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는 꼭 필요한가?- 한글 전용(專用)과 병용(倂用)의 기로에서 -수업 :소속 :학번 :이름 :한자는 꼭 필요한가? 사람들은 이 말을 들으면 언제나 감정부터 내세우며 자신의 의견을 토로한다. 대체로 의견이 나뉘는 것을 보면 한자를 배워본 사람은 한자병용(倂用) 또는 혼용(混用)에 찬성하며 반대로 한자를 배우지 않은 한글세대에서는 한글전용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분포로 봤을 때 한자를 사용해 본 사람은 한자의 유용성에 동감하고 있으며, 한글만 사용해본 사람은 한글의 편의성에 중점을 두고 주장을 하고 있는 듯 하다. 나는 병용에 찬성하고 있는데 학계에서조차 뜨거운 감자로 취급되고 있는 한글전용 / 한자병용론에 관하여 이렇다 할 만큼 학식이 있는 것은 아니나, 나름대로 생각해본 한자병용의 필요성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한자의 병용 또는 혼용을 주장하는 사람은 한자의 특성을 앞세운다. 일반적으로 표의문자(表意文字)로 알고있는 한자의 특성은 한글을 잘 보완하고 있고 함께 쓰는 것이 유용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먼저 한자의 특성에 대하여 알아보자.첫째, 한자는 표어문자(表語文字)란 것이다. 흔히들 표의문자라고 알고 있는데, 이는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다. 표의문자라는 것은 말 그대로 뜻을 나타내기 위한 문자이며 예로 이집트의 상형문자인 신성문자(神聖文字)등이 있다. 표의문자와 표음문자의 가장 큰 차이는 문자가 단음절로 뜻을 나타내는가 아니면 어절(語節)로 뜻을 나타내는가 하는 것인데 한자의 시작은 표의(表意)를 위한 상형문자(象形文字)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언어체계가 복잡화 될 수록 그 한계로 인해 단어를 표기하기 위한 문자로 바뀌어 갔다. 따라서 표의성에 기초하지만 엄밀히 말해 표어문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둘째, 한자는 단음절(單音節) 고립어(孤立語)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상형문자에서 시작한 한자는 글자 하나하나에 독립된 뜻을 가지고 있으며 그 한자(낱개)로써 뜻을 표현할 수 있다. 한글의 명사가 외자가 없는 것과는 틀린 양상이다.셋째, 축약성(縮約性)과 조어성(造語性)이 뛰어나다. 단음절 고립어이기 때문에 한글자 한글자에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적은 문자로도 많은 뜻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과거 죽간(竹簡)등의 기록매체가 귀하던 시절에 큰 이점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한문으로 된 한 페이지를 한글로 번역하면 최소 다섯 페이지 정도가 나오는 것을 보면 이러한 축약성을 여실히 알 수 있다. 또한 한자는 대부분이 명사(名辭)로 되어있기 때문에 명사+명사의 형식을 빌려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기가 용이하여 조어력(造語力)이 뛰어나다 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한자는 정방형(正方形) 문자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한글자 한글자가 반듯반듯한 정사각형으로 한자로 된 문장을 보면 일단 종이가 꽉 차는 느낌이 들고 글자에 기복이 없어 단조로운 느낌이 든다. 때문에 중국에서는 일찍부터 서체(書體)가 발달하여 한자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게 되었다.지금까지 한자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한자의 이러한 특성들이 한자 병용 / 혼용론자들에게 이용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글 전용론자들의 주장과 병용 / 혼용론자들의 주장을 비교해 보고, 무엇이 옳은가 판단하여 앞으로의 나아갈 길을 생각해 보자.먼저 한글 전용론자들의 주장을 살펴보고 그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자. 여러 종류의 한글 전용론자들이 있고 그들의 의견이 조금씩 다른 양상을 띄나 대체적으로 살펴보면,첫째, 우리말은 한글로서 완벽히 표현할 수 있고 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한글은 창제의도를 떠나서 우리말을 표기하기에 완벽한 문자임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한글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한글이 우리가 당연히 써야할 문자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글만을 사용한다면 말을 표기할 수는 있으나 더 높은 수준의 의미전달은 불가능하다. 글을 쓰는 목적은 정확한 의미전달에 있는데 한글은 우리말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자어를 표기할 수는 있지만 본뜻은 나타낼 수 없다. 글쓴이가 의도한 정확한 표현을 위해 한자가 병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누구나 쉽게 뜻을 이해하고 있는 단어들에 대해서도 자신의 알량한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 한자를 남발해서는 안된다. 어디까지나 적절하고 필요한 부분에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이때 괄호를 쳐서 한자를 써야 하지 한글대신 한자를 써서는 안된다. 보는이의 한자수준을 생각하고 혹시 한자를 알지 못하는 경우 한자는 이해를 도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막는 요소로 바뀌기 때문이다. 한글을 먼저쓰고 한자를 괄호로 표기하면 한글을 아는 사람은 읽을 수 있을 것이고, 한자를 아는 사람은 글쓴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둘째, 한자를 사용하는 것은 사대주의적(事大主義的) 발상이라는 것이다. 한글 전용론자들은 한자는 중국의 것을 빌려 쓴 것에 지나지 않으며, 순수한 우리문자인 한글을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민족성을 보존하는 길이라고 역설(力說)하고 있다. 나는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도대체 무엇이 사대주의인가 묻고 싶다. 한자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전설상으로 중국의 삼황오제(三皇五帝)시대 창힐(蒼 )이라는 사람이 처음 만들었다 하며 이 창힐은 동이족(東夷族)이라 한다. 이는 실제로 창힐이 혼자서 한자를 만들지는 않았겠지만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갑골문을 시작으로 고대의 한문기록을 보면 북방민족의 어순이 남아 있는데 이는 만주일대에 거주하던 우리 선조들이 한자발생 초기에 영향을 끼쳤다는 단서가 된다. 이러한 한자가 체계화되어 다시 한반도로 들어온 것은 위만조선 시대인데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중국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중국에서 체계화된 한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 한자들은 중국발음이 아니라 우리말로 읽혀졌으며 이때 도입된 한자를 통해 중국의 문물과 유교, 불교 등을 수용하면서 우리의 문화가 발전하였다. 물론 당시에 우리 문자가 있었다면 너무나 기쁜 일이겠지만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문자가 없었고 역사는 되돌릴 길이 없다. 다행히 앞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우리가 어느 정도 한자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고, 우리식의 한자를 사용하여 문화시대를 열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우리민족의 근간이 되어온 한자를 부정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부정하는 일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자를 부정하고 한글을 전용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대주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서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한자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