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lor Purple들어가며어린 흑인 여자 아이가 아버지의 아이를 낳는 영화의 시작 부분은 내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 주었다. 영화는 의붓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하고 두 번이나 출산을 하였으며, 그 사건의 충격으로 어머니가 죽고, 어린 나이에 낳은 아이 둘을 제대로 안아 보지도 못하고 남의 집에 보내게 되며 결혼 까지도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식모살이 하듯 팔려간 주인공 셀리의 인생을 중심으로 전개 되었다. 이렇게 셀리의 인생에 있어서 굵직한 몇 가지의 사건만 나열해 보아도 그녀의 인생이 얼마나 기구한 지 너무도 잘 느낄 수 있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의 미국 남부지방을 배경으로 한 영화 ‘The Color Purple"을 통해 흑인 여성들의 비참한 삶과 주인공의 자아의식의 형성 과정을 지켜보았다.1. 흑인 여성에 대한 흑인 남성의 학대셀리는 의붓아버지와 앨버트의 거래로 인해 앨버트와 결혼하게 된다. 앨버트는 이미 결혼했었는데 부인은 죽고 아이가 셋이나 있는데 집안일을 볼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셀리와 결혼을 하였으며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셀리를 식모 대하듯 하고 때리고 성관계도 일방적으로 갖는다. 그녀에게 있어서 앨버트는 남편이 아닌 Mr.(주인님) 이다.흑인 여성이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한 것은 이 영화 말고도 ‘Cider House'라는 영화를 통해서도 볼 수 있었다. 그때 당시에는 정말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 극소수의 몰지각한 사람이 벌이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컬러퍼플을 통해 다시 한 번 흑인의 근친상간에 대해 접하게 되니 알게 모르게 빈번히 자행되었던 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이 시대에 강간이라는 것은 흑인 여성들의 육체가 얼마나 많은 유린을 당해 왔는지를 알려주며, 강간 뿐 아니라 흑인 여성들에게 자행된 모든 성적 학대는 흑인 여성의 육체는 자신의 소유가 아닌 남자의 성적 욕구 만족을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나는 처음엔 샐 리가 왜 의붓아버지에게서, 그 다음엔 앨버트에게서 도망치지 않는지 답답했지만 그 당시 흑인 여성들은 남성의 경제적인 힘없이는 살아 갈 수조차 없고 또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그런 사회에서 살아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누군가 “흑인 여성에 대한 차별만 없애도 세상에 차별은 없다.”라고 했다. 흑인들이 백인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하지만 흑인 여성은 흑인 남성들에게 성차별까지 당하기에 결과적으로 이중차별을 당하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영화 속 흑인 남성들은 자신들의 부인, 자녀조차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자신의 만족을 위한 도구, 자신보다 하등한 하나의 객체로 여기고 있었다.영화의 후반 부분에서 셀리가 tur을 따라 앨버트의 집에서 나온 뒤로 앨버트의 집안은 엉망진창이 된다. 그때 앨버트의 아버지가 앨버트에게 “너는 밥해주고 빨래 해줄 여자가 필요하다. 얼른 젊은 여자를 구하거라.” 라고 한다. 이 말은 위에서 지금까지 내가 언급한 흑인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시각을 확실히 드러내 준다. 여자는 모름지기 젊어야 하고, 성적 만족을 주어야 하며 집안일을 해주는 하나의 기계 일 뿐이라는 생각 말이다.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대를 이어 아들에게 가르치는 이 그릇된 가치관이 결국 앨버트를 망치고 하포(셀리의 남편이 전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 중 맏아들)와 소피아(하포의 부인)를 이혼하게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소피아는 다른 여성들과는 다르게 강인하고 대담한 성격의 소유자인데 그녀의 강한 성격 때문에 하포가 근심을 하던 차에 셀리에게 소피아를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는다. 그 때 셀리의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가 너무 충격적이었다.“때려줘.”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남편 앨버트에게 구타를 당하며 살아온 그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거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그녀는 항상 남편에게 맞아왔기에 말 안 듣는 여자를 다루는 방법은 오로지 때려 주는 것 뿐 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지만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던 그녀였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이 교육과 사회화의 힘이라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자신들이 흑인이기에 백인에게 차별과 학대를 받고 괴로워하면서도 자신들의 여인에게 가하는 가혹한 차별, 냉대와 그녀들이 받아야 했을 이중차별이란 현실이 매우 씁쓸하게 다가왔다.2. 위선적인 백인과 뒤엉킨 인간애영화 속에는 위선적인 백인들의 모습도 등장하여 그 시대(19세기 말~20세기 초)의 백인과 흑인간의 인종차별, 사회적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시장 부인은 귀엽고 깔끔한 소피아의 아이들을 보며 “너무너무 이쁘다. 난 흑인을 좋아한다.” 라고 말하고는 소피아에게 자신의 하녀가 될 것을 권유한다. 겉으로 보면 권유이지만 명령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자존심 센 소피아는 거칠게 싫다고 말했고 결국 시장에게 맞고,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소피아가 시장과 시장부인에게 거칠게 대꾸하는 장면에서 보면 거리에 있던 수많은 백인들이 몰려나와 달려드는데 마치 마녀사냥을 하는 듯했다. 8년간 감옥살이를 하고 나온 소피아는 결국 시장 부인의 하녀가 되는데 시장부인은 자신 때문에 소피아가 가족들과 생이별을 한 것에 대해 조금도 미안해하는 기색이 없었고 도리어 자신이 소피아에게 친절을 베풀고 있다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에도 자기 멋대로 행동하며, 운전 못하는 자신을 도와주려는 소피아의 남자 가족들에 대해 기겁을 하고 경계한다. 흑인을 좋아하고 잘 해주려고 한다는 그녀의 말과는 다르게 그녀의 행동은 흑인을 애완동물쯤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 보였다. 자기와 동등한 인격체라기보다는 흑인은 자기보다 하등한 존재이기에 자선을 베풀어 주어야 하겠지만, 자신이 베푸는 것에 대해 흑인들은 항상 감사하고 따라야 한다는 지배자적인 자세가 배어있다. 결국 소피아에게서 가족들과의 크리스마스를 빼앗아간 시장부인이 소피아와 자신의 집에 돌아가면서 소피아에게 손톱 만큼이라도 미안해했을리는 만무하다.또한 확대해석일지는 몰라도 셀리가 상점에서 우연히 자신이 낳은 딸 올리비아를 보게 되는데 올리비아를 맡아 기르게 된 목사 부인에게 대하는 상점주인의 태도도 아주 불손했다. “살 거요, 말거요?” 라는 퉁명스러운 백인 상점 주인의 말투에서 나는 흑인을 무시하는 백인들의 태도를 느꼈다.3. 셀리에서부터 네티까지이 영화에서 셀리, 소피아, 네티, 셕 이렇게 네 명의 여성이 큰 역할을 맡아서 영화가 말하려는 바를 차근차근 전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명의 여성은 각기 다른 캐릭터를 갖고 그 때 당시 흑인여성들 스스로의 가치관과 자세의 변화를 보여주는 듯했다.첫 번째 여성은 셀리다. 셀리는 수줍음이 많고 조용하며 자신감이 없는 성격으로 웃을 때도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다. 또한 그녀는 아버지, 남편, 남편의 자식들에게 엄청난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받았으면서도 그들에 대한 분노, 복수심을 확연히 갖고 있지 못하다. 인간이 인격을 모욕 받았을 때 발휘할 수 있는 ‘분노’라는 자기 방어 기재를 박탈당하고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자랐다기 보다는 침묵하는 주변적인 존재로써 스스로를 여겨왔다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시작부분에서 의붓아버지는 웃고 있는 셀리에게 “웃지 말아라. 정말 못생겨서 보기 흉하다.” 라고 말한다. 나는 이것이 그녀를 자신감 없고 침묵하는 존재로 만드는 발단이었다고 생각한다.두 번째 여성은 소피아이다. 소피아는 용맹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결혼을 반대하는 앨버트에게도 아주 당당하게 맞서 하포와 결혼한다. 그러다 남편 하포에게 맞고 나서 셀리에게 와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평생을 아버지, 형제, 삼촌들과 싸웠어요. 여자아이들은 남자들이 있는 집에서 안전하지 못하니까요. 그런데 내가 가족을 일군 다음에도 내 집에서도 싸우게 될 줄은 몰랐어요. 나는 하포를 사랑하지만 하포가 날 또 때리기 전에 내가 그를 죽일거예요.” 라고 말한다. 항상 남자들의 학대와 억압에 순종적인 셀리에 비해 여성억압적인 사회에 대해 상당히 저항적인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