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파업에 관한 조사연구보고서‘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이 말은 지난 화물연대 파업당시 그들의 세상에 대한 외침이었으며, 그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 자부심이었으며, 더 이상 이렇게는 못살겠다는 처절한 절규였다.1. 책을 읽은 후...이 책은 파업당시 지도부를 이끌었던 배성훈이라는 노동운동가의 화물연대파업 당시 투쟁의 기록이다. 당시 1차 파업 때의 8일간의 상황을 민지네(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네티즌)라는 사이트의 자유게시판에 연재 형식으로 기록했던 것인데 상당한 반응을 얻어 오프라인으로 출판된 것이다. 저자는 2003년 5월 물류총파업 투쟁의 진원지가 된 포항화물연대 투쟁을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한 한 사람으로써 이 책을 통해 그 생생한 역동성을 그대로 전달한다. 때로는 소설형식으로, 때로는 시간별 기술 형식으로, 때로는 필자의 감정에 따른 무형식으로 고조된 투쟁의 열기를 한껏 느낄 수 있게 한다.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혹은 그 현장에 참여하고 싶게 만드는 저자의 거침없고 솔직담백한 그리고 때론 과격한 서사에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당시의 언론에 비춰졌던 사실과는 정반대의 관점에서 당시의 화물연대파업을 대하니 과연 진실이란 이렇게까지 왜곡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이 한심한 언론의 일방적 편파보도에 속아 왔는가를 생각하니 분통하기도 했고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2003년 5월과 8월에 있었던 두 차례의 화물연대 파업사태는 언론에 많은 집중을 받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정부와 기업주의 편을 들어 주었고 대부분의 사실이 편파적으로 혹은 왜곡되어 보도되어 많은 국민들의 머릿속에 이번 파업사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심어놓았다. 나 역시 그 중 한사람이었고 이 글을 읽기 전까진 화물연대 파업사태를 단지 그들의 이익추구를 위한 이기적 집단행동 정도로만 생각했었다.실제로 지난 파업사태 당시 좆선일보, 똥아일보 가운데일보(이 책의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등 수구보수 언론에서는 ‘물류대란’이라는 말을 써가며 당시의 파업사태로 인한 피해를 부풀리고 강조함으로써 마치 화물연대 파업으로 국가가 마치 파멸의 위기에 처해 있는 듯 일반 대중들을 선동하려 하였다. 물론 여론은 극히 화물연대에게 불리하게 몰려졌고 그들은 기업주,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까지 공격을 받으면서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었다. 우리 모두는 그동안 우리의 편협한 시각으로 그들의 생존을 위한 파업행위를 경제구조를 망치고 있는 사회를 좀먹는 행위로 몰았던 것이다.2. 화물노동자들의 삶사실 그동안 화물노동자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그들을 보호해주는 노동조합하나 없이 외롭고 힘든 생활을 해왔다. 작년 한 해 동안 140여건의 고속도로 화물차 관련 사고가 있었고 8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도로비, 경유가 등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그리고 할인시간대가 정해져 있다보니 피곤한 몸을 이끌고 졸린 눈을 비비며 운행해야하는 처지는 필연적으로 대형사고를 부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안식처가 되었던 간이정류장이 폐쇄되면서 화물차량 운전자들이 쉴 곳도, 먹을 곳도, 잘 곳도 없는 죽음의 장거리 운행을 하고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쉬지도 못하고 수백 킬로미터를 운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운송중의 고속도로에서 휴게소가 노선별로 300km의 구간에 한 군데로 설치되어있어 현재 노상갓길에 주차하고 새우잠을 자른 기사들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는 동사하는 기사들이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 사실은 현재 화물기사들의 근무조건이 얼마나 열악한가를 보여주는 사실이다.그들의 경제상황을 보면 더욱 더 그 현실은 참담하다. 차량 할부값을 값지 못해 평생을 전세·월세를 전전긍긍하며 전근대적이고 불법적인 지입제는 할부로 구입해 빚이 되어있는 자기 차의 소유권마저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하는 일이라곤 없는 운수사업자들이 지입료만 챙겨먹고 악덕운수업자들은 지입제를 악용하여 멋대로 그들의 차를 담보로 부채를 끌어 쓰고 있다. 특히 지입사기꾼들의 문제는 이미 사회 문제화 된 지 오래이다. 게다가 2중, 3중의 다단계 알선으로 알선료를 챙겨먹는 알선업체들이 그물망처럼 얽혀있고 결국 직접 운송하는 화물차운전자들은 원래의 운임에서 훨씬 낮은 운송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 하에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뿐이었던 것이다.3. 화물연대파업의 결과하지만 이번 화물연대의 2차 파업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8월 21일부터 계속됐던 2차 파업이 9월 5일 공식적으로 철회함으로써 화물연대가 백기를 들고 스스로 항복한 것이다. 수 십 명의 지도부가 구속·수배되었고 당시 참여했던 파업참가자들은 화주업체들에게 계약해지를 당했으며, 그리고 엄청난 탄압이 계속되었다. 결국 이번 파업의 최후 승자는 정부, 기업주, 언론들인 것이다.4.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경제구조가 건강해야 경제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경제구조가 건강하다는 것은 경제구조가 효율적이면서도 분배원칙에 맞을 때 가능한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하에 일방적인 노동자의 희생의 강요로 인건비를 줄임으로써 생산원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우리는 지금의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경제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미 고도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고 고임금 시대에 접어든 지도 이미 오래다. 이제 저원가경쟁의 승부는 중국, 동남아 국가와 같이 급성장하고 있는 개도국들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고 이제는 품질과 서비스로 여러 선진국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의 노동자들은 이제 상당한 고급인력이므로 그들의 능력에 맞는 대우만이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동기가 될 것이고 곧 경쟁력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경제구조는 그들의 의욕을 송두리째 꺾어버린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사글세방을 벗어날 수가 없고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빚은 그들을 무능력하게 만들어 이 사회는 갈수록 활기를 잃어가고 침체되고 있다. 거기에다 외국산 명품을 구입하고 투자처를 찾고 악성소비처에 돈을 쏟아 붙는 일부 상류층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더욱 한숨만 늘어가고 그 사회는 아무런 의욕이 없이 정체되고 마는 것이다.5. 무엇이 문제인가?그 세부 요인들을 알아보자면 첫째로는 IMF이후 운임은 한번도 오른 적이 없지만 고속도로통행료와 경유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2년 경유 가격이 리터 당 324원에서 현재 840원으로 159% 인상됐으나 운송요금은 92년 이후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다. 둘째로는 지입제라고 하는 다단계식 알선체계이다. 이러한 알선체계를 통하면 총 수입 중 조합원들이 받게 되는 수입은 6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화물차운송업을 하고 싶어도 화물차 5대 이상을 소유해야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조건이 되는 운송업체의 이름을 빌린다는데, 그렇게 되면 자기차임에도 불구하고 그 운송업체가 부도나는 경우, 소속된 차량에 가압류를 하니까 억울하게 개인차량마저 피해를 볼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송업 허가를 받기 힘들어서 그런 식으로 개인차주가 운송업체의 이름을 빌리는 경우는 전체 개인차주의 90%라고 한다. 세 번째로는 화물운전자에게로 미루어진 각종 비용들이다. 컨테이너 운송차량은 화주들이 보통은 월말에 운송회사로 현금 입금해준다. 그런데 운송회사에서는 실제 운송차량의 차주에게 어음으로 준다고 한다. 그러면 차주는 그 어음을 현금화해야 할 것이고, 현금화하면 또 수수료를 떼곤 한다. 이것을 대출 이자급 이라고 한다. 거기다가 운송업체에서 타 운송업체와 경쟁하느라고 화주에게 마구 운송비를 깎아주곤 하는데, 할인되는 액수는 그대로 차주가 부담하게 된다. 또한 기름 값이 올라도 운송비는 그대로에 고속도로통행료도 인상될 때마다 고스란히 차주가 물어야 한다. 그리고 화물차보험료는 일반 차 보험료보다 훨씬 비싸다. 이러한 많은 상황들이 화물 운전사들은 아무리 일을 해도 점점 적자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가져오는 것이다.6. 대책은?화물연대가 요구하고 있는 주된 내용은 특별 소비세 인하, 도로비 인하 및 체계 개선, 지입제 철폐, 다단계 알선 근절 등이다. 특별 소비세 인하, 도로비 인하 및 체계 개선의 사항은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금방 개선될 수 있는 사항일 것이다. 하지만 지입제 철폐와 다단계 알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화물운송구조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 문제의 해결책을 위해 선진국인 미국의 화물 노동자의 경우를 한 번 살펴보자. 미국 뉴욕·뉴저지 항만의 Trucking은 거의 대부분(90%)이 대형 운송회사 소속 정식 직원인 트럭운전사가 수행하며 이들의 연봉은 $40,000∼$50,000에 달하고 있다. 이외에 일부 회사 소속이 아닌 개인 트럭운전사의 경우 Trucking Sales Company를 통해 일감을 제공받고 운송대가의 20% 정도를 Sales 커미션으로 Sales Company에게 지급하고 나머지는 전부 자기 수입이 된다. 미국 항만 내 트럭운송의 경우 개인운전사의 비중(10%)이 상당히 낮고 대부분의 운전사가 회사 정식 직원으로서 보험, 급여 등이 회사로부터 제공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하청권의 하청·재하청에 따른 폐단(낮은 운임에 따른 低 마진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