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금이 있던자리 를 읽고유부남과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려는 나 가 있다. 외국으로까지 날아오르려는 도피행각을 벌이기 전에 나 는 고향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나 는 어린 시절 자기 집으로 찾아온 한 여자를 회상한다. 자신의 아버지와 사랑에 빠져 집안 살림까지 도맡았던 아름다운 도시 여자, 하지만 '나... 나처럼은... 되지 마.' 라며 울먹이며 떠나간 그 여자는 나 가 가장 닮고 싶은 여자이면서도 했으나 이후 가장으로서의 삶을 성실히 살아온 늙은 아버지에 대한 회상을 통해 결국 도피 행각을 포기한다. 나 는 함께 떠나려 했던 남자에게 편지를 쓰는데 그 편지의 내용이 바로 이 소설이다.이 글에서 작가가 나타내고자 한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한다.하나는 한 인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유년 시절의 경험에 대한 것이다. 작가는 한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데 유년의 경험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것이 평생을 따라다닐 수밖에 없음을 역설하고 있다. 어린 시절 잠시 스쳐간 한 여자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해 버리는 것이 자칫 억지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작품 서두에 코끼리거북을 사랑한 공작새와 오리 이야기를 꺼냄으로서 설득력을 실어준 것도 작가의 이런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나 는 고향에 내려와 어린 시절을 기억해내고 자신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괴로움에 대해 직접적으로 토로하고 있다. 고향에 내려와 자신을 이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버린 나 의 모습을 통해 개개인의 내면에 유년의 기억들이 지울 수 없는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 주려 한 것이다. 이것을 굳이 어려운 말로 인간의 내면에 대한 탐구라고 이름 붙인다면, 작가는 탐구의 한 방편으로 어린 시절 들여다보기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작품에서 작가가 또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가족이다. 가족애와 남녀간의 사랑 중에 작가가 더 소중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가족애 임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버지의 그 여자가 스스로 떠난 것으로 이야기를 처리한 것이나 점촌댁과 에어로빅을 배우는 중년부인을 애틋한 연민을 가지고 그리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 남자도 가정을 버리지 않은 것까지……시간이 흐르면서 순간의 사랑보다 가족이 더 소중함을 그 남자도 알아버린 것인 듯하다.나 의 어머니가 그 여자가 떠나기 하루 전 집에 와서 보여준 모습에서 남녀간의 사랑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커다란 무엇이 가족간에 흐르고 있음을 작가는 보여주고 싶어한 것이다. 아무말없이 그 져 잠시 스쳐간 어머니의 손길만으로도 그 여자는 더 이상 버틸 힘을 잃고 스스로 포기해 버린 것이다.나 가 고향집에 머물러 있는 동안 내내 함께 한, 눈 먼 송아지와 어미소의 교감과 난데없이 등장해서 당황하게 한, 원시인 가족의 사냥하는 이야기도 원초적인 가족간의 결속과 사랑을 보여주려 함인 듯 하다. 앙상하게 마른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사랑, 평화로운 집을 보며 떠나준 그 여자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는 나 의 모습을 통해서 작가는 가족이 주는 편안함과 인간을 끈끈하게 묶고 있는 가족에 대해 담담하게 그려보고 싶어한 것 같다.왜 소설이 풍금이 있던 자리인가? 에 대한 궁금증은 작가 자신이 이 소설에 대해 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풀어졌다. 작가는 풍금소리가 날 듯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정말 풍금소리를 들었다고 한다면 너무 과장된 것인가? 풍금소리는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 전반이 유년시절에 대한 기억과 함께 하는 것을 볼 때 제목 자체가 작품의 분위기와 주제 형성에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이 작품에서 풍금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 가장 큰 요인은 작가의 세심한 묘사에 있지 않은가 싶다. 소설의 처음을 여는 마을 풍경에 대한 묘사가 특히 압권이다. 그대로 한 폭의 그림으로 옮겨도 좋을 듯한 묘사는 회화시를 읽는 듯 하다. 그밖에도 어린 시절 그녀의 집에 살다간 그 여자의 모습 을 그린 것이나 그 여자가 만들었던 음식들에 대한 묘사도 눈앞에 그릴 수 있을 것처럼 정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