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서론사회과학에서 가치중립성의 문제가 논의되는 배경에는 통상 과학적 지식은 순수하게 객관적 사실에 토대를 둔 지식이라는 주장이 하나의 기본적인 준거(準據)로서 자립잡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사이에 어떤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느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연과학이 순수하게 사실에 기초한 객관적인 지식의 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 특징을 찾을 수 있다고 일단 전제를 했을 때, 동일한 주장이 사회과학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이와 같은 의문을 둘러싸고 학자들간에 이루어진 논의의 내용과 그 핵심적 쟁점을 파악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 중에서 하나는 사회 현상은 자연 현상과는 전적으로 상이한 접근방법이 요구되는 나름대로 특수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현상이라는 주장과 그에 대한 반론들을 중심으로 이 문제를 고찰해 보는 것이다. 많은 사회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사회과학은 행위의 자율적 주체로서 활동하는 인간들과 그들에 의해 영위되는 사회 현상을 연구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의지와는 독립된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자연 현상을 대상으로 한 자연과학과는 근본적으로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가치중립성이 가능한 자연과학의 연구와는 대조적으로 사회과학에서는 가치가 사회현상을 인식하는데 불가피한 하나의 요소로서 또한 지식의 적합성 내지는 타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학문활동에 개입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다른 하나의 가능한 접근은 자연과학이 순수하게 사실에 기초한 객관적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합리적 판단을 특징으로 하는 지적인 활동이라는 전제 그 자체를 부인하는 학자들이 있음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다. 경험적 사실 역시 어떤 이론적인 시각으로부터 구성된다는 주장과 함께 과학적인 판단 또한 그 본질에서의 선택적 행위로서의 특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어느 정도는 설득력을 갖는다고 본다면 우리치의 개입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연과학의 경우에 가치의 개입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사회과학에서도 자연과학과 마찬가지로 가치중립적인 판단이 가능한 것인지 또는 바람직한 것인지 하는 의문을 둘러싼 논쟁은 자연스럽게 그 의의를 상실할 것이다.위에서 본 두 가지 접근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사회과학과 가치중립성의 관계이다. 따라서 우리는 베버(Max Weber)이래 사회과학 방법론의 분야에서 반대되는 입장들간에 가장 첨예한 대립을 가져온 쟁점의 출처가 되어 왔던 사회과학에서의 가치중립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알아보자.Ⅱ.본론1. 가치중립성이란 무엇인가?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과학적 지식의 객관적인 성격은 그 지식의 주체가 가지고 있는 주관적인 인식과 그 지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자연 현상의 독립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다시 말해서 자연현상은 우리의 인식과 병행해서 존재하는 현상이기는 하나 우리의 인식이라든지 의지와는 독립해서 나름대로의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별개의 현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과학에서 연구자의 가치중립적인 태도란 주어진 연구자가 자연현상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상관없이 그것이 타당하냐의 여부에 대한 판단을 자연 현상 그 자체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음을 원칙으로서 받아들이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원칙을 사회과학의 경우에 그대로 적용하려 했을 때 중요한 하나의 의문이 제기된다. 그것은 사회과학자와 그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사회현상의 경우에도 그와 같은 독립적 관계가 성립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사회과학자의 태도와 행태, 그리고 옳다고 믿는 지식 그 자체가 사회 내지는 문화를 이루는 구성요소들이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때문에 사회과학적 지식은 어떤 형태로든지 그 지식의 대상인 사회현상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며 따라서 적어도 사회과학의 경우에 지식의 가치중립성 즉 사실과 가치의 분리의 원칙을 강조한 베버의 주장은 부정되어야 할 것인가의 여부이다. 그럼 다음 부분에서 필수적으로 일어나지만, 후자 즉 연구방법에서는 연구자의 가치가 개입되지 말아야 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대상의 선택은 가치유관적이며 대상의 연구는 가치중립적이다. 연구 대상을 선택함에 있어 연구자는 자신의 신(神) 또는 자신의 도덕적 입장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상 선택의 자의성(自意性)은 합리적 ·인과적 설명이라는 과학적 연구방법을 통하여 객관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가치유관성과 가치중립성은 인간행위와 사회구조를 탐구하는 사회과학적 방법론의 2개 축이다.가치중립성 개념은 사회과학자가 모든 가치판단 행위를 일체 중지해야 한다는 뜻으로 종종 오해되기 쉽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견해이다. 가치중립성이 지시하는 바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이다. 첫째, 사실의 세계와 가치의 세계간의 엄밀한 분리이다. 전자는 존재론적 진술의 세계이며 후자는 당위론적 진술의 세계이다. 사회과학의 가치중립성이란 존재론적 진술로부터 당위론적 진술을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사회과학자는 과학적 탐구의 과정에서 정신에 입각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가치중립성 개념의 이러한 면모는 베버사회학 체계로서의 해석사회학(Verstehen-Soziologie)과, 사회과학자의 사회적 역할과 규범 및 진리탐구정신의 원리로서의 직업으로서의 학문으로 자연스럽게 발전된다. 베버가 사회과학의 가치중립성을 주장한 것은 헤겔 이후 두 갈래로 발전하여오던 실증주의와 역사주의의 대립을 종합하려는 시도에서였다. 실증주의는 인간행위의 연구에 자연과학적 원리를 적용한 것으로서 실험·비교·관찰의 방법에 기초하여 가시적·경험적 현상을 과학적으로 조명하는 방법론이다. 이에 반하여 역사주의는 사회변동·역사현상·인간행위는 자연 현상과는 달라서 그 자체 내적 계기와 의미를 갖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과학 비교분석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연구자의 직관적 파악을 보다 중시하였다.사회과학적 탐구대상이 자연과학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가정에 입각한 정신과학(精神科學) 또는 문화과학(文化科學)질이 다르더라도 연구방법의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그의 해석사회학은 인간행위에 내재된 행위자의 주관적 의미와 동기를 역사적 인과성과 사회학적 인과성을 통하여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가치중립성 개념은 연구과정에서 과학자의 자의적 판단의 개입을 과학적 인과법칙의 적용을 통하여 최대한 방지할 것을 강조하는 베버 사회과학의 방법론적 출발점이다.2. 가치판단논쟁가치판단이란 전형적이고 구체적인 형태로는‘이 책은 좋다(나쁘다)’에서처럼, 평가의 대상을 주어로 하고 거기에다 그 대상을 평가하는 가치의 술어(述語)를 보탠 것이다. 한편, 가치판단은 대상의 종류나 관련에 따라 구별되고(경제적·미적·윤리적 따위), 특히 행위의 경우에는 행위 자체나 그 목적·동기 등에 따라 다시 구별과 연관이 문제된다. 한편, 술어 평가에도 지극히 포괄적인 ‘좋다’ 또는 선(善:사물, 행위의 목적·동기 등)을 비롯하여 정(正:행동 자체)·미(美)·진(眞) 등이 구별된다. 가치판단은 또한 중요한 규범적 판단인 명령이나 의무판단과도 여러 가지 관련을 가진다.베버는 역사의 기술이나 사회과학적 판단으로부터 위에서 설명한 가치판단과 분리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그의 입장은 위에서 이미 언급됐지만 강조를 위해서 다시 한 번 두 가지로 요약해 보자. 우선 첫째로는 사실에 대한 판단으로부터 가치판단을 연역해 낸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가능치 않다는 점이고 둘째로는 자연과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사회과학 역시 그 활동의 기본적인 목적은 사회 현상에 대한 연구자의 주관적인 가치판단에 있다기보다는 그 경험적 실태와 인과성에 대한 경험적 이해에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위에서 베버가 강조한 가치중립성의 개념에 의하여 가치와 사실에 대한 판단의 근거를 엄밀히 구분하고 과학적 판단은 적어도 그것이 객관적인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사실에 대한 판단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베버의 주장은 사회학뿐만 아니라 철학(특히 과학철학), 윤리학을 비롯한 여러 학분 분야에 속하는 학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적인 반향(反響윤리관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들의 주장의 요지는 어떤 대상 또는 현상이 지닌 본연의 객관적인 속성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어떤 사람이 어떤 면에서 좋은지 나쁜지 하는 것은 그 사람의 키가 큰지 작은지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사람이 지닌 객관적 속성으로서 기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물의 윤리적 속성 역시 마치 사실에 대해서처럼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이며 따라서 사실과 윤리적 속성 즉, 가치를 엄격히 구분하려는 베버의 입장은 타당성을 잃게 된다.또 베버의 가치중립성에 대해 흔히 듣게 되는 비판들 가운데 다른 하나로서는 자연 현상과 그것에 대한 인간의 인식간에는 상호 독립성을 갖는다는 의미에서 평행적인 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으나 사회 현상과 인간의 인식 사이에는 그와 같은 관계를 가정할 수 없다는 주장에 근거를 둔 견해를 들 수 있다. 이러한 견해는 실리가 잘 요약하고 있는데 그 요지를 설명하자면, 사회 현상에 대한 사회과학자들의 인식 또는 지식은 그것이 산출되는 순간부터 사회 현상의 일부 구성요소로서 투입이 됐기 때문에 사회 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고 따라서 원칙적으로 사회적인 지식의 중립성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본다면 모든 지식은 그것이 설령 사실의 기술에 국한된다 하더라고 적어도 인간 사회에 대한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데 기여하든지 아니면 주어진 질서의 유지에 기여하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가치적인 지향성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마지막으로 이러한 베버의 입장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토머스 쿤에 의하여 대표되는 상대주의적 입장의 주장을 들어보자. 쿤의 이론에 의하면 사실이 갖는 의미는 언제나 이론의 맥락에서 상대적으로 규정된다는 점에서 이론 의존적인 성격을 지닌다. 이는 곧 경험적 사실이 이론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데 만약 이와 같은 상대주의적 관점을 받아들인다면 과학자들이 여러 대안적 이론들 가운데서 어떤 주어진 이론을 선택하는데 적용하는 기준이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