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향해 휘어진 도덕201510864 4번 고세영‘세 얼간이’ 라는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적 있다. 인도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는 어리숙한 세 명의 청년들이 자신만의 꿈을 쫓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보게 된 영화 또한 세명의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다른 점이라면 공대생들이 아닌 의대생들을 배경으로 했다는 것이다. 바로 영화 이다.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세 청년들은 ‘21세기의 슈바이처’ 폴 파머, 세계 은행 총재 김용, 인권운동가 오필리아 달 이다. 하버드 의과대학을 다니던 폴 파머는 아이티의 가난한 마을 ‘캉주’로 봉사활동을 가지만 열악한 의료 환경과 시스템으로 인해 제대로 된 결핵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폴 파머는 가난한 사람들 도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신념을 갖고, 아이티에서 만난 인연인 김용, 오필리아 달과 함께 페루, 우간다, 르완다 등의 의료혜택과는 거리가 먼 나라의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결핵, HIV, 암, 에볼라 등의 질환과 고군분투한다. 이들은 더 나아가 자원봉사 의료단체인 Partners In Health(PLH)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항결핵제 가격 인하 운동을 하여 약값의 90% 인하를 이루어내고, 김용이 세계은행의 총재가 된 이후에는 에볼라 치료를 위해 많은 지원금을 보내주는 등 이들의 연대는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이 영화를 보고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렇게 힘들고 고된 의료봉사의 길을 어떻게 선택할 수 있었을까?’였다. 사실 의과대학 학생이라면 대부분이 입학 전에는 의료 봉사의 꿈을 갖고 입학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이 의료봉사는커녕 학업에도 버거워 하는게 현실이다. 이들은 어떻게 학업도 챙기고 의료봉사의 꿈 또한 챙길 수 있었을까? 정말로 의문이다.나는 예과 2학년 여름방학때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었다. 바로 ‘발리 의료선교’였다. 사실 비기독교인으로서 교내 기독교 동아리인 벧엘에 합류해 의료봉사를 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였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기독교인이였고 나는 교회문화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매우 어색하고 모든 것이 낯설었다. 같이 갔던 또래들과도 많이 어색해했고 대화에 쉽게 끼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문제들은 발리 빈민촌에서 환자들을 만났을 때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최선을 다해서 진료에 참여했고 3일간의 의료봉사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 때의 경험을 생각해보면 환자를 봤을 때 느꼈던 ‘측은지심’이 영화의 주인공들을 고되고 험난한 길에서 버틸 수 있게 했던 버팀목이 아니였을까 싶다. 그 때 만났던 환자들은 정말로 의료 혜택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지인 발리 섬의 모습은 사실 섬의 1/3 정도 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2/3은 빈민촌이라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환자는 심각한 뼈 기형으로 인해 평생을 걸어보지 못한 젊은 환자였다. 당시 우리의 인력과 자원으로 그 환자는 치료가 불가능하여 결국 치료는 하지 못 한 채 기도만 하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만약에 더 일찍 의료의 혜택을 받았더라면, 그는 아마 지금 걷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마음에 맴돌았다, 여기서 나는 영화의 주인공들과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바로 ‘측은지심’이다. 맹자가 말하는 측은지심이란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으로 그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하였으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어짊의 극치다.”라고 하였다. 자칫 여기서 말하는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어떻게 보면 남을 업신여기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진실된 착한 마음씨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주인공들도 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빈곤국의 사람들을 보고 안타깝고 불쌍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의료봉사에 바친 것이라고 생각한다.이러한 삶을 살았던 또 다른 인물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의 초대원장이신 성산 장기려 박사님이시다. 돈이 없는 환자들을 위해 병원 뒷문을 몰래 열어주었다는 일화는 누구나 알고 있는, 참된 사랑의 예시이다. 6.25 전쟁 통에 남한으로 내려와, 오로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부귀영화를 마다하고 복음병원을 위해 헌신한 당신의 모습은 오늘날까지 의료인의 모범으로 남아있다.다시 영화의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이 영화의 제목은 벤딩 디 아크(Bending thee arc) 이다. 이는 19세기 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시어도어 파커가 한 말이다. 그는 “도덕적으로 가치 있는 삶은 모두를 위한 정의를 추구하는 삶이라는 뜻이다. 즉, 도덕의 세계라는 큰 궤적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결국 사람들에 의해 그 궤적은 정의를 향해 휘어진다고 확신한다”라고 했는데, 결국 이 말을 생각해보면 그는 “도덕이 곧 정의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시어도어 파커의 이 말은 마킨 루터 킹, 오바마 등의 연설에 인용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이 영화의 제목을 이렇게 지은 것일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가난하든 부유하든 응당 사람이라면 의료의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즉 인류애적 가치를 보여주고자 이런 제목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들이 찬사를 받는 이유는 자신들의 가치관을 실천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말로는 온갖 달콤하고 그럴듯한 발언을 하기 쉽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실천이 뒤따르는 것은 어려운데, 이들은 이를 이루어냈다. 약 30년 간의 노력 끝에 현재 Fitness In Health는 활동가만 1만 7천명에 이르며 심지어 이들의 98%가 현지 출신이라고 한다. 또한 김용 총재의 경우 세계 은행으로부터 아프리카 보건체제 확립을 위한 재정 150억 달러의 유치에 이바지한다.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