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성육신적 교회』는 “해체”와 “탈육신”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과 함께 현대 기독교 현상을 통렬하게 분석한다. 탈육신은 몸과 영혼을 분리하여 육체적인 것은 악하고 영적인 것은 선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원론에 근거한 개념으로, 사람들이 사회로부터 이탈(disengagement)하고...
1장 뿌리 없고 단절된 스크린 중독 세대
기독교 신앙의 핵심 개념은 성육신, 곧 하나님께서 인간의 육신을 입으시고 우리 가운데 거하셨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성육신하신 하나님이시고 그분의 교회는 성육신적인 삶의 방식을 살 것을 부름 받았지만, 오늘날 우리는 탈육신, 곧 믿음이 벗겨져 표류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우리는 뿌리 없고 단절된 감정을 서로에게 남기고,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보기보다는 점점 더 스크린을 통해 연결된 피상적인 세계에서 유랑하고 있다.
폴란드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도 관광산업이 현대인의 삶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은유라고 생각했다. 여행자들처럼 자유로운 서구인들의 삶은 장소와 사람들과 친밀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고, 이동성과 한시성이라는 특징을 잘 드러낸다는 것이다. 바우만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러한 특징은 확고한 헌신에서 벗어나 어떤 하나의 스타일이나, 이념 혹은 신념으로 회피하여 그저 잠깐의 경험을 끊임없이 맛보기를 추구하는 “방목습성“으로 바뀐다. 탈육신이 된 세상에는 어떤 하나의 세계관에 대한 헌신이나 충성이 확연히 결여되어 있다. 현대 사회에서 당신은 당신의 근본 신분이 단절된 존재, 곧 자유롭게 배회하고 자유롭게 머물고 어디에라도 있는 아주 자유로운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현대인의 탈육신적인 경향이 가져온 또 다른 경향은 타자를 대상화하는 것이다. 오늘날 대상화는 자연의 대상화나, 흔히 말하는 과학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 대한 대상화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통제하기 원할 때, 우리는 그들과의 관계를 깨뜨리고 구체적이고 전혀 관련이 없는 대상들로 그들을 대상화한다.
탈육신적 문화의 세 번째 광범위한 표현은 스크린 문화와 가상현실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실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 사람들을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에서 만나고 견해를 달리하는 경우 그들과 논쟁하거나 그들을 조롱한다. 또한 전혀 만난 적이 없으면서도 페이스북에서 만난 이들을 "친구" 라고 부른다. 사실 그 어떤 것도 낯선 사람을 "친구"로 대상화하라는 압력보다 더욱 심각하게 인간을 파괴적으로 탈육신하는 것은 없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 개념은 성육신(incarnation)이다. 성육신이란 하나님께서 인간의 육신을 입으시고 우리 가운데 거하셨다는 뜻이다. 즉,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셔서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을 구주로 고백하며, 예수님으로부터 성육신적 삶의 방식을 배우고, 예수님을 따라 성육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말 할 수 있다. 성육신에 반대되는 개념은 탈육신(excarnation)이다. 탈육신은 몸에서 피부와 장기를 기술적으로 제거하는 것(defleshing)으로 원래 죽은 사람의 몸에서 오로지 뼈만 남기고 전체 살과 모든 장기를 제거하는 고대의 풍습을 일컫는다. 즉, 책의 용어를 빌려 말하면, 탈육신은 이원화시키고 분리시켜나가는 해체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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