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자와 창조자, 그 사이를 넘나들다세계문학기행 “문학의 길을 걷다” 1부: 개미의 천재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그맨 이윤석이 프랑스 파리에 갔다. 그가 그곳에 간 이유는 무엇일까? 파리는 전 세계 베스트셀러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살고 있는 도시이다. 베르나르는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 집 근처 카페의 매일 같은 자리에서 4시간 동안 글을 쓴다. 그런 베르나르를 만나기 위해 이윤석은 파리에 있는 베르나르의 단골 카페에 방문했다. 이런 식으로 베르나르의 팬들은 그의 작업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작가의 단골 카페를 종종 일부러 찾아온다고 한다. 사실 둘의 만남은 약속된 거였다. 2016년 봄, 베르나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20년 넘게 작가의 애독자였던 이윤석은 따로 그와의 자리를 마련했었던 것이다. 이때 이윤석은 베르나르에게 자신을 파리에 초대해달라고 부탁했고, 베르나르는 그 부탁에 흔쾌히 응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둘의 인연은 이윤석이 파리에 방문하고 나서부터 일주일간 지속된다.베르나르의 집에 초대받은 이윤석의 눈에 가장 먼저 띄었던 건 벽에 붙어있는 커다란 개미 모형이었다. 베르나르는 어렸을 적부터 개미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개미만큼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 있을까. 몸마디 하나하나가 경이로운 기계장치이다.”라고 할 만큼 개미에 대한 그의 사랑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그는 책뿐만 아니라 영화도 한 편 제작한 경력이 있다. 시나리오와 감독까지 전부 그가 도맡은 것이다. 영화의 내용은 몽유병을 앓는 여자와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베르나르는 이 영화를 통해 어쩌면 ‘무의식이 지배하고 있는 내가 진짜 나일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심지어 이 영화에는 베르나르가 단역으로 출연한다.) 작가로서의 삶도 바쁠 텐데 영화까지 만드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고 베르나르에게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의 직업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겁니다. 글이나 그림이 될 수도 있고, 영화가 될 수도 있는 거예요. 항상 새로운 삶과 새로운 세계를 만듭니다. 무엇으로 이야기를 하던 그게 저의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모든 예술 활동의 목적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철학을 가진 베르나르의 작품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관점을 갖게 만듦으로써, 사람들이 크게 심호흡하여 쉬어갈 수 있게 한다.프랑스의 작은 마을 ‘반느’에서 각국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책축제가 개최됐다. 그곳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팬 사인회가 열렸다. 여러 작가들 중에서 베르나르의 팬들의 수는 단연 압도적이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베르나르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에 있던 프랑스의 한 독자에게 물었다. “베르나르의 책을 읽으면 여행을 한 기분이에요. 공상과학은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한마디로 시간을 초월한 작가죠.” 시공을 초월한 작가. 그에게 걸맞은 수식어이다.베르나르의 가장 유명한 책 『개미』는 벨로캉이라는 개미 왕국에서 일어난 전쟁을 통해 배신과 음모, 모험 등 인간사회와 닮은 개미의 세계를 그려낸 소설이다. 이 소설은(베르나르의 모든 소설이 그렇듯) 역사적, 과학적 사실과 베르나르의 상상력까지 덧붙여져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허구인지 헷갈리는 게 베르나르 소설의 매력이다. 그의 작품에는 군데마다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의 일부분이 수록되어 있어 그의 소설을 한 편 읽고 나면 머릿속에 여러 지식이 가득 채워지는 것만 같다. 실제로 필자는 그의 소설 덕분에 이런저런 잡지식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베르나르의 개인적 생각도 들어있기 때문에, 백과사전이라고 해서 절대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이 굉장히 독특하고 재밌는 포인트다.) 그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지식은 7년간 과학 잡지 기자로 일하면서 쌓은 것이다. 그는 과학자들과 인맥을 쌓으면서 그들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들을 베르나르는 소설로 풀어낸 것이다.30년 전에 이미 곤충 로봇이 나올 것을 예견(작가는 30년 전 소설 『개미』에서 곤충 로봇에 대해 저술한 바 있다.) 한 그는 어떤 사람일까. 그에게 약점을 묻는다면 “나는 고독한 사람이다.”라고 답한다. 그는 주위에 사람들이 있는 것을 불편해하지만 소설을 쓰기 위해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가족과 함께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작품만을 생각하는 데에 쏟는다. 그래서인지 그는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게 힘들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윤석은 “천재는 원래 고독한 것”이라며 재치 있게 대답했다.그는 매우 바쁜 사람이지만 꼭 빠트리지 않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산책이다. 전기자동차를 애용할 정도로 자연친화적인 그에게 숲은 소설의 영감을 주는 곳이기도 하고, 새로운 시선이 탄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봄으로써 에너지와 영감을 얻고, 명상을 함으로써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개미』라는 위대한 소설을 탄생시켰다. 처음부터 그 소설이 잘 됐던 것은 아니다. 개미가 완성되기까지는 12년이 걸렸으며, 출판사에 6년 동안이나 계속해서 의뢰 했지만 그 누구도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12년 동안이나 쓴 글들이 거절당할 때마다 좌절과 낙담 대신 그저 ‘더 발전해야 할 부분이 있구나.'라고만 생각했다. 출판사에서 책이 별로라고 할 때마다 그는 새로운 버전으로 소설을 고치고 또 고쳤다고 한다. 그에겐 슬프거나 절망적인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수십년 간의 인고의 노력 끝에 지금의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존재하는 것이다.출판사에서 파티가 열렸다. 당연히 주인공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였고, 그의 소설 천만 부 판매를 기념하기 위함이었다. 소설 천만 부 판매는 출판사 계에서 굉장히 큰 이슈였다. 그가 천만 부 판매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독창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SF, 철학, 모험담, 연대기적 요소를 완벽하게 조합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의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보편성’을 깊이 간직했다. 늘 ‘인간의 관점’과 ‘우주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상대적 부분’을 끊임없이 연구하여 이룩해 낸 그의 철학적 사고가 작품 속에 잘 정제되어 포함돼 있었기에, 그는 국경을 넘어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이다.마지막 날, 이윤석이 떠나기 전 베르나르는 그와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이윤석은 베르나르의 아내에게 ‘작가로서의 베르나르’와 ‘남자로서의 베르나르’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물었다. 아내는 그가 작가로서나 남편으로서나 현명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답했다. 또한, 두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정도로 활동적이다고도 했다. 함께 있으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는 그를 아내는 이해했다. 이윤석은 어쩌면 파리에 방문한 가장 근원적인 이유일 수도 있는 마지막 질문인 “베르나르의 창작의 원천, 상상력의 원천은 무엇인지”에 대해 누구보다 베르나르에 관해 잘 알고 있는(베르나르가 아닌) 그의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는 “베르나르는 외로운 사람”이라며, 그가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고, 홀로 있는 동안 많은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상상을 하면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이렇게 축적된 고독감과 상상력이 어른이 돼서도 계속 이어졌기 때문에, ‘10살짜리 어린 아이처럼 천진하면서, 80세 노인처럼 지혜롭고 현명하기도 한 지금의 베르나르가 있는 것’이라고 베르나르의 아내는 그를 대변하여 능숙하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