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의 인륜성 체계헤겔은 이라는 변증법적 지양의 원칙에 입각하여 이념과 현실, 물 자체와 현상, 유한과 무한을 종합하고자 하였다. 그의 이와 같은 관점은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데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는 고대의 직접적 공동체를 근대의 특수적 개별자와 다시 종합해내어 개체가 존재의 의미를 갖는 국가를 확립하고, 나아가 자연성과 규범성이 직접적으로 통합되어 있는 고대적 인륜태를 이들이 분리되어 있는 근대적 세계를 매개로 하여 다시 통일하여 근대적 인륜태를 확립하고자 하였다. 이것은 단순히 고대로의 복귀가 아니라 근대 시민사회의 이익 중심적 개체를 고려하는 내용이 채워진 복귀다. 즉, 그는 추상적 보편이나 추상적 개체를 거부하고 전체와 개체를 변증법적으로 종합한 으로서의 근대적 인륜성을 확립하고자 하였다.따라서 헤겔의 이러한 입장에서 볼 때 칸트 역시 근대 세계에 빠져 보편과 개체, 자연성과 규범성, 도덕과 법의 분리 상태에 머물고 있을 뿐이지 고대를 통해서 변증법적으로 다시 지양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헤겔은 변증법적 관점에서 칸트의 이원성을 비판한다.그에 의하면 정언 명법에 입각하고 있는 칸트의 도덕성은 이 땅의 국민 의식과 함께 자라나지 못하고 추상적인 정신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다시 말하면 칸트의 도덕성은 현실의 인정 투쟁 속에 담겨 있는 정신의 진정한 내용을 간파하지 못하고 공허한 주관적 형식주의로 경도되었다. 적어도 헤겔에 의하면 덕성(Tugend)을 통해 추구되는 개인의 당위적 보편성은 세계 행정(Weltlauf) 속에서 스스로의 희생을 통하여 현실성을 얻어야 한다. 그에게는 덕성과 세계 행정, 특수한 이해 관심과 보편성, 도덕성과 구체적인 세계가 서로 외적으로 관련된 채 대립되어 있는 분리의 세계가 아니라 변증법적으로 지양되어야 한다. 그러나 헤겔은 칸트의 철학에는 이러한 상호 지양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본다.헤겔은 칸트와 달리 법과 도덕을 통일시킨다.보편-특수-개별 즉, 추상권(법)-도덕권-인륜권으로 이루어진다. 보편과 특수를 통일시켜 개별을 완성하고 이것이 자유의 완성이다. 자유의 객관적 외화는 소유인데, 칸트에게서의 소유는 내가 인정한 소유지만, 헤겔은 나뿐만이 아닌 타인에 의해서도 나의 소유를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소유라고 한다. 소유를 ‘나와 너의 관계’인 상호인증 관계로 만든다. 칸트는 추상적 형식으로서의 인정(순수 형식으로서의 인간)을 말하는데 여기엔 윤리는 없고 도덕만 강조되어 있다. 그러나 헤겔은 추상적 형식으로서의 인정과 역사의 전 과정 그리고 인간사회의 관습이 모두 합해져야 비로소 ‘인간’이라는 것이다. 칸트가 개인의 이익에 중점을 두고 있는 부르주아 사상가여서 사회 이익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는 현실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이해관계가 얽힐 수밖에 없는데 이 문제를 사회적 맥락을 넘어선 초도덕성에 호소함으로써 비현실성을 지니게 된다고 비판한다. 칸트에게는 개인의 이익 추구와 정언 명법 사이에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헤겔은 칸트의 원전을 인용하여 그의 인륜의 법칙을 단지 ?인간적 심정의 능력?에 지나지 않으며 인륜(Sitte)의 의미는 생활 습관(Manieren)이나 생활 방식(Lebensart)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칸트의 인륜의 법칙을 내면에 침잠하는 ?덕(德)의 기사(騎士)?에 지나지 않으며, 단순한 의욕만의 월계수는 결코 푸르러본 적이라곤 없는 메마른 나뭇잎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헤겔은 칸트의 이러한 도덕성과는 달리 도덕성을 내적인 자유의 의무를 한정짓는 데 국한시키지 않고 내적인 자유가 현실화된 제도에까지 관계하게 만든다.그래서 이제 헤겔에게는 도덕성으로부터 (칸트에게서는 단지 법아래 질서 지어져 있던) 가족이나 사회나 국가라는 제도들로의 이행은 곧 인륜성의 이행으로 파악된다. 그는 고대의 추상적 인륜성과 칸트의 추상적 도덕성을 변증법적으로 종합하여 구체적 인륜성으로서의 제도적 현실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인간의 진정한 자유를 실현하고자 한다. 따라서 인륜적인 것은 선의 경우와 같이 추상적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내밀적인 의미에서 현실적이다. 그러므로 헤겔의 인륜성은 법과 도덕의 변증법적 통일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근원적으로 자연성과 규범성의 변증법적 통일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처럼 그의 인륜성은 의무론과 목적론의 변증법적 종합에 의해서 성립되며, 덕의 길과 세계의 길이 변증법적으로 하나가 된다. 쉽게 말해서 보편적 인간(추상법)과 특수한 인간(도덕법)의 통일로 인해서 인륜성 체계가 구축되고 이것은 ‘가족, 시민사회, 국가’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보편적 인간은 추상적?형식적??보편적?직접적 동일성을 지닌 인간이며 특수한 인간은 내적양심?자아 등을 일컫는다. 이 인륜성 체계에서의 인간은 이념적 형태에서 근세 자유주의의 시민들로서의 인간으로서 각 개성을 가지고 그것을 실현하는 인간이다. 이 인간들은 추상적이고 도덕적인 법의 보호를 받고 이 인륜성 체계는 변증법적 관계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