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에너지 위기와 기후 변화, 모두를 해결할 단 한 가지
산업, 수송, 난방을 전부 전기로 전환하라
필요한 에너지는 현재의 딱 절반이다
전기화만 달성하면 냉난방 온도를 낮추지 않아도, 차를 줄이지 않아도 현재 에너지 사용량의 절반을 줄일 수 있다. 《모든 것을 전기화하라》는 화석연료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우리가 가진 기술로도 가능한 혁신적인 전기에너지 전환 비전을 제시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기후 정책 보좌관을 역임한 저자 사울 그리피스는 내연기관 차량의 에너지 효율 20%와 전기차의 72%를 대비시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엔지니어로 활동하는 저자는 재생에너지 기술의 발전과 가격 경쟁력을 제시하며 에너지 시스템의 대대적인 전기화(electrify)를 주장한다. 우리는 이미 저렴한 청정에너지 생산 기술을 가지고 있고, 100%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면 지금 에너지 소비량의 절반만 필요하며, 2차 대전 수준의 동원령을 통해 실행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종전을 이끈 ‘민주주의의 병기창’이라는 성공 사례에 대한 분석을 근거로 한 긍정적 어조는 공포마케팅의 피로감을 씻어준다. 당장 친환경적인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재앙이 덮칠 거라는 위기감 조성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저자의 말처럼 누구도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될 신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해답, 전기를 이미 가지고 있다. 게다가 비용은 점점 저렴해지고 있다.
과학기술 및 에너지 분야 전문 연구원인 역자들이 머리를 맞대어 쓴 해제도 특장점이다. 그리드(전력망) 구축,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 및 수송 부문의 전기화는 한국 에너지 정책의 핵심 과제다. 저자의 아이디어와 해제를 함께 읽으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에 결정적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 위기’라는 단어는 나에게 점점 더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왔다.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매년 여름마다 갱신되는 폭염 기록과 함께, 가뭄이나 홍수, 산불 등의 자연재해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지구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안타까운 일’로 여겼지만, 어느 순간 나의 일상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음을 느꼈다.
2023년 여름, 우리 아파트 단지에 있는 작은 나무들이 갑작스러운 열기로 인해 말라 죽는 것을 보았고, 겨울에는 눈다운 눈 하나 내리지 않아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사라졌다. 이러한 작은 이상 징후들 속에서 나는 점점 더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하게 되었고, 그래서 사울 그리피스의 『모든 것을 전기화하라』를 집어 들게 되었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명확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시스템을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전환해야만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