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 규정의 문제점Ⅰ서론요즈음 표준어를 쓰는 것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는 의식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어문 규정이 자주 변하다 보니 일반인들에게 규정대로 쓴다는 것은 번거로운 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문교부가 1988년 1월에 확정 고시한 새로운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에 대한 비판은 한글학회 소속 학자들과 각종 신문·잡지류의 교열 실무자들, 그리고 국어 생활에 깊은 애착심을 가진 사람들에 의하여 제시되어 왔다. 현재에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종전의 규정보다 불완전하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되고 있고 다시 한번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여기에서는 표준어 규정의 문제점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살펴 보고자한다.Ⅱ본론Ⅱ-1 모음조화의 부조화현재 표준어 규정은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기준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교양 있는 사람'이건 '현대'건 모든 이런 식의 기준은 각각 문제가 있겠지만, 더욱 문제가 있는 점은 이런 기준을 실행하는 현실적 절차에 있다. 조선어학회 때의 인적 구성보다는 소수로 제한한 듯하지만 근래의 '표준어 규정'심의절차 중에 정작 서울말에 정통한 학자가 얼마나 참여하였는가에 문제가 있다. 결국 추상적인 기준이나 총칙의 설정보다 그것을 실천하는 인적 구성이 더욱 문제일 것이다.서울말은 사실 그 자체 속에 부조화음이 있기도 하다. 잘 알려진 ㅗ→ㅜ및ㅏ→ㅓ로의 高母音化 현상으로 서울말에서 '하고→하구', '받아→받어' 같은 변화가 일반화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새 표준어 규정 제8항에 수용되어서 모음조화를 깨뜨리는 부조화의 경우들로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규정된 것 이외에 많은 예들이 현실적으로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런 허용 예시들은 어딘가에 다 예시해 놓아야 할 것이다.Ⅱ -2'ㅣ'역행동화 현상에 대한 역행'l'모음 역행동화는 현대국어에서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여러 방언에서 나타나면서도 비속한 어감을 함께 지니기 때문에 표준어로 인정하기는 어려운 형태이다. 또 이 동화현상에 포함되는 어휘는 너무 많아서 그들을 일괄적으로 다 동화된 대로 인정하면, 표기상 대혼란이 일어날 만큼 큰 변화를 끼칠 것이므로 그 동안 이를 인정치 않는 방향으로 저항해 왔다.제9항 'ㅣ' 역행동화 현상에 의한 발음은 원칙적으로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지 아니하되, 다만 다음 단어들은 그러 한 동화가 적용된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가을 표준어로 삼고, 가을 버림.)가 가 비고-내기 -나기 서울-, 시골-, 신출-, 풋-냄비 남비동댕이-치다 동당이-치다[붙임1] 다음 단어는 'ㅣ' 역행 동화가 일어나지 아니한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가을 표준어로 삼고, 가을 버림.)가 가 비고미장이 미쟁이유기장이 유기쟁이멋쟁이 멋장이소금쟁이 소금장이담쟁이-덩굴 담장이-덩굴골목쟁이 골목장이발목쟁이 발목장이현행 표준어 규정 제9항에서도 원칙적으로 동화형을 표준 발음으로 인정치 않되, '서울내기, 냄비, 동댕이치다'의 단어들만은 동화된 구어(口語) 형태를 표준어로 삼았다. 그러나[붙임1]을 보면, 1936년의 표준어 사정 때 '아지랑이'로 정했던 것을, 그 뒤 1958년 한글학회 중사전에서 '아지랭이'라는 구어투 발음으로 적게 되어 교과서에서도 '-랭-'을 표준어처럼 받아들였으나, 1989년에 다시 품위가 느껴지도록 '아지랑이'로 환원시켰다. 한 語項을 놓고 이처럼 바꿔치기를 거듭하니 사용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고, 또 유독 語項만 그런 단서적 예외 규정으로 처리한다는 데에도 별 설득력이 없다.더욱 합리적 근거가 없는 조처는[붙임2]에 보인다. "기술자에게는 '-장이', 그 외에는 '-쟁이'가 붙는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라고 하고 예시한 단어들 중 '미장이, 유기장이'는 기술자 관계, '멋쟁이, 소금쟁이, 담쟁이-덩굴, 골목쟁이, 발목쟁이'는 그 이의 예가 된 것이다. 그러나 '-장이/-쟁이'가 교체되는 단어들 가운데 이 '기술자'라는 기준만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예들이 나와서 문제가 어려워진다.원래 'l'모음 역행동화라는 改新, 卑語化 현상을 저항하기 위해 오랫동안 역행적 자세를 취해 온 것이 표준어 사정 원칙이었는데, 이번에 제9항에서 이를 선별적으로 풀어 놓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생겼다. 앞으로의 표준어 사정작업에서는 아직 예시되지 않은 단어들에 대해 어느 쪽으로 판정해야 하는가 하는 큰짐을 지게 된 것이다.Ⅱ-3. 준말현행 표준어 규정 제2장 3절은 '준말'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제14항 준말이 널리 쓰이고 본말이 잘 쓰이지 않는 경우에는, 준말만을 표준어로 삼는다. (가을 표준어로 삼고, 가을 버림.)가 가 비고귀찮다 귀치 않다김 기음 ∼매다똬리 또아리무 무우 ∼강즙, ∼말랭이, ∼생채,가랑∼, 갓∼, 왜∼, 총각∼미다 무이다 1. 털이 빠져 살이 드러나다.2. 찢어지다뱀 배암뱀-장어 배암-장어빔 비음 설∼, 생일∼샘 새암 ∼바르다, ∼바리생-쥐 새앙-쥐솔개 소리개온-갖 온-가지장사-치 장사-아치제15항 준말이 쓰이고 있더라도, 본말이 널리 쓰이고 있으면 본말을 표준어로 삼는다.(가을 표준어로 삼고, 가을 버림.)가 가 비고경황-없다 경-없다궁상-떨다 궁-떨다귀이-개 귀-개낌새 낌낙인-찍다 낙-하다/낙-치다내왕-꾼 냉-꾼돗-자리 돗뒤웅-박 뒝-박뒷물-대야 뒷-대야마구-잡이 막잡이맵자-하다 맵자다 모양이 제격에 어울리다모이 모벽-돌 벽부스럼 부럼 정월 보름에 쓰는 '부럼'은 표준어임.살얼음-판 살-판수두룩-하다 수둑-하다암-죽 암어음 엄일구다 일다죽-살이 죽-살퇴박-맞다 퇴-맞다한통-치다 통-치다다만, 다음과 같이 명사에 조사가 붙은 경우에도 이 원칙을 적용한다.(가을 표준어로 삼고, 가을 버림.)가 가 비고아래-로 알-로제16항 준말과 본말이 다 같이 널리 쓰이면서 준말의 효용이 뚜렷이 인정되는 것은, 두 가지를 다 표준어로 삼는 다. (가은 본말이며, 가은 준말임.)가 가 비고거짓-부리 거짓-불 작은말은 '가짓부리, 가짓불'임노을 놀 저녁∼막대기 막대망태기 망태머무르다 머물다 ┐모음 어미가 연결될 때에는서두르다 서둘다 │준말의 활용형을 인정하지서투르다 서툴다 ┘않음.석새-삼배 석새-베시-누이 시-뉘/시-누오-누이 오-뉘/오-누외우다 외다 외우며, 외워: 외며, 외어이기죽-거리다 이죽-거리다찌꺼기 찌끼 '찌꺽지'는 비표준어임.준말에 대해 '본말', 즉 본디말을 대조시켜 3개항의 규정을 세워 놓고 있다. 제14항은 준말이 널리 쓰이고 본말이 잘 쓰이지 않는 경우에는, 준말만을 표준어로 삼는다. 제15항은 준말이 쓰이고 있더라도, 본말이 널리 쓰이고 있으면 본말을 표준어로 삼는다. 제16항은 준말과 본말이 다 같이 쓰이면서 준말의 효용이 뚜렷이 인정되는 것은, 두 가지를 다 표준어로 삼는다. 이러한 식으로 준말과 본말의 짝을 선별적으로 취택한 것이다.이렇게 짝을 이루고 있는 용어들의 필요성이 있고, 그 용법이 표준어 규정에 모두 나타나는 것이라면 이들에 대한 定義도 확실히 해 두는 것이 좋겠다. 왜냐하면 실제로 많은 예를 판정해 나가자면 어느 쪽이 준말이고 어느 쪽이 본말인지 애매한 것도 있고, 모음과 연관된 큰말:작은 말, 자음과 연관된 센말:여린말 등의 관계도 좀더 조직적으로 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Ⅲ조항으로 본 표준어 규정의 문제점제 1항의 대원칙은 1933년 규정의 모순성("소리나는 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그대로 남겨 그 개선안이라 할 수 있는 1980년의 한글학회 맞춤법 대원칙("한글 맞춤법은 표준어의 각 형태소를 소리나는 대로 적되, 그 원형을 밞힘을 원칙으로 한다")으로부터 오히려 퇴보한 것이므로, 최소한 1980년의 대원칙으로 재수정되어야 한다.제 3항에는 "외래어 표기법"보다 더 우선적으로 "표준어 규정"이 따로 있음을 언급했어야 했다. 즉, "표준어는 표준어 규정에 따라 발음함을 원칙으로 하며, 외래어는 따로 마련한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기로 한다."제 4항의 한글 자모 규정은 너무 너절하고 받침자모의 이름과 순서도 언급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이를 한 문장으로 간추리고, 받침자모의 규정도 보완해야 한다.제 15항의 [붙임 1]에서 '넘어지다'와 '떨어지다'는 모두 앞말(즉, '넘다'와 '떨다'의 본뜻이 유지되고 있지 않으므로 각각 '너머지다'와 '떠러지다'로 적도혹 했어야 일관성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제 57항에 열거한 29쌍의 구별 표기들 가운데서 상당수 (예컨데, 가름/갈음, 목거리/목걸이, 부치다/붙이다.제 18항의 3번 용례들 중 '그럽니다/그러오' 列의 열 가지 낱말 용례는 각각 '그렇습니다/그렇소(그래요)'와 '까맣습니다/까맣소(까매요)' 등을 잘못 쓴 것이니 빼어야 한다.제 18항의 6번 용례들 중 '가까워, 괴로워, 매워, (고마워, 사나워, 외로워)'등이 과연 "교양있는 ……서울말"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각각 '가까와, 괴로워, 매와, (고마와, 사나와, 외로와)'등과 함께 표준어로 인정되어야 할텐데, 자연스런 말들을 버리고 덜 자연스런 말을 표준어 또는 옳은 표기로 삼은 것은 지나친 처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