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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역] WTO 제4차 각료회의에서 농산물 시장에 따른 한국의 대응 방안
    ⊙ WTO 제4차 각료회의에서 농산물 시장에 따른 한국의 대응 방안◇ 올여름 이웃의 논 1천5백평을 사들인 경북 의성의 농민 박지운(41) 씨는 요즘 한숨뿐 이다. 그는 그 동안 가을걷이가 끝나자마자 논에다 마늘. 양파를 번갈아 심고, 산비탈 마다 사과. 자두 묘목을 심어왔다. 하지만 양파와 마늘은 툭하면 풍년으로 가격이 폭 락했고, 과일 묘목은 주렁주렁 열릴 만하면 어느새 시세 없는 구식 품종이 돼있었다. 그는 "어느 날 돌아보니 그 동안 쌀농사만 늘린 사람들은 계속 오른 수매가 덕분에 나 보다도 수입이 더 좋았고 그래서 나도 빚을 내 논을 샀던 것"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쌀값이 떨어지고 쌀 시장까지 개방되면 어찌하느냐"고 하소연했다.◇ 막대한 투자에도 쌀농사 경쟁력 떨어져=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 이후 한국 정부는 2004년까지 개방을 늦춘 농사의 경쟁력을 키우려고 무진 애를 썼다. 20조원의 예산이 경지정리와 수리시설 확충, 농업 기계화에 들어갔다. 정부는 개방이 10년 미뤄지는 동안 쌀의 국내외 가격차를 줄이면 개방되더라도 국내 쌀농업이 생존할 수 있을 것으 로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쌀농사만 짓는 전업농을 육성해 대규모 생산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인데 국내 쌀농사는 여전히 영세하 다.'보다 적은 농민이 보다 많은 땅을 경작하도록 한다'는 정부 정책은 가구당 벼 재 배면적이 95년 0.9㏊에서 지난해 1㏊로 늘어나는데 그쳐 공염불이 됐다. 노동력을 줄 이기 위한 기계화에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생산비는 계속 높아졌다. 생산비에서 차지 하는 비중(67%) 이 큰 인건비와 토지 이용료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UR가 타결된 93년 10a당 39만7천원이었던 생산비는 지난해 53만7천원으로 뛰었다.◇ 농림부 관계자는 "막대한 투자로 쌀농사에 들어가는 노동시간은 UR 이후 절반으로 줄 었는데 농민들이 쌀농사로만 몰리는 바람에 논값이 오른 데다 농사규모가 커지지 않아 생산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결과 쌀시장이 추가 개방되면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할 중국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크게 뒤진다. 한국은 중국보 다 생산비가 7.5배 높다. 당연히 쌀값도 6~7배나 비싸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정부 와 국회가 농민의 표를 의식해 추곡 수매가를 계속 올리자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 에서 생산이 늘었기 때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94,95년 추곡 수매가를 동결 하자 쌀 생산이 늘지 않았다"면서 "계속 이런 식의 구조조정을 밀고 나가야 옳았다"고 지적했다.◇ 쌀농사 채산성 있나=지난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시위를 벌인 농민 1만여명은 "쌀값의 생산비를 보장하라"고 외쳤다. 현재 쌀값은 생산비의 90%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 만 농림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쌀농사의 순수익률이 48.3%다. 쌀을 팔아 벌어들인 돈 에서 비료. 농약값 등 비용과 자신의 노동대가까지 포함한 모든 인건비, 토지 이용료 를 빼더라도 절반 정도를 순익으로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농민단체의 서로 다른 해석은 생산비를 따지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의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며, 인건비는 전산업 평균노임을 적용한다. 그러나 농림부는 올해 쌀값이 떨어졌어도 생산비를 웃돈다고 주장했다. 심재천 농산과 장은 "농민들이 쌀 재배면적을 계속 늘리는 것은 쌀농사가 남기 때문"이라고 지적했 다.◇ 충남 성환에서 6만여평의 쌀농사를 짓는 이종우(47) 씨는 "쌀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쌀 농사에 채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드림'이란 자체 브랜드를 개발, 인터넷 직거래로 당일 방아를 찧은 쌀을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5억원의 매출 을 올렸다. 李씨는 "농민들이 그동안 질보다 양에 치중해왔고, 정부도 질에 신경쓰지 않고 수매해왔다"며 "지역마다 품질을 높이고 자체 브랜드를 육성하면 개방 이후에도 얼마든지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 만 해도 시장 개방이 처음이라 미국.호주와 같은 농산물 수출 국도 시작한다는 데 의미를 뒀다. 그래서 예외와 특별조항이 많고 허술한 구석도 있었 다. 하지만 뉴라운드에선 정공법 말고는 헤쳐나갈 방법이 없다."◇ 농촌경제연구원 최세균 박사는 뉴라운드와 UR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UR 당시 한 국은 해마다 국내 소비의 4%를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선에서 쌀시장 개방을 2004년까지 유예했다. 농산물에 대한 관세율 감축폭이 평균 23%(1995~2004년) 로 정해졌는데, 각 국이 보호하길 원하는 농축산물(한국의 경우 보리.콩.쇠고기 등) 은 10%만 줄여도 되 는 예외조항을 농산물 수출국이 받아들였다. 일단 UR를 출범시키고 보자는 생각에서였 다. 그 결과 UR가 시작됐어도 높은 관세 때문에 세계적으로 많은 농산물이 거래되지 않았다. 崔박사는 "UR 때는 농산물 수출국들이 농산물을 공산품처럼 세계무역기구 (WTO) 질서에 포함시키고 보자는 것이 목표였다"면서 "뉴라운드에선 실익을 챙기려는 본 경기를 벌이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93년 말 UR협상에 한국 대표로 참여했던 최양 부 신식품유통연구회장은 "뉴라운드에선 정부의 벼 수매가 어려워지고 높은 관세를 매 기면서 농산물 수입을 막기도 어렵다"면서 "쌀농사를 줄이는 대신 과수와 채소를 재배 하고 가축을 기르려 해도 그 대부분이 관세인하 대상이라서 정답을 찾기 어렵다"고 말 했다.◇ 따라서 ▶농업 인력의 재편과 구조조정▶WTO 규정이 허용하는 (논농사) 직불제 확대 를 통한 농가소득 보전 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崔회장은 "그전처럼 정권이 바뀌면 대응책이 달라지고 농가 부채를 줄여주는 식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가는 한국 농업 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라운드는 공식적으로 2005년 1월 시작된다.3년이 남아 있는 것 같지만 실제 협상할 수 있는 기간은 2년 남 짓밖에 안된다. 일정상 2003년 3월 말까지 당사국들이 후속 협상을 벌여 관세율 인하 폭과 같은 구체적인 원칙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2003년 말에 열릴 각료회의에 나라별로 이행각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국이 농업 분야에서 지금과 같은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려면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 나라와 별도로 '주고받는 실질적인 협상'을 해야 할 판이다. 결국 그동안 높은 관세로 보호를 받아온 마늘과 고추. 보리. 콩. 대 추. 잣. 쇠고기 등은 브랜드를 내세우든 신선도로 경쟁하든 특화된 전략없이는 경쟁에 서 밀릴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 농민들이 대응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더구나 내년 에는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몰려 있다.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인 고려가 작 용해 적당히 미봉책으로 떼우려들 소지가 있다. 농림부는 "쌀시장 개방에 대한 재협상 은 2004년에 하므로 시간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2003년에 각국이 이행각서를 제출하면 재협상은 의미가 없어진다. 이행각서에 적힌 원칙이 재협상의 기준이 될 것 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평택에서 벼농사를 짓는 최수영(41) 씨는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식의 판 에 박힌 정부 이야기는 신물이 난다"며 "과연 농사를 앞으로 계속 지어도 되는지, 그 러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우선 알고 싶다"고 말했다.◇ 충남 홍성에서 벼농사를 하는 주형노(43) 씨는 20년 전 농약, 비료를 치지 않는 유기 농법을 시작했다. 당시 "쓸데없는 짓 한다"며 손가락질하던 마을주민 모두가 이제는 42만평의 논에 유기농법으로 벼를 재배하고 있다. 소문이 퍼지자 정부의 1등급 수매가 (벼 40㎏ 기준 6만원) 보다 40% 비싼 8만4천원을 웃도는 값에도 물건이 없어 못팔 정 도다. 朱씨는 "이제 쌀은 식량이 아니라 식품이다. 생산량만 늘리던 시대는 지났다. 높은 품질과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안전성과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농업으로 가면 외국산과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업개혁도 양보다 질=씨눈이 붙어 있는 쌀(배아미) 을 파는 ㈜얼텍 백기범 사장은 " 쌀 생산이 소비보다 많은데 '아침밥을 더 먹자'는 식의 캠페인은 한계가 있다"며 "소 비자도 생산자도 품질을 최고로 따지면 보관. 수송과정에서 약품처리를 할 수밖에 없 는 수입 농산물이 시장을 파고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전자상거 래를 이용하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다. 지난 9월 인 터넷을 이용한 농산물 판매량은 1백52억원으로 1년 전의 22배로 늘었다.
    경영/경제| 2001.12.03| 5페이지| 1,000원| 조회(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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