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의 도시, 뉴욕-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1984년에 만든 갱스터영화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2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이며, 누들스(로버트 드 니로)의 회상과 현실을 중심으로 약 10회에 걸쳐 과거(1920,30)와 현재(1960)를 오간다. 본래 유럽상영용으로는 4시간 50분이었으나 국내에는 2시간 30분짜리로 개봉되었다. 따라서 우리의 개봉판으로는 이야기의 맥락을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에 기존의 영화평론을 참고로하여 서술할 것이다.영화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 가운데 3부에 해당하는 부분은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잠깐 등장할 뿐이고 거의 삭제되었다.-금주법의 시대, 이주민의 도시-영화는 누들스와 데보라(엘리자베스 맥거번)의 애절한 사랑을 중심축으로 하여 뉴욕 맨해튼의 유태인 빈민가에서 성장하는 친구들의 의리와 배신, 성장과 몰락을 그리고 있다. 영화의 시,공간적 배경은 1920,30년대 뉴욕 맨해튼의 이스트 사이드(빈민가)다. 이 영화에서 우리는 옛날 뉴욕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미국에서 1920년대는 금주법의 시대였다. 금주법은 1920,30년대 미국 도시를 시대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라면 어디에나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술의 제조 판매 소비를 금지한 금주법(볼스테드 법)은 1919년에 제정되어 다음 해부터 시행되었다. 제 1차대전 이후 미국은 약10년 간 번영의 시기를 구가했으므로, 경제적 요인으로 금주법을 제정한 것은 아니었다. 금주법제정의 배경에는 음주와 타락이 횡행하는 도시가 급성장하는데 대한 반감, 그리고 당시 사회의 지배 윤리로 작용하고 있었던 프로테스탄트 윤리의 반외국인 반카톨릭 감정이 깔려있었다. 그러나 금주법의 시행은 밀주 산업의 성장과 밀주 산업을 둘러싼 암투를 가져왔을 뿐이었고 1933년 마침내 볼스테드 금주법은 폐지되었다.1920년(금주법 시대)와 1930년대(공황기)의 미국 도시들에는 밀수, 이민, 폭력 등이 만연되어 있었다. 당시의 뉴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식민지 시대부터 뉴욕의 성장은 이민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이탈리아 및 동부 유럽에서 수백만 명의 이민 인구가 뉴욕으로 모여들었다. 뉴욕은 이민의 도시였던 것이다. 그렇게 미국의 도시 가운데 비교적 일찍 형성된 대도시 뉴욕에는 서로 상반된 많은 것들이 혼합되어 있다. 뉴욕을 하나의 이미지로 잡아내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 종종 뉴욕은 '환락의 도시'라 불린다.뉴욕 시민들로서는 '환락의 도시'라는 별명이 좋을 리 없겠지만, 뉴욕이 미국 최대의 환락가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성격을 가진 뉴욕의 모습이 이 영화에서는 어떻게 재현되어 있을까?영화의 배경이 되는 뉴욕의 모습은 혼란스럽고 어수선하다. 전체적인 도시 경관이 풍기는 어둡고 열악한 이미지는 이러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건물 옥상에서는 창녀 페기가 간이 천막을 쳐놓고 손님을 받는다. 칙칙하고 낡은 거리에서는 여기저기 하얀 수증기가 안개처럼 새어나온다. 부서진 마차가 뒹굴고 있는 골목길에서는 검정색 코트에 하얀 머플러, 그리고 중절모를 쓴 패거리들이 언제 출몰할지 알 수 없다. 데보라의 얘기처럼, 그들이 사는 도시는 도둑이 많고 위험한 곳이다. 마천루의 스카이라인, 아주 현대적인(구형자동차에 비해) 노란 택시, 허공을 가로지르는 무수한 고가도로들, 휘황찬란한 가로등 불빛 등 간간이 삽입되는 1960년대 뉴욕의 모습은 1920,30년대의 고풍스러운 도시 경관, 마차와 구형 자동차가 누비는 어둡고 칙칙한 거리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불법과 혼돈의 도시, 1920년대 뉴욕-뉴욕 맨해튼의 빈민가 이스트 사이드 거리에는 수많은 인파 사이로 마차와 자동차가 무질서하게 뒤섞여 있고 그 사이로 말을 탄 경관이 순찰을 돈다. 도시 내부의 주요 교통수단은 화려한 마차와 자동차다. 당시 자동차는 도시 내부의 교통을 담당했으며, 뒤를 이어주는 교통수단은 철도였다. 사실상 초창기 미국 도시들의 성장은 증기기관차에의해 주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들스가 할리우드로 떠나는 데보라를 배웅할 때, 증기기관차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뉴욕 역사의 전경은 냉열한 이별 장면에 약간의 온기를 더해준다. 하지만 전반적인 도시의 분위기는 혼돈과 술렁거림과 번잡함이고, 뒷골목의 색채는 갈색 톤이며, 도시의 소리는 유장하게 흐느적거리는 색소폰 소리다.누들스와 데보라는 유태인이 밀집 거주하는 이스트 사이드 거리에서 성장한다. 유럽에서 막 이주해온 맥스는 마차에 이삿짐을 잔뜩 싣고 그 거리를 지나간다. 아마도 그는 청운의 꿈을 품고 뉴욕에 발을 들여놓았을 것이다. 그때 마침 누들스가 이끄는 악동들은 취객의 주머니를 털기 위해 거리에 포진해 있다. 누들스와 맥스는 운명적인 만남을 갖고 4인조 갱스터 그룹을 형성한다. 누들스 조직은 밀주 사업을 주업으로 한다. 금주법이 폐지되던 날, 바닷가 휴양지에서 일광욕을 하던 맥스는 신문을 보고 볼스테는 금주법이 폐지되었음을 ,그리하여 자신이 실직을 하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은 뚱보 술집에서 금주법 장례식을 거행한다. 금주법이라 씌어진 커다란 관 모양의 케이크 관 주위에는 샴페인과 촛불이 장식되어 있다. 한사람 한 사람 엄숙하게 관에다 꽃을 바치며 금주법에 안녕을 고한다. 불법음주의 시대가 가고 밀주제조 및 판매로 돈을 벌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던 날. 금주법이 있는 한 도시는 훌륭한 사업장이었지만 금주법이 폐지되면서 그들의 밀주 사업은 봄날 같은 황금기에 종지부를 찍는다.금주법이 사업의 수단이 되는 도시, 이민 인구들이 번잡하게 오가는 도시, 갱 집단이 통치하는 도시, 영화 속에서 1920,30년대 뉴욕은 혼돈스럽고 위험천만한 곳으로 재현된다.이처럼 이민자에 의해 형성된 뉴욕은 혼돈스러울 뿐만 아니라 정체성이 취약한 도시다. 뉴욕은 주민들에게 확실한 정체성을 부여하지 못하고, 뉴욕 시민들은 도시의 과거나 미래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도시란 그저 한탕하고, 꿈을 쫑아 다른 곳으로 떠나면 그만인 것이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장의차는 밀주운반차로 둔갑하고, 소금덩어리와 부표는 밀수의 도구로 사용된다. 이런 혼란기에 자기가 사는 도시에 대하여 아이덴티티를 가지기는 쉽지 않다.맥스: 언제까지고 냄새 나는 거리에 살 건가?누들스: 난 그 거리가 좋아하지만 뉴욕에서 자란 누들스와 유럽에서 이주해온 맥스는 뉴욕이라는 도시에 대해, 자신들이 누비고 다니던 거리에 대해 서로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다. 유럽에서 갓 이주해온 맥스에게 그 거리는 한낱 지저분하고 냄새 나는 곳에 불과하지만 누들스에겐 애정과 추억이 어린 곳이다. 누들스는 그 거리를 사랑하며, 그 거리에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을 사랑한다. (그마저 혼돈의 급류에 휩쓸려 버리지만) 한편, 맥스는 그 거리를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며 의리로 뭉쳤던 친구들을 배신하고 떠난다. 그곳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맥스에게 맨해튼이스트 사이드의 거리는 욕망을 향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아메리칸 드림의 몰락-이민자의 도시, 혼돈의 도시 뉴욕은 또한 기회의 도시다. 사회가 안정되고 잘 짜여져 있을수록 신분상승의 기회나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든다. 그러나 뉴욕은 다르다. 혼돈스럽고 불안정한 도시이지만, 그렇기에 꿈을 꿀 수 있는 잠자리를 제공한다.유태인의 거리의 허름한 골목에서 성장하지만 최고의 무용수가 되겠다는 꿈을가진 데보라. 그녀는 뚱보 술집의 뒤편에 딸린 창고에서 유성기에 레코드를 걸고 무용 연습을 한다. 그녀는 사랑하는 누들스마저 마다하고, 사랑하는 이를 불량배로 만드는 도시 거리를 벗어나, 최고가 되겠다며 꿈을 쫑아 할리우드로 떠난다. 데보라에게는 할리우드만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맥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하고 냄새 나는 거리를 떠나 권력을 잡아 보겠다는 그 볼스테드 금주법이 폐지되고 실직을 하게 되자, 맥스는 연방준비은행을 털자고 제안한다. 바닷가 모래밭에 그려놓은 연방준비은행 건물을 보고 누들스가 그게 뭐냐고 묻자, 맥스는 "꿈, 평생을 꾸어온 꿈" 이라며 "우린 최고가 될거야"라고 말한다. 누들스는 "자네 미쳤군'이라고 말한다. 비정한 도시에서 끝을 알 수 없는 광적인 꿈을 꾸는 맥스와 대비를 이루며, 카메라는 평화로운 바닷가와 어우러져 나는 갈매기, 무심히 밀려오는 파도를 담는다.데보라는 할리우드로 가서 "그녀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찬사를 받으며 최고의 배우로 성장한다. 하지만 "날 실망시키면서 배우가 된 보람이 있었느냐"라는 누들스의 질문에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한다.맥스는 친구들을 배반한 후, 자신의 전력을 감추고 베일리 장관이 되어 호화주택이 밀집해 있는 롱아일랜드의 대저택에 산다. 그러나 궁지에 몰리게 된 그는 마지막 파티를 열고 그곳에 누들스를 초대한다. 이 파티에서 누들스와 맥스는 35년만에 재회한다. '침몰하는 배'와 같은 상황에 빠져 있는 베일리 장관은 누들스에게 자기를 죽여달라고 부탁한다. 맥스의 광적인 꿈은 이렇게 몰락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