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를 읽다 문득 생각에 빠졌다. 나에게 어린 왕자가 다가와서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 그림을 가져온다면 “과연 나는 모자라고 생각지 아니할 수 있을까?”다시 한 번 물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은 동의어일까? 나는 나이는 먹고 싶지만 늙고 싶지는 않다. 약간은 모순된 이런 말이 자신이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철없어 보인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런 이들에게 나는 말한다.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해야 한다고. 당신과 내가 같지 않다고 내가 틀린 것이 아니라 당신과 나는 단지 다를 뿐이라고.24살. 현재의 내 나이를 나타낸다고 하는 숫자다. 내 나이는 생각보다 참 맛있다. 왜냐하면 나는 참 나이에 맞지 않게 10년 넘게 간직해 온 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세계정복. 더 정확히 말하면 내 싸인 하나로 전 세계의 경제나 문화 또는 정치 그 중 무엇 하나만이라도 변하게 하고 싶다. 모르겠다. 난 잘 모르겠다. 왜 아직도 이런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고 있는지. 과연 나는 그 근처, 아니 그 영역이 아련히 보일 듯한 영역이라도 근접할 수 있을까? 10대에는 당연히 될 줄 알았다. 단 한 번의 의심조차 하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나는 나를 너무나 사랑하고 아끼며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하늘을 뚫어버릴 정도였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되지 않는 일이 없었다. 물론 실패하는 일도 있었겠지만 그건 하수구에 빠진 10원짜리일 뿐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을 그런 정신이 있었다.하지만 누구든지 자신을 재판하는 일은 가장 곤욕스럽고 가장 어려운 일이겠지만 내가 재판하는 지금의 나는 점점 어린왕자가 말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보아 뱀 속의 코끼리가 자욱한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내 시야에서 흐려지기 시작했다. 점점 시간이 가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 버려왔던 10원짜리들이 쌓여 나를 재촉하는 나의 발길에 채이기 시작할지도 모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최고는 되고 싶지만 결코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두려웠다. 내가 최선을 다해도 최고가 되지 못할까 두려워 핑계를 미리 만들어 놓는 내 모습이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10년 전 생각했던 나의 24살 미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 어린 시절에는 우물 안 올챙이였을지도 모르지만 그 우물 안에서만큼은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사회라는 엄청난 하드 펀쳐한테 두들겨 맞아 서 있는 것조차 힘들 때도 있다. 아직 공격다운 공격은 들어오지도 않고 잽 몇 방 맞았을 뿐인데도 말이다.하지만 나는 아직 쓰러지지 않고 꼿꼿이 버텨 서서 마우스피스를 꽉 깨물고 두 주먹 불끈 쥐고 대들고 있다. 수백 수만 가지의 장미가 피어있는 곳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한 오직 ‘나만의 장미’라는 펀치를 찾아 한 방 날리기 까지는 절대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찾아 날려도 쓰러지지 않으면 계속 날리고 다른 것도 날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