환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탐색한다.
저자는 유럽이 장남에게 극단적으로 몰아준 장자 상속제로 인해 부가 집중되었고 경제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는 견해는 유럽 중심주의라 일축한다. 균분이란 오랜 상속 관행을 깨고 조선 사회가 장자 우대 상속으로 재편되었던 현실적 배경을 짚어내면서, 장남에게 가계 계승의 명분을 주면서도 나머지 아들들이 상속에서 배제되지 않고 장남 주변에 머물러 살았던 전략적 선택이 한국 사회의 근대 이행의 특징이라 강조한다. 이 책은 16세기 어느 양반의 가출에서 비롯된 비극적 종말이라는 비일상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그 과정에서 조선의 상속 전반에 관한 흥미로운 여행을 할 수 있게 쓴 독특한 수작이다. 2021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다.
나라를 빼앗긴 마지막 왕자, 이우!
고종 황제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의 차남으로,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삶을 살았던 이우 왕자를 조명한 소설 『이우 왕자』 제1권. 열한 살에 일본에 볼모로 끌려가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군에서 일했으나 끊임없이 일제에 저항하며 조선 왕족으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으나 간절히 바라던 조선 독립을 눈앞에 두고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에 피폭되어 서른넷의 나이로 사망,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광복을 맞은 날 장례를 치른 이우의 비극적인 삶을 담은 소설이다.
5년간 저자가 한국과 일본의 사료들을 조사하고 직접 답사를 다니며 집필한 이 소설에는 이우의 항일 행동과 인품을 드러내는 여러 일화들이 담겨 있다. 더불어 상해 임시정부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독립군의 딸인 정희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이우와 강한 교감과 연대감을 나누는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담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우와 정희가 석파정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은 홀로 외로운 싸움을 감당하는 두 인물의 처지와 겹쳐져 감동을 자아낸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비운의 왕자 이우의 고독하고도 치열한 심리적 갈등과 내면을 엿보게 하고, 조선 해방에 대한 확신을 가졌던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일제강점기의 암울했던 시대상 속에서 일제에 협력하며 안락한 삶을 누리던 사람들, 일제의 핍박 속에서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던 조선 민중들 그리고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에 투신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해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