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 성찰의 영상화, 매트릭스학번 이름우리는 꿈속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낀다. 하지만 꿈에서 깨어나 눈을 뜨는 순간, 이전의 모든 순간들은 허구가 되어있다. 꿈속에서 보았던 장면이나 느꼈던 감각들이 아무리 생생할지라도 그것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다. 꿈에서 깨어난 후 눈앞에 펼쳐진 현실 역시 ‘실존하는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 또한 꿈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의심스러운 감각에 의해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인간의 감각을 신뢰할 수 없다. 우리 육체의 실재성에조차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이다.데카르트의 ‘성찰’과 영화 ‘매트릭스’는 육체의 실재성에 대해 동일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데카르트는 “인간의 감각이나 사물들은 그 존재성을 증명할 수 없고, 오직 이 모든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유하는 존재로서의 나 자신만이 그 실재성을 입증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인간의 감각은 빛의 굴절현상이나 꿈과 같은 무의식상태에서 진실을 왜곡하곤 한다. 이렇게 진실 되지 않은 감각을 통해 인식되는 모든 사물들 역시 그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즉 그는 육체의 실재성을 의심하면서 사유하는 정신만이 존재를 확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토머스 앤더슨은 지금까지 그가 현실이라고 믿어왔던 매트릭스가 허구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시온의 전사들의 도움을 얻어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그가 각성을 하기 이전에 살던 세계에서는 실존하는 현실과 같은 모든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조작된 허구였다. 그 세계 안에서 그가 느낀 감각이나 모든 경험들 역시 허구였고, 토머스 앤더슨이라는 인물 역시 현실 세계의 인큐베이터 안에 있던, 그의 육체와는 분리된 정신에서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그는 각성을 통해 현실의 실존하는 인물 ‘네오’로 재탄생한다. 토머스 앤더슨으로 생활할 때 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다는 점은 이 영화가 육체의 실재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근거가 된다.그러나 이 논증 과정에서 “인간이 감각을 느끼는 것이 정신이 아닌, 육체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눈을 통해 사물을 인식할 때, 육체는 단지 사물을 향해 있을 뿐이고 사물을 본다는 것은 이미지가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 후 뇌에서 이루어지는 정신적 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카르트가 언급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감각의 인식작용을 하는 정신이 아니라 사유하는 정신을 말하는 것이다. 감각을 인식하는 것은 불확실하며 자의적이므로 객관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이성에 의한 명석 판명한 인식은 그 객관성을 가질 수 있고 이를 사유라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감각 역시 육체를 통해서 인식되는 단순한 과정이라고 보아 육체의 실재성을 의심한다는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