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건과 정치?행정의 관계론“저는 오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에 사임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드린 점에 대해서 송구하게 생각하며 국민의 건강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기원합니다.”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서한 전문이다. 짧지만 행정가로서 그의 행보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녹아있다. 전 장관의 사퇴를 둘러싼 파문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남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인으로서 책임과 행정가로서 책임의 연원이 별개의 것인가? 정치적 복종과 행정적 판단의 관계는 어떠한가? 그가 말한‘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책임’에서는 어떠한 함의를 찾을 수 있는가? 의문의 해답을 찾을 실마리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고위공직자, 특별히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위치가 가지는 의미와 그 역할을 이해함으로서 찾을 수 있다.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쳐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큰 화두 중 하나는 ‘복지’이다. 복지에 대한 철학적 논쟁은 둘째 치고, 복지는 실질적으로 대규모의 예산을 움직여야 하는 만큼 사회구성원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문제이다. 복지정책이 지향하는 바에 따라 당장에 다달이 들고 나는 돈의 액수가 달라진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복지란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이러한 배경 속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결단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행정가로서 주어진 권한은 단순히 고도의 전문 행정을 맡기기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니다. 많은 결정권을 가지는 고위공무원에게 복잡한 행정을 처리하는 기계적 업무가 책임 범위의 전부는 아니다. 행정가는 많은 경우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면서 정치적인 판단을 내리고 이에 대해 책임져야만 한다. 그에게 주어진 많은 권한 뒤에는 국민의 정치적 지지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임명직?선출직 공무원이 정치적 실권을 가지는 우리나라에서, 고위공직자는 단순히 일을 잘해서 그 자리를 맡게 된 것이 아니라 특정한 정치적 신념에 따라 행정을 운영할 것으로 생각되어 선택되는 것이다. 멀리는 정부를 구성하는 주권의 부름에 응답하고, 가까이는 구체적 모습으로 형성된 정부조직에 충실한 것이 그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따라서, 진영 전 장관이 언급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책임’이라는 말에도 다분히 정치적인 의미가 포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초연금 제도에 관해 박근혜 정부와 진 전 장관이 추구하는 노선이 달라지는 과정에서 ‘정치적 책임’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과 정부에 대한 발언에서도 역시 그의 직분이 감당해야 하는 정치적 민감성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