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배상』을 통해 본 팜므파탈필름 느와르에서 팜므파탈은 극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소 중 하나이다. 『이중배상』의 월터라는 캐릭터는 돈과 여자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지만 결국 둘 다 가지지 못하는 주인공이다. 이 캐릭터를 파멸로 몰고 가는 인물이 바로 팜므파탈, ‘필리스’ 라는 여인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약 70여 년 전에 만들 어진 영화에서 묘사하는 팜므파탈의 모습과 최근 영화에서의 팜므파탈의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는 것이다. 보일 듯 말 듯 벗은 몸을 드러내는 첫 등장,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굳이 단추를 잠그며 계단을 내려오는 여주인공의 모습과 이를 훑어 올리는 카메라 워킹, 매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는 금발의 미녀, 담배를 피며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풀렀다를 반복하는 모습-이것은 마치 원초적 본능이 이 영화를 패러디를 한 것처럼 보였다-, 센스 있는 대화의 기술, 패셔너블함, 그리고 팜므파탈은 항상 경제적으로 부유한 쪽에 가까운 부류로 묘사되는 점, 폭행을 일삼고 성적 학대를 가하는 남편을 둔 가여운 여인으로 표현되는 것 등 요즘 영화 라고 해도 무색할 만큼 팜므파탈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었다.남자를 유혹해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팜므파탈의 기원을 본인은 성경(聖經)에서 발견한다. 아담을 유혹해 선악과를 먹게 하는 이브의 모습에서 영화상 표현되는 팜므파탈의 원형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스토리의 기저에는 남성우월적인 모습이 엿보인다. 남성의 죄의 원인을 남성 안에서 찾지 않고 여성에게 떠넘기는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남성이 만들어내는 영화이기 때문일지 모르지만 아담이 죄를 이브에게 떠넘기는 것처럼 남자 주인공은 죄의 원인을 팜므파탈에게 떠넘긴다. 결국 『이중배상』에서도 음모에 빠져 죄를 지은 월터를 관객들은 용서한 것처럼 보인다. 키즈가 실마리를 하나씩 찾아낼 때, 월터와 키즈, 그리고 기차에서의 목격자가 3자 대면할 때, 사람들은 그 상황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면서 영화를 봤을 것이다. 어느새 월터의 편이 된 관객은 월터의 죄는 잊고 그 모든 것을 필리스 에게 뒤집어씌운다. 결국 필리스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사건이 해결된 듯한 인상을 받게 되고 월터가 죽어가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를 동정을 하게 된다. 같은 죄인을 두고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다. 팜므파탈은 결국 남자 주인공에게 면죄부를 주는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2006년 미국의 남성포털사이트 ‘애스크멘’이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 악녀 베스트 10’을 선정해 발표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10위는 ‘007 골든아이’의 팜케 얀센, 9위, ‘블루스 브러더스’의 캐리 피셔, 8위, ‘스피시즈’의 나타샤 헨스트리지, 7위, ‘킬 빌’의 대릴 한나, 6위, ‘졸업’의 앤 밴크로프트, 5위, ‘이중배상’의 바버라 스탠윅, 4위, ‘요람을 흔드는 손’의 레베카 드모네이, 3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루이스 플레처, 2위, ‘위험한 정사’의 글렌 클로즈, 1위,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이었다. 연기력과 작품성에 대한 공신력은 없을지 모르지만 대중들이 인식하는 팜므파탈의 이미지가 어떤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리스트에서 흑인과 아시안은 찾아볼 수가 없다. 팜므파탈의 이미지가 도식화 된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영화적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팜므파탈의 모습이 필요한 때가 온 것 같다. 그런 팜므파탈을 보게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