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왜 모든 국가와 사회는 반복적으로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릴까? 그중 많은 사회가 내전, 혁명이나 심각한 수준의 혼란을 겪으며 명멸하고, 소수의 사회만이 대격변 없이 완만하게 혼돈에서 벗어난다.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시기는 100년, 길어야 200년을 넘지 못한다.
피터 터친은 세계 모든 대륙에서 발생한 수백 건의 위기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복잡계 이론에서 성공했던 방법론을 적용하여 ‘왜 사회가 반복적으로 위기에 빠지는지’에 관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한다(이를 역사동역학이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네 가지의 구조적 요인이 위기를 추동한다. 엘리트 과잉생산, 대중의 궁핍화, 국가 재정과 정당성의 약화, 지정학적 요인이 그것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추동 요인은 엘리트 과잉생산인데, 엘리트 내부의 경쟁과 갈등 및 엘리트 진입에 실패한 자들의 불만으로 표출된다.
이와 함께 왜 어떤 위기로부터의 탈출은 끔찍하고(수많은 사람의 죽음, 엘리트층 혹은 지배계급의 절멸이나 몰락 등), 어떤 위기로부터의 탈출은 상대적으로 순조로운지를 이해하고자 시도한다, 앞의 사례들에서는 지도자와 국민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까? 뒤의 사례들에서는 무엇을 잘한 걸까? 최후의 사회적 합의라고 할 수 있는 법원의 정당성마저 취약해진 오늘날 한국 사회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그 답의 단편이라도 찾기를 희망해 본다.
역사 이래로 나타나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국가는 한 곳도 없다.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국가가 탄생한 이후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이유로 소멸해갔다. 전쟁, 혁명, 내부 붕괴 같은 요인들이 단일하거나 뒤섞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새로운 국가가 탄생했다.
그래서 토인비나 칼 포퍼 같은 유명 역사학자와 철학자들은 역사의 과학이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인간 사회는 너무도 복잡하고, 인간은 너무도 변덕스러우며, 과학의 진보는 예측할 수 없고, 문화는 공간과 시간에 따라 너무도 다양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러한 주장이 틀렸다고 한다. 즉, 역사과학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유용하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걸을 더 나아가 역사과학 덕분에 우리가 지금 내리는 집단적 선택이 어떻게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지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이과를 전공하고 문과에서 학문적 성취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는 동물학을 전공하고 이론생물학자로 연구를 시작했지만 그의 학문적 성과는 주로 ‘역사동역학’이라는 사회과학 연구에 집중되어 있다.
역사동역학은 복잡계 과학과 문화진화를 분석틀로 역사상 제국들과 근대 민족국가의 역할을 연구한다. 즉, 국가의 문화진화를 복잡계 과학으로 규명한다. 복잡성 과학은 동물 개체군의 호황과 불황을 순환하는지 규명하기 위해 컴퓨터 모델링을 빅데이터 분석과 결합하는 학문이다.
저자는 이를 동물들의 연구에서 확장하여 복잡성 과학의 접근법을 과거와 현재의 인간 사회 연구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문제의식은 ‘제국의 멸망을 설명하는 일반적인 메커니즘’과 ‘대규모 국가와 제국의 발달’에 집중되고 있다.
1만 년에 걸친 인류 역사의 범위 전체를 살펴보면 되풀이 되는 중요한 양상들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