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한국의 의회정치의 문제와 원인1) 의회의 낮은 신뢰도:의회의 의사결정과정이 상이한 이해관계의 충돌 속에서 이루어지며 주로 갈등과 타협, 그리고 양보를 통해 해결된다는 제도적 속성에 기인한다. 조금 더 부연하면 의회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수반되는 갈등과 타협, 양보의 과정이 대부분 매끄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의회에 대한 낮은 신뢰수준을 야기한다.문제는 의회에서 벌어지는 의사결정과정은 민주적 의사결정의 속성상 갈등과 타협, 양보의 과정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상적 차원에서 의회는 상이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민주적 절차에 의해 해결함으로써 사회통합의 기능을 담당하고 그 자체로 대의제 민주주의의 원활한 작동을 실천적으로 이루려는 의미에서 조직되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의회의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도출된 결과물은 타협의 산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권자 모두를 만족시키기 보다는 모두의 실망으로 이어지기 쉬우며 그것이 낮은 신뢰수준으로 이어지는 것이다.①의회에 대한 낮은 신뢰: 의회 의사결정과정의 특수성의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낮은 이유로 흔히 제시되는 요인은 의회가 규범적으로 주어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국민들의 인식이다. 의회 내 의사결정과정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다수의 동의를 얻고 이를 통해 정당한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는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의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수준이 결정될 것이다.과정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크게 효율성과 대표성이라는 두 가지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 효율성과 대표성이라는 상이한 기준은 행정부와 의회의 의사결정과정을 대조적으로 만든다. 행정부의 경우는 효율성의 고려가 중요할 것이며, 의회의 경우는 대표성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행정부는 결과를 중시하고 의회의 의사결정은 과정을 중요시한다.대표성에 근거한 의회의 독특한 의사결정과정이 현실적으로 갈등과 논쟁으로 점철되기 쉽다는 점이다. 현실의 모습에서 의회 내 다수파는 소수파의 이해를 무시하기도 하며, 소수파들은 자신들의 이해반영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해진 규칙을 무시하기도 한다. 이를 보는 국민들은 의회 전체에 대해 낮은 신뢰를 보내는 것이다.결국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의회의 낮은 신뢰수준은 다원적 민주주의를 구현하고자 고안된 의회 내의 의사결정과정에 기인한바 크다. 의회 내의 구성원들인 국회의원들은 재선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해 전체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신뢰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인다. 따라서 국회의원 대다수가 국가이익의 추구라는 규범적 목표에 매진하기 보다는 재선과 직결되는 지역구 이익의 반영에 집중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정책 자체보다는 이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자신의 노력을 과시’(credit claiming)하는 데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이러한 이념과 현실의 괴리는 때때로 개별 국회의원들이 의회를 빈난하면서 자신은 의회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현상에서 쉽사리 발견된다.②의회에 대한 낮은 신뢰: ‘대표자들’과 ‘대표되는 이들’간의 의사소통과정유권자들의 정치대상에 대한 평가는 일종의 쌍방향 의사소통의 산물이다. 문제는 정치행위자들과 유권자들 간에 벌어지는 쌍방향 의사소통의 과정이 대개의 경우 매우 제한적인 매커니즘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제한적 정보의 생산과 차별적인 취득이라는 측면에서 이해되는 의사소통과정의 매커니즘은 정치적 대상에 대한 유권자들의 최종적인 평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이렇듯 제한적인 쌍방향 의사소통과정과 그에 기반한 유권자들의 평가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작동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의회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규범적인 의미에서 민주주의의 원활한 작동은 정치 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유권자들과 이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정치행위자들의 건전한 상호작용에 달려 있다. 그러나, 현실속에서 정보의 전달과 습득, 이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는 상호작용의 매커니즘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벌어진다. 의회내의 행위자들은 자신들의 이익과 관계되는 정보만을 전달하려고 하며, 유권자들은 제공되는 정보들 중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추어 취사선택하려 한다. 게다가 정보의 전달과정은 대중매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문제시되는 것은 의회 내부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정보취득에 있어서 유권자들이 매우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의회의 활동은 대중매체에 의해 유권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며 특히 부정적 측면에 더 집중해서 내보내게 된다. 이는 의회 내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세부정보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그 결과, 의회는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하며 의회의 의사결정과정이 전체의 이익에 걸맞는 결과물을 생산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지기 쉽다. 의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조련과정은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합의라기 보다는 특수한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쉬우며, 갈등과 그 해결과정 그 자체가 부각되어 대중에게 전달된다. 결국 의회와 그 구성원들에 대한 평가는 최종적인 결과물 보다는 행위에 준하여 이루어지며, 그 과정에서 의회 내부의 활동은 부정적인 형태로 대중들에게 각인되며 결과적으로 의회에 대한 낮은 평가로 이어지게 된다.이런 이유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목격되는 국민의 의회에 대한 낮은 신뢰수준은 의회의 독특한 의사결정과정 뿐 아니라 의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기대와 현실의 차이에서도 나타난다. 의회는 적어도 규범적으로는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조정함으로써 사회의 갈등을 억제하고 통합을 고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의회의 규범적 기능에 대해 국민들은 일정한 기대치를 갖고 있고 의회가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인식되는 경우 낮은 수준의 신뢰로 이어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의회 내부의 행위자들과 의회 밖 유권자들 간에 제한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쌍방향 의사 소통과 대중매체에 의한 부정적 측면의 부각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게 형성된 낮은 수준의 신뢰도는 결국 정치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정치행위자들이 성공적인 활동을 수행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