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술을 정서나 감수성과 같은 것들로 연관 짓지만, 그리스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그들에게 예술은 테크네, 곧 합리적 규칙에 따른 활동이었다. 따라서 당시엔 회화나 조각뿐만 아니라 합리적 제작규칙을 가진 모든 활동, 즉 의자나 침대를 만드는 수공 활동과 학문까지도 테크네로 간주했다. 한편 시는 음악과 무용, 연극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었는데, 재미있게도 시는 예술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시는 ‘영감’ 또는 ‘광기’의 산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플라톤은 시인을 공화국에서 추방한 것으로 유명한데, 사실 플라톤이 시를 모조리 광기의 소산으로 본 건 아니다. 그도 ‘광기’의 시와 ‘기술적’ 시를 구분한다. 뒤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을 써서, 시에도 합리적인 제작 규칙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때 비로소 시는 어두운 마술의 세계에서 벗어나 테크네가 될 수 있던 것이다.“ 예술은 미메시스가 아니다. 조각가나 건축가는 눈에 보이는 대상을 모방하지 않는다. 예술가의 영혼은 정신세계 속의 ‘원형’을 보고 그것에 따라 창작한다. 그는 이 ‘원형(형상)’을 무정현적인 ‘질료’에 부여해 아름다운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만약 예술작품이 아름답다면, 그 아름다움의 근원은 가시적 세계에 있는 게 아니다. 그건 예술가의 내면에, 더 나아가서는 원래 정신세계에 있던 거다. 예술가는 이렇게 질료에 형상을 부여함으로써 자연에 모자란 것을 보충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가는 창조자다. ”위에 텍스트는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라는 책의 일부분이다. 예술은 미메시스가 아니다, 라고 한다면 미메시스란 무엇인가?모방론에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두 이론이 존재한다. 이데아 사상과 시인 추방론을 주장했던 플라톤의 이론과 문학을 적극 옹호하는 입장에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방론은 차이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이하의 본문에서는 모방론이 과연 무엇인지와 플라톤의 모방론,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방론을 모두 알아보고 그 두 모방론에 어떠한 차이점이 존재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1. MIMESIS 미메시스, 모방사전적인 정의로 보자면 모방, 흉내와 함께 예술적 표현도 의미하는 수사학 , 미학 용어다.미메시스는 엄밀한 의미에서는 단순히 모방(imitation)을 뜻한다.문학이 자연을 모방한다거나, 사회현실을 그대로 담아낸다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다. 즉, 허구이며 문학의 세계는 모방의 세계이다. 한마디로 작품과 세계에 초점을 두어 작품은 현실 세계의 모방이라는 것이다.모방이론은 플라톤의 ?이상국론?에서 처음 제기되었고, 아리스토텔레스의?시학?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2. 플라톤의 모방론플라톤에게 있어 예술은 모방이며, 이러한 모방성 때문에 예술은 실재와는 거리가 멀고, 한낱 이미지(모방)에 불과하다. 모방 혹은 복제라는 개념은 대상의 세 가지 단계에 대한 플라톤의 학설에 기초하고 있다. 대상의 세 가지 단계는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먼저 첫 번째로, 완전히 실재하며 완전히 이해 가능한 절대적이고 영원한 형상과, 두 번째로, 형상으로부터 복제된 지각 가능한 대상, 그리고 세 번째로 지각 가능한 대상을 복제한 예술 작품 등이다. 침대이론을 예를 들어 생각해 보면 침대의 형상은 첫 번째 단계의 대상이며, 목수가 만들어낸 지각 가능한 침대는 두 번째 단계의 대상이며, 화가가 그린 침대의 그림은 세 번째 단계의 대상이다. 그러므로 예술 작품은 모방의 모방이며, 따라서 실재보다 두 등급이나 낮다. 그리고 진리는 전적으로 실재하는 형상 속에서만 적절하게 생각될 수 있으므로, 예술 작품은 진리에서 두 단계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더구나 사실이 아니라 외양을 모방하는 화가와 시인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복제하지도 않는다. 침대를 그리는 화가는 어떤 한 관점에서만 감각에 즉각적으로 보여 지는 대로 그것을 그린다. 그러므로 모방적인 예술은 진리와는 동떨어져 있다.플라톤은 "모방적 예술은 진리에서 멀리 벗어나 있으며, 이 때문에 예술은 모든 것을 그리고 모든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언급하고 또 "그들(시인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볼 때, 그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실재로부터 세 단계나 벗어나 있으며, 진리에 대한 아무런 지식 없이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은 실재가 아니라 이미지(모상)라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고 말한다. 위의 구절들로부터 우리는 플라톤이 미적인 경험을 상상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미적 경험의 대상은 이미지(모상)로 이해하고 있음을 이끌어낼 수 있다. 플라톤에 있어서 이미지란 모방하고 꿈꾸는 활동에 의해 파악되고 창조된 한낱 겉모양에 불과한 것이다.3.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방론아리스토텔레스는 모방으로부터 그의 근본적인 예술 이해, 예술을 구분하는 근거, 개별적인 예술 장르를 정의하는 기초를 얻는다. 그는 모방이라는 개념을 엄밀하게 정의하지는 않았지만 대상을 사진을 찍는 것처럼 복사한다는 의미로 말한 것은 결코 아니다.그는 현실을 모방하는 예술가는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더 아름답거나 혹은 더 추하게 묘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인은 다른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모방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물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거나 혹은 그들에게 나타나는 대로 또는 그들의 생각으로 그렇게 되지 않으면 안 되는 방향에서 표현해야 한다. 있는 그 자체가 아니라 있어야 할 이상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예술가의 모방은 결코 복사가 아니다. 또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가들이 보편적인 의미를 갖는, 즉 전형적인 것을 표현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그의 모방 이론은 자연주의 예술관과 거리가 멀다. 시는 보편적인 것을 표현하고 이에 관해 역사 기술은 개별적인 것, 개체적인 것을 서술하기 때문에 문학은 역사 기술보다 더 철학적이고 더 심오하다. 그는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다’고 하고, 비극의 호용은 울적한 기분을 발산시켜 정신을 정화 (katharisis)시키는 것이라고 하였다.예술은 내적인 필연성에 일치하는 것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할 때 현실의 단순한 모방으로 그의 모방 이론이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예술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개별적인 사건이나 인물이 아니고 그의 전체적인 연관성이다. 이러한 전체적인 연관성은 현실과 비교되면서가 아니라 그 자체의 구성에 따라서 평가되어야 한다. 이러한 모든 사실로 미루어볼 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모방(mimesis)이라는 개념은 복사가 아닌 독특한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방은 결코 '...처럼 만든다'가 아니라 '...에 따라서 만든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