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명 ?한국 대중문화 속 롤리타(Lolita) 코드와걸그룹의 소녀 성애적 이미지를 통해 본 성차적 위계를 중심으로학교학년학번 이름지난 2015년, 대한민국 대중문화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다. “국민여동생”이라는 타이틀로 불리며 노래, 작사·작곡, 춤, 연기 모두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만능 엔터테이너 아이유가 그의 신보 의 수록곡 ‘Zeze’를 통해 페도필리아(pedophilia), 일명 롤리타 콤플렉스(Lolita Complex)라고도 불리는 소아성애 컨셉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은 SNS와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Zeze’ 가사뿐만 아니라 같은 앨범의 타이틀곡 ‘스물셋’ 뮤직비디오, 앨범 자켓 아트, 앨범 자켓 사진, 인터뷰와 심지어 훨씬 이전에 찍은 화보도 롤리타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고 이를 통해 아이유=소아성애자라는 칭호를 얻게 된다. 논란이 가중되면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출판한 출판사 ‘동녘’ 측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아이유님. 제제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라는 장문의 글을 게재하였고, 이후 아이유의 공식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급기야 소재원, 윤종신, 이외수, 진중권, 허지웅 등의 유명인사까지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롤리타 논란에 대한 설전을 벌이게 되었고, 출판사 ‘동녘’의 공식 사과를 끝으로 논란은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듯했다.‘아이유 사태’라고도 불리는 이 논란은 한국 대중문화의 여러 면을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논지에 벗어난 추측성 글과 무차별적인 힐난으로 얼룩져 아이유에 대한 마녀사냥을 진화하는 선에서 종료되었다. 나는 아이유 사태를 통해 대중문화 속에 만연해 있는 ‘롤리타 코드’를 바라보며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윤리’ 사이에서의 대중의 반응을 분석하고자 한다. 또한 실제 대중문화 속에서 여성연예인의 이미지(특히 걸그룹)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와 그 이미지를 상실하거나 위반했을 때 대중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과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성차적 위계에 대해 통시적 관점에서 논거 하고자 한다.1. 대중문화 속 롤리타 코드와 사회적 윤리의 줄다리기이번 아이유 사태가 벌어진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아이유가 5살 어린아이 제제를 ‘성적 대상화’ 했다는 점이다. 각종 커뮤니티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Zeze’ 가사는 물론 ‘스물셋’ 뮤직비디오 장면과 아이유가 이전에 찍었던 화보 등을 하나하나 떼어 도상학적인 분석을 한 게시물들이 올라왔고 “아이유는 원래부터 더럽고 불쾌한 소아성애자였다.” 라는 인식이 만연해지며 결과적으로 과도한 확증편향과 일반화의 오류를 낳았다. 과연 아이유는 머릿속에 파렴치한 생각밖에 없는 끔찍한 소아성애자일까?우리나라 대중문화에는 수많은 롤리타적 코드가 존재한다. 대중이 그것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수용하고 있다는 것은 반증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이유의 뮤직비디오나 앨범 자켓 등에 등장하는 롤리타 코드는 어쩌면 그다지 새롭거나 충격적이지 않은 ‘클리셰’일지도 모른다. 아이유 사태에서 많은 이들이 아이유에게 비판하고 있는 점은 이러한 대중문화 속 롤리타 코드가 소아성애자나 아동 성폭력을 낳을 것이라 우려에서 시작되었다. 대중문화 속 롤리타 코드는 비밀스럽게 자신의 마음속에 담아둔 인간의 내면적 욕망을 표현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롤리타 코드가 성적인 욕망을 부추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에게는 소아성애적 욕망이 유효하며, 그런 사람을 일컬어 소아성애자라고 한다. 즉, 일반적인 사람들이 롤리타 코드를 접하더라도 소아성애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또한 소아성애자라고 해서 모두 아동 성폭력범이 되는 것도 아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행위가 범죄임을 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아성애자 양성이나 아동 성폭력 범죄의 위험성을 잣대로 아이유 사태와 대중문화의 롤리타 코드를 논하는 것은 논리의 오류라 할 수 있다.아이유는 ‘Zeze’ 가사에 대해 밍기뉴의 관점에서 제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지만, 많은 이들은 이것을 두고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윤리’의 이원론적 관점에서 팽팽한 의견대립을 벌였다. 과연 예술에는 답이 있는가? 내가 이 예술작품에 대해 ‘좋다’ 또는 ‘싫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일 뿐 다른 어떠한 것의 개입은 들어가지 않는다. 예술작품은 그 전체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유의 ‘Zeze'는 ‘맞다·틀리다’의 ‘윤리적’ 잣대로 평가되었다. 아이유의 ‘Zeze’에 대해 잘못된 해석이라 직접 비판한 출판사와 이에 호응하여 아이유를 아동성범죄자로 치부하고 음원폐기를 주장한 집단은 그들 자신의 윤리적 판단을 토대로 아이유와 대중문화의 롤리타 코드에 대해 ‘틀렸다·나쁘다·금지해야한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냈고, 그들의 주장은 우리 사회 안에 잠들어 있던 대중문화적 파시즘을 여과 없이 보여준 결과이기도 하다.2. 대중문화 속에서 소비되는 소녀성대중문화 속 만연한 롤리타 코드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왜 대중문화 속에서는 어린 여성의 ‘소녀성’이 소비되는 것이며, 그들에게 열광하는 ‘삼촌팬’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의미는 무엇인지.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대중문화 속 소녀성의 이미지 변화에 대해 통시적 관점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한국 소녀 그룹의 시초는 1990년대 후반, 1세대 아이돌인 ‘SES’와 ‘핑클’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하얀 원피스를 입거나 단정한 교복과 가방을 메고 순수한 사랑과 꿈의 감정을 노래하며 그들만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 시대 여자 아이돌은 몸매를 드러내지 않고 노출을 제한하여 귀여움과 순수함을 강조하였다. 즉, 성애(Sexual)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사, 의상 등의 코드는 그들의 실제 나이와 관련이 깊었고, 그들이 물리적으로 소녀의 티를 벗고 성인이 되었을 때에 비로소 자신들이 쌓은 이미지와의 해체를 경험하게 된다.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며 기술의 발전을 통해 팬덤 중심의 음반 시장이 몰락하고 음원 중심의 시장으로 바뀌는 구조적인 변화가 발생한다. 기획사는 더 이상 음반 사업에만 집중할 수 없었고, 각종 콘텐츠 사업 중심으로 영역을 확대해나가야 했다. 10대 중심의 팬덤 마케팅에 주력하지 않고, 2·30대 대중 소비층을 끌어들여야 했기에 기존의 아이돌 이미지도 큰 변화가 필요했다. 여자 아이돌은 멀리서 지켜줘야 할 ‘요정’ 같은 이미지에서 좀 더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이미지 메이킹을 하며 대중성을 잡으려 하였고,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대중성과 충성도 높은 팬덤을 함께 취할 수 있는 전략으로는 비성애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듯한 ‘여동생’ 이미지가 제격이었다.2000년대 중반에 데뷔한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는 이름 그대로 ‘소녀’라는 이미지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면서도, 은근슬쩍 성적욕망의 대상으로서 위치한다. 이 시기에는 새로운 팬덤 문화가 형성되는데, 기존의 10대 팬이 아닌 2·30대 남성 팬이 새롭게 팬덤 문화에 진입하게 된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을 ‘삼촌팬’이라 자처하며, 이 기표를 통해 소녀들에 대한 자신의 애정이 합법적이고 ‘비성애적’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위장한다. 소녀들은 자신의 순수한 소녀성을 전면에 내비치면서도 짧은 치마 등의 의상과 매끈한 다리를 강조한 안무를 통해 성적인 요소를 드러내고, 삼촌팬은 그들에게 성적으로 끌리면서도 소녀에 대한 성적 욕망을 철저히 숨겼다.이러한 삼촌팬 문화의 진짜 문제는 남성들이 여성의 존재를 남성과 대등한 위치가 아닌, 자신이 돌봐줘야 하는 귀엽고 만만한 존재로 인식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자신들의 흔들리는 남성적 위치를 상상으로나마 보상받고 싶어 하는 이들의 퇴행이 드러나는 부분으로, 현실의 성인 여성을 ‘혐오’와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면서도 자신의 말을 잘 듣고 언제나 애교를 부리는 어린 소녀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보상받고 싶어 하는 현시대의 남성과 여성의 성차적 위계를 보여주는 부분이다.3. 소녀 성애적 이미지와 실재에 대한 대중의 욕망성애적 대상의 소녀로서 소비된 여자 아이돌이 그 이미지를 상실하거나 스스로 위반하였을 때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 아이유는 대표적인 대중문화 속 롤리타 코드의 아이콘이다. 2008년 데뷔 당시 실력파 솔로 여가수 이미지를 강조한 첫 번째 앨범이 말 그대로 ‘폭망’ 한 뒤, 2010년 ‘좋은날’을 통해 국민여동생 타이틀을 거머쥐기까지 그녀는 자신의 훌륭한 가창력 뒤에 앳되고 귀여운 외모와 미성숙한 몸매를 드러내었고 슬그머니 가사에 성적인 요소를 집어넣으며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된 소녀 이미지를 내세웠다. 아이유가 은근히 롤리타 코드를 고수해온 건 기획사도 알고 아이유도 알고 대중문화를 자주 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유가 직접적으로 롤리타 코드를 꺼내 들었을 때 대중들이 이토록 분노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유는 데뷔 후 7년간 성적대상의 존재로서 혹독하게 살아남은 자신과 제제를 동일 시 하며 밍기뉴의 입장에서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이제는 ‘스물셋’이나 되었으니 자신을 감싸고 있는 소녀 이미지를 버리고 뮤지션으로서의 주체적인 존재가 되겠다고 나섰지만, 그것은 곧 롤리타와 소아성애라는 명목으로 비춰졌고, 대중은 아이유 사태를 보며 자신들이 그토록 광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성차적 위계’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닌 ‘아동을 보호해야 할 의무’라는 윤리적 명분으로 대체하였다. 항간에서는 롤리타로 성공한 아이유가 그것을 또 다르게 이용하려는 영악함에 거부감을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