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며{한총련 합법화에 호전적 자세를 보이던 정부가 지난 5·18 기념식에서 일어난 기습적 시위를 계기로 다시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그 활동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서게끔 하는 근거가 되고 있는 국가보안법은 그 존폐를 놓고 사회 각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논의가 있어 왔다. 당초 국가보안법 폐지에 개방적 자세를 보이던 노무현 대통령과 대체 법규의 제정을 주장해 왔던 강금실 법무장관의 국가보안법에 대한 입장변화가 주목되는 현 시점에서, 본인은 국가보안법의 실체가 무엇이며 또 그 개폐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II. 국가보안법의 역사{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된 지 4개월도 안 된 1948년 12월 1일 공포·시행되었다. 1948년 11월 발생한 여순 사건을 계기로 남한의 좌익세력을 제거하려는 의도로 서둘러 제헌의회에서 제정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은 일제의 치안유지법을 모체로 구성되었고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채 반공·반통일·반민중적 성격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그후 정권의 독재강화로 국가보안법은 확대·강화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III. 국가보안법의 구성{국가보안법은 총 25개 조문과 부칙 4조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조문들은 총칙, 죄와 형, 특별형사소송규정, 보상과 원호 그리고 부칙으로 나누어져 있다.제1장인 총칙 은 국가보안법의 입법목적과 반국가단체의 정의규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국가보안법의 논리적 전제가 되는 규정들을 담고 있다.제2장은 죄와 형'으로서 국가보안법상 범죄가 되는 규정들과 그에 따르는 처벌을 정하고 있다.제3장은 특별형사소송규정'으로서 형사소송법에 대한 특칙을 정하고 있다.제4장은 보상과 원호'로서 국가보안법 위반자 체포 기여에 대한 포상과 군인의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한 군법적용을 정하고 있다.IV. 주요 조문{{제5조 (자진지원·금품수수)(1)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를 지원할 목적으로 자진하여 제4조제1항 각호에 규정된 행위를 한 자는 제4무기 를 제공한 자는 5년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2) 이 법 제3조 내지 제8조의 죄를 범하거나 범하려는 자라는 정을 알면서 금품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잠복·회합·통신·연락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편의를 제공한 자는 10 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본범과 친족관계가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제10조 (불고지)제3조·제4조·제5조 제1항·제3항(제1항의 미수범에 한한다). 제4항의 죄를 범한 자라는 정을 알면서 수사기관 또는 정보기관에 고지하지 아니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 만, 본범과 친족관계가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제1장 총 칙제1조 (목적등)(1) 이 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2)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제1항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 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제2조 (정의)(1) 이 법에서 "반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제2장 죄와 형제3조 (반국가단체의 구성등)(1)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다음의 구별에 따라 처벌한다.1. 수괴의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2. 간부 기타 지도적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에 처한다.3. 그 이외의 자는 2년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2) 타인에게 반국가단체에 가입할 것을 권유한 자는 2년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제4조 (목적수행)(1)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수행을 위한 행위를 한 때에는 다음의 구 별에 따라 처벌한다.1. 형법 제92조 내지 제97조·제99조·제250조 제2항·제338조 또는 제3하는가? 만일 어린이들이 골목에서 전쟁놀이를 하면서 '정부', 반란군'을 칭했다고 해서 이것을 정부참칭이라고 할 것인가? 이것은 결코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같이 말도 되지 않는 일로 '반국가단체'로 낙인찍혀 수십년의 형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다음으로 '국가를 변란' 한다는 것도 역시 그 의미가 모호하다. 형법상 내란죄의 경우 '폭동할 것'이라는 보다 명확한 개념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91조에 국헌문란의 정의규정을 별도로 두었는데, 이보다 더 형량이 무거운 국보법은 그냥 단순히 "국가변란"이라고만 정의하고 있어 그 해석이 법운용자에게 맡겨져 있는 것이다.3. 제3조 (반국가단체의 구성등)만일 반국가단체의 구성이 형법상 내란죄에 규정한 행위(=폭동)를 목적으로 한다면 형법 제90조의 내란죄의 예비 내지는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 조직죄에 해당될 것이다. 반면 내란죄를 범할 목적으로 구성하는 것 이외에 반국가단체 구성죄에 해당될 수 있는 것은 거의 예상할 수 없으므로 반국단체 구성죄의 별도규정은 그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제3조가 규정하는 '구성, 가입, 권유' 등은 형법상 내란죄의 예비. 음모유형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본조는 이를 본죄의 실행위인양 취급하여 제4항과 제5항에서 재차 이에 대한 예비, 음모까지 처벌하고 있는데 이것은 불필요하다.4. 제4조 (목적수행)제1항 2호는 형법 제98조의 간첩(군사기밀…)행위 외에도 국가기밀의 탐지 등 행위를 규정한다. 그런데 형법 제98조 군사상의 비밀에 대한 판례는 그 범위를 확대하여 국가기밀과 동일하게 해석해왔기 때문에 실제로는 따로 이 규정을 출 필요성이 없다. 그리고 이미 형법상에 간첩죄라는 법이 이미 존재하고 있으므로 이 조항을 설치할 필요가 전혀 없다. 더구나 국가기밀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는 이 조항의 적용을 무제한적으로 확대하여 당연한 경제질서의 기본원칙에 대한 사실, 국내의 상식에 속하는 사실, 이미 보도된 사실도 군사기밀에 포함됨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목이다. 6공화국 이전에는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도' 라는 항목이 없었다. 그렇게 때문에 단순히 그 정을 안다는 것은 금품을 주는 사람이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거나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사람임을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되었다. 그렇다면 그 금품이 반국가적인 목적수행을 위해 주는 금품이건 아니건 구별하지 않고 오로지 금품을 건네주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죄가 성립된다는 것이 된다.그렇다면 이것은 대단히 부당한 결과를 낳는다. 금품을 거래하거나 증여를 받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생활의 주요 부분이다. 또한 우리는 통상 범죄인임을 알고 그와 거래하거나 증여를 받았다고 해서 그것이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몰론 폭약이나 폭동에 쓰일 물건 등 반사회적인 거래를 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가령 친척이나 친구에게 정표로서 선물 등을 받는 경우, 또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과의 사적인 거래관계에서 대금을 수수한 경우등에도 과연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새로운 개정법에는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도"라는 요건이 추가되고 있기는 하나 이는 있으나마나 하게 법집행의 과정에 있어서는 무시될 것이다.6. 제6조 (잠입·탈출)이 조항은 원래 간첩이 침투하여 기밀탐지. 수집이나 테러 등의 행위를 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잠복하거나 지하당의 구축 등을 임무로 하는 경우 처벌의 흠결을 막기 위한 조항을 설명된다. 하지만 요즘에서는 문익환, 서경원, 임수경 등 이른바 방북인사들의 처벌조항으로 등장하기도 하였다.이 조항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남북교류협력법상의 왕래 허용과 관련하여 법체계의 상호충돌을 야기한다. 이 조항에 문제가 되는 것으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이 어떤 장소까지를 의미하는 것인가부터가 문제되는데 판례는 동베를린의 안전가옥도 이에 포함된다고 한 바 있다. 물론 북한지역이 포함되고, 외국주제의 북한 공관, 북한 사람이 묵고 있는 호텔방, 심지어 국내의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집사 아무런 한계나 제한이 없어 그 활동의 범위나 내용이 무제한적으로 해당되게 되어 부당하기 짝이 없다.8. 제8조 (회합·통신등)이 조항은 개정된 조항으로써 개정되기 전에는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되다는 정을 알면서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통신·기타의 방법으로 연락한 자"를 처벌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 경우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된다"는 역시 불명확한 구성요건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 개념은 '이익'이라는 용어개념의 불명확성, 광범위함은 물론이고 나아가 '반국가단체의 이익 = 대한민국의 불이익' 이라는 이분법적인 비약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문제였다. 그러나 새로운 개정법률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과의 인적·물적 교류가 적극 추진되어 가는 지금 이 조항은 '남북교류협력법'과 서로 충돌하며, 극단적으로 북한이 참가한 국제대회에 참석하는 행위·남북회담의 한 결과로 이산가족의 재회·남북가족의 서신연락 등이 모두 이 조항에 의해 처벌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우리의 법 운영에서 그 같은 기능을 기대할 수 없음은 이미 충분히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9. 제9조 (편의제공)제1항은 "이 법 제3조 내지 제8조의 죄를 범하거나 범하려는 자"라는 정을 알고 무기류를 제공한 행위를 규정한다. 이 법의 죄를 범하려는 자'는 이 법에 규정한 범죄실행의 의사를 가진 자로서 범죄의 구체적 준비단계, 즉 예비단계에도 이르지 않는 상태까지 의미하는 것이어서 객관적으로 해당여부를 따지기 불가능한 구성요건이다. '기타무기'라는 것도 역시 추상성, 불명확성으로 인해 확대해석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제2항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기타 재산상의 이익", "기타의 방법으로 편의를 제공한자" 의 두 개념인 바, 이는 기타의 무기나 기타의 방법에 의한 연락과는 달리 그 자체가 편의적인 개념인 '이익', '편의' 등의 구성요건에다 '기타'라는 범용적 용어를 부가한 것이어서 도저히 그에 해당되는 행위인 범죄를 제한할 수 없다. 결국 단순한 심부름도 모두 포함된다고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