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타난 ‘티탄들과의 전쟁’과 ‘기가스들과의 전쟁’의 의의201702019 노어과 안수민그리스 문명은 서양학문의 뿌리가 되었으며 대부분의 서양의 학문은 이에 기원하지 않는 학물을 찾기가 어렵다. 이렇듯 그리스 문명은 많은 서양문명의 토대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이를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룩한 유럽 최초의 발전된 형태의 문명으로 평가할 수 있다. 후천적으로 습득된 지식을 중요시하고 호기심이 풍부한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현 세상에 대해 ‘세상은 왜 이러할까?’ 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이런 의문점을 그들 스스로 해결하고 설명하기 위하여 다양한 자연 현상들 위에 당시 고대인들의 생활양식과 사상등을 융합시켜 ‘그리스 신화’를 창조하였다. ‘그리스 신화’는 추후 헬레니즘 시대와 로마 시대를 거쳐 그리스 ‘로마’신화로 발전하였고 수많은 이야기와 희곡이 가미됨으로써 내용이 더욱 풍성해졌다.이 거대한 신화에는 다양한 장르의 스토리들이 기록되어있는데, 그 중 전쟁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현대인들은 전쟁의 원인을 정치, 자원, 종교 즉 서로간 이해관계의 충돌을 가장 큰 원인으로 간주하는데 고대의 전쟁사 또한 오늘날과 다를 바가 없다. 차이점을 찾자면 신화 속 전쟁 이야기 속에는 고대인들의 생각이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쟁 이야기들 중 올림푸스의 신들과 티탄들과의 전쟁을 다룬 ‘티타노마키아(Titanomachia)’와 그리스 신화 전반부의 마무리와도 같은 기가스들과의 전쟁 즉, ‘기간토마키아(Giganthomachia)’의 내용과 의의를 살펴본 뒤 비교해보고자 한다.티타노마키아는 제우스가 이끄는 신족과 이들과 대항하는 티탄들이 세계의 주도권을 놓고 벌어진 전쟁이다. 전쟁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태초의 신이며 천공의 신인 우라노스는 매일 지상을 덮어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와 사랑을 나눴고, 그 결과 티탄족인 아들 여섯과 딸 여섯 그리고 헤카톤케이레스들과 키클롭스들을 낳았다. 그러나 우라노스는 자식들을 두려워하고 미워하여 이들을 가이아의 자궁인 타르타로스에 가두었고 가이아는 자식들을 출산하지 못하는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티탄족의 막내아들인 크로노스는 가이아의 명에 따라 아버지인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거세한 뒤 주신의 자리를 거머쥐고 자신의 남매 티탄인 레아와 혼인한다. 그러나 크로노스는 왕위에 오른 후 자신의 형제들이자 우라노스를 몰아내는데 도움을 준 키클롭스들을 탄압하였으며, 이에 분노한 가이아는 저주를 내려 크로노스를 우라노스와 같은 운명에 처해지게 한다. 겁을 먹은 크로노스는 아내 레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레아가 자식을 낳는 족족 모두 삼켜버렸지만, 레아가 돌덩이를 포대에 쌓아 크로노스에게 건내줌으로써 막내인 제우스는 삼키지 못하였다. 그 결과 제우스는 크레타 섬에서 무사히 성장하게 되었고 크로노스에게 토하는 약을 먹여 자신의 형제들을 구출하며 크로노스와 대항하여 전쟁을 벌이게 된다.제우스 휘하 신족은 올림포스산을 근거지로 하며 크로노스를 중심으로 한 티탄들은 오트류스산에 포진하여 10년 이상을 싸웠으나 승패를 가릴 수 없었다. 두 진영 모두 불사의 존재들이었고 힘도 대등했기 때문이다. 방도를 찾던 제우스는 가이아의 조언에 따라 우라노스에 의해 타르타로스에 갇혀 있던 헤카톤케이레스들과 크로노스에 의해 타르타로스에 갇혀 있던 키클롭스들을 해방시켜 아군으로 삼았다. 또한 티탄 중 일부가 제우스 편에 가담하여 이들에게 힘을 보태줌에 따라 티탄들은 패배하고 세계는 제우스 휘하 신족이 다스리게 된다.이처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올림포스 12신이 태초부터 세계를 다스린 것은 아니다. 이들은 기존의 신인 티탄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패권을 얻었는데, 이것은 기득권세력을 몰아내어 정권을 교체하는데 성공한 신진세력의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이를 미루어 보아 고대 그리스에서도 비슷한 권력을 가진 거대한 세력들이 있었으며, 이들의 치열한 세력 싸움 끝에 정권 교체가 일어났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티탄들을 몰아낸 제우스 휘하 신들이 후에 신화의 주인공으로 자리하게 되는 것으로 보아 고대 그리스인들은 정권을 교체한 신진세력을 기존 기득권세력보다 우호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자주 나타나는 ‘아버지 죽이기’(권력 쟁탈)는 티타노마키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버지인 우라노스와 아들인 크로노스, 다음 세대의 아버지인 크로노스와 아들인 제우스간의 세력 다툼의 결과로 두 경우 모두 아들이 아버지의 자리를 차지한다. 가부장적이었던 고대 그리스 사회의 아버지들은 그들의 아들을 자신의 힘과 자리를 물려주고 자신의 명성을 이어가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신의 후계자이면서도 언제든지 원한다면 자신의 지위를 빼앗으려고 달려들 수 있는 이중적인 존재로 인식했다. 이는 역사적으로 입증된 현상인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근대에는 왕가나 귀족가문에서 현대에는 기업가문에서 아버지와 아들간의 대립구조는 존재해왔고 존재하고 있으며 또 존재할 것이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 기록된 고대인들의 생각은 단지 터무니없는 과거의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에 대입해도 성립한다.기간토마키아는 티타노마키아 전쟁에서 승리한 올림포스 신들과 이들을 몰아내고 세계의 패권을 얻고 싶었던 기가스들이 일으킨 전쟁이다. 티타노마키아에서 승리한 제우스는 신중의 신으로 군림하며 세계의 패권을 얻고 난 뒤 과거 크로노스가 헤카톤케이레스들과 키클롭스들을 타르타로스에 가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과 적으로 싸웠던 티탄들을 타르타로스에 가두고 만다. 이에 분노한 가이아는 기가스들을 부추겨 올림포스 신들과 전쟁을 일으키게 한다. 기가스들은 크로노스가 우라노스를 거세할 때 흘린 우라노스의 피로 가이아가 잉태하여 태어난 종족인데, 이 기가스에 대한 묘사는 시대에 따라 달랐다. 초기의 묘사는 호플리테스 복장을 하고 팔랑크스를 이룬 채로 올림포스 신들과 대치하는 그리스식 전투를 구사하는데 이들이 인간의 모습을 한 신들과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 후에 그려진 도기 그림에선 벌거벗은 모습으로 돌을 쌓는 야만족으로 묘사되다가 최종적으로는 상반신이 거인이고 하반신이 용 혹은 뱀의 모습을 한 괴물로 정착되었다. 이 기가스들은 바위와 떡갈나무를 이용하여 올림포스 신들과 맞서 싸웠는데 그들 역시 대지모신 가이아가 잉태하여 탄생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막강하고 다양한 힘을 지닌 올림포스 신들과 대등하게 싸운다.한편 과거 제우스는 인간 여성이나 님프, 다른 여신들과 관계를 가지면서 명분을 내세웠는데, 기간토마키아에 대비하여 자신의 씨를 최대한 많이 뿌려 영웅을 만들어내야 된다는 것, 즉 자신의 편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 명분이었다. 그 결과로 수많은 인간 영웅이 탄생하는데 헤라클레스도 이 중 한 명이었다. 올림포스 신들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몸에 사자 가죽을 걸친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탁에 따라 제우스는 헤라클레스에게 시련을 줘서 강하게 만들고 죽음을 맞이하게 한 뒤 올림포스로 데려오게 한다. 헤라클레스의 참전으로 올림포스 신들 쪽으로 전세가 기울게 되고, 파죽지세의 기세로 치고나간 올림포스 신들은 결국 기간토마키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다. 티타노마키아와 마찬가지로 기간토마키아에서도 신진세력이 기존 기득권세력들에 도전하여 전쟁이 일어난다. 이 전쟁에서 신진세력으로 볼 수 있는 기가스들은 당시 상황으로 생각해볼 때, 신진세력의 정권교체에 반발하는 세력 혹은 신진세력이 정권을 잡아 아직 정리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틈을 노린 침략자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공통적인 세력다툼에 의한 전쟁에서도 차이점은 존재한다. 티타노마키아는 티탄들과 올림포스 신들이 무려 10년 이상을 싸우다가 올림포스 신들이 헤카톤케이레스들과 키클롭스들과 일부 티탄을 전력에 더하는데 성공하여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는 반면 기간토마키아는 올림포스 신들과 기가스들이 대등한 전력으로 싸우지만 두 번째 전쟁에서 헤라클레스가 올림포스 진영에 참전하여 활약하며 압도적으로 올림포스 신들의 승리로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