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과학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발견과 실험을 통해 그것을 수식화하고 간혹 예외를 인정하면서 일반화시킨 것이었다. 과학을 통해 입증되고 확인만 되면 모두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여 진리라고 쉽게 믿어버리게 되었다. 아마도 이러한 사실은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도 과학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편리한 생활에의 기여도에서 볼 때 그러한 과학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봄이 크다고 할 것이다.이처럼 과학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것이라는 보편적인 생각에 이의를 제기한 것을 쿤의 저술에서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쿤의 말에 따르면 과학은 반드시 합리적이거나 객관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과학자 사회와 과학자 개인의 주관적인 신념이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과학은 현재까지 이루어진 업적에 새로운 발견을 덧붙여 가는 과정이라는 지금까지의 축적에 의한 발전의 개념을 부정하고, 패러다임이 불연속적으로 교체되며 발전한다는 것을 주장했다.이 책 '과학혁명의 구조' 에서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는 과학의 발전을 이해하는데 중심적인 개념으로 사용된다. 방금 전에 얘기했듯이 쿤의 과학관은, 축적에 의한 과학의 진보라기보다는 혁명적인 성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러한 혁명은 기존에 존재하던 이론 구조가 포기되고 그 자리에 양립할 수 없는 다른 이론이 대신하는 것으로서 이루어진다. 쿤에 있어서 과학의 진보는 전 과학에서 시작하여 정상 과학, 위기, 혁명, 새로운 정상 과학이 순환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 이러한 개념들이 쿤이 저술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가 정리해 보고 그러한 예들을 프랭크 애셜이 저술한 '놀라운 발견'에서 찾아보도록 하겠다.(1) 패러다임패러다임이라는 용어는 이 책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의미는 책의 후기에서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다. 여기서 패러다임은 두 가지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첫째가 패러다임은 어느 주어진 과학자 사회의 구성원들에 의해 공유되는 신념, 가치, 기술 등 적용되는 개념으로서 그 집단이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구체적 모델의 의미를 가지므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인정되기 위해서 그 이론은 그 경쟁 상대들보다 더 좋아 보여야 하는 것임에 틀림없지만 그것이 당면할 수 있는 모든 사실을 다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결코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그러한 것이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형성되고 나면 철저한 막으로 둘러싸여 쉽사리 깨지지 않고 보호받게 된다. 그러한 예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의 한사람으로 평가받는 아인슈타인에게서도 나타난다. 그가 창안한 일반 상대론은 우주가 팽창하거나 수축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했으나, 아인슈타인은 '우주론 상수'를 첨가함으로써 방정식을 변화시켜서 그 수식이 외적으로 균질적이고 정적인 우주에 들어맞도록 만들었다.'놀라운 발견'에서 패러다임으로 여길 수 있는 좋은 예들을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로 들려고 하는 것은 '판구조론'이다. 1960년대에 제안된 것으로 대륙과 대양의 구조와 성질에 관한 많은 관찰과 사실들을 설명하였으며, 산들의 형성과 화산 및 지진의 발생에 대한 이해에 매우 중요한 이론이었다. 베게너에 의해 대륙 이동설이 제안되었고, 이것은 남아메리카의 동부 해안선과 아프리카의 서부해안선이 그림 맞추기 퍼즐의 두 조각처럼 들어맞는다는 것과, 남아메리카의 동해안과 아프리카의 서해안의 식물들과 동물들은 서로 유사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 주장에 대한 이론적 뒷받침을 하였다. 하지만, 지구가 변하지 않는다는 전통적 지식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무시되었다. 그러나, 대륙암석의 자기적 특성에 대한 연구들을 통해 대륙 이동설이 잘 들어맞는다는 것과, 해저에 대한 자세한 지식이 알려지자 마침내 대륙 이동설이 받아들여지고, 판구조론이라는 패러다임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구조적 판의 존재에 대한 많은 증거들이 있고, 그것들의 충돌, 분리 및 미끄러짐에서 발생하는 결과들은 지구상의 많은 곳에서 명쾌하게 볼 수 있다않으며, 무한히 작고 엄청나게 밀도가 높은 점에서 150 내지 200억 년의 기간에 걸쳐 팽창해 왔다는 생각이 지배하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해서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모형을 만들고 실험을 통해서 이러한 이론을 뒷받침하기 시작했다.(2) 정상과학정상과학은 하나의 패러다임에 근거한 연구 활동을 의미한다. 즉, 정상과학의 연구는 패러다임으로 확립된 선배 과학자들의 문제 해결 방식을 모델로 하여 그것이 제시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작업이다. 정상과학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필연적으로 그들의 시간을 거의 모두 바치는 활동인데, 이것은 세계가 무엇인가를 과학자 사회가 알고 있다는 가정에 입각한 것이다. 예컨데, 정상과학은 근본적인 새로움을 흔히 억제하게 되는데, 그 까닭은, 그러한 새로움이 정상과학의 기본 공약들을 전복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 공약들이 임의성의 요소를 가지므로 그 성격은 새로운 것이 아주 오랫동안 억제되지 않게 한다.이러한 것은 '과학혁명의 구조' 책 속의 1장, 서론 편에서 나타나는 대략적인 정상과학에 대한 정의와 성격이다. 2장의 p31에 좀 더 구체적인 정상과학의 개념이 다음과 같이 쓰여져 있다. "정상과학은 과거의 하나 이상의 과학적 성취에 확고히 기반을 둔 연구 활동을 뜻하는데, 그 성취는 몇몇 특정 과학자 사회가 일정 기간 동안 과학의 한 걸음 나아간 활동을 위한 기초를 제공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것을 가리킨다. "하나의 패러다임의 성공은 당초에는 주로 아직 불완전한 예제들에서 발견될 수 있는 성공의 약속일 따름이다. 정상과학은 그런 약속의 실제화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그것은 패러다임이 특히 시사적이라고 제시하는 그런 사실들에 대한 지식을 확장시키고 그런 사실들과 패러다임의 예측 사이에 일치 정도를 증진시키면서 그리고 패러다임 자체를 더욱 명료화시킴으로써 달성된다. 이런 활동은 패러다임이 제공하는 미리 짜여지고 상당히 고정된 상자 속으로 자연을 밀어 넣는 시도인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그 상자에 들어맞지 않을 현상다. 우선 패러다임에서 이야기한 빅뱅 이론을 지지해주는 연구 과정을 들수 있다. 벨기에의 과학자 르메트르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방정식을 조사하면서 빅뱅 이론을 탄생시켰는데 그것을 통해 적색 편이의 존재를 예측했고 그것을 곧 실험적으로 입증하였다. 더 나아가 슬라이퍼, 허블, 허메이슨에 의해 다시 성운의 적색 편이가 관찰되고, 특히 허블의 법칙은 적색 편이가 지구에서 은하계까지의 거리와 관련된다는 것을 통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공했다. 이처럼 빅뱅 이론은 그것을 패러다임으로 여기는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관찰과 실험을 통해 더욱 확고한 신념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나아가 빅뱅 이후 다른 시각에서 우주의 온도가 수학적으로 계산될 수 있었고, 물질과 에너지의 어떤 상태가 이런 조건들 속에서 존재할 것인가가 실험을 통해 알려졌다. 이것은 하나의 패러다임이 세계가 안고 있던 궁금증(여기서는 우주의 이론적 구조)을 조금씩 해소해 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또 한가지의 예로 '보어의 원자모형'을 들 수 있겠다. 아인슈타인이 흑체의 빛 흡수와 방출에 대한 플랑크의 이론을 다시 부상시킨 후에 덴마크의 과학자 닐스 보어는 양자 개념을 원자 구조에 대한 새 모형을 제안하는 데 사용했다. 보어는 왜 특정한 원소의 원자들이 특정 진동수의 빛을 흡수하고 방출하는지 설명하면서 전자의 에너지 준위가 양자화 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기존에 확립된 양자 물리학을 통해 이론적 모형을 만들 수 있었고, 패러다임을 지지해주는 현상으로서 정상과학의 활동이었다고 볼 수가 있다.(3) 이상 현상패러다임은 명확한 문제와 방법을 과학자에게 제시하여 주며, 정상 과학자들은 패러다임이 정해 준 테두리 안에서 연구를 한다. 과학자는 그 방법을 통하여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도 그것은 패러다임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는 일어나고, 그러한 실패는 결국 점차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그 정도가 높아지면서 패러다임에 대한 중대한대해 중요성을 지닐 때 심각한 것으로 간주되며, 심각한 위기의 수가 얼마나 많은가도 한 요소가 된다. 또 경쟁적인 패러다임이 나타나게 되면 위기의 심각성은 더욱 고조된다.발견은 이상 현상의 지각과 더불어 시작되는 것으로서, 다시 말해서 자연이 정상과학을 다스리는 패러다임 유도의 예상들을 어떤 식으로든 위배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그것은 다음 단계로 이상 현상의 범위를 다소 확장시켜 탐사하는 것과 더불어 지속된다. 그리고 그것은 그 이상의 기대치가 되도록 패러다임 이론이 조정되는 경우에만 종결된다. 새로운 종류의 사실을 동화시키는 것은 이론의 추가적 조정 이상의 무엇인가를 요구하며, 그 조정이 완료되기까지 새로운 사실은 결코 과학적 사실이 되지 못한다.패러다임 이전의 시대와 패러다임의 대규모 변혁이 진행되는 위기의 와중에서는, 과학자들은 보통 그 자체가 발견에의 길을 지시할 수 있는 갖가지 추론적이며 명료화되지 않는 이론들을 전개시키게 된다. 하지만, 그런 발견이 가설에 의해서 예상되는 것과 같지 않다. 실험과 잠정적인 이론이 더불어 일치되어 명료화되는 경우에 비로소 발견이 이루어지며 이론은 패러다임으로 탄생된다. 이러한 변칙 사례들이 생겨나는 현상을 우리는 양자 물리학의 발전 과정에서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은 빛과 전자기를 합쳐서 많은 현상들을 설명하였고, 빛이 전자기적 요동의 연속적인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의심하는 물리학자는 거의 없었다. 이것은 대부분의 빛의 성질, 특히 회절과 간섭 현상을 잘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으로도 명쾌하게 설명이 안되는 전자기 복사의 몇 가지 특성이 있었다. 이러한 고전물리학의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이상현상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광전 효과와 흑체 복사라고 할 수 있겠다. 빛의 파동 이론으로는 흑체가 입사하는 모든 전자기 복사선을 진동수에 관계없이 흡수하고, 이 복사선이 모두 흑체가 높은 온도로 가열될 때 다시 방출되는 과정을 나타내는 흑체 복사와 빛이 금속 표면으로부터 전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