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은 190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고, 의학박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비엔나 의과대학 교수이다.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과 아들러의 개인 심리학에 이은 정신 요법 제3학파라 불리는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했다. 그는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이러한 경험은 그의 심리학 이론 발전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 홀로코스트 생존 후에 학문적 경력을 이어가며 29권의 책을 저술했고, 작품은 21개 언어로 번역됐다. 67세에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으며 주요 저서로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원제: Man's Search for Meaninga), 「Psychotherapy and ExistentialismfThe Unconscious of GodsfThe U nheard Cry for Meaning The Doctor and the Souly 등 다수가 있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독후감: 한 여자의 기개가 불러온 나비효과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양귀자, 쓰다)저자1955년 전주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8년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나온 이후, 소설집 『귀머거리 새』 『원미동 사람들』 『슬픔도 힘이 된다』 『지구를 색칠하는 페인트공』 『길모퉁이에서 만난 사람』을, 장편소설 『희망』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천년의 사랑』 『모순』을, 장편동화 『누리야 누리야 뭐하니』와 산문집 『따뜻한 내 집 창 밖에서 누군가 울고 있다』 『삶의 묘약』 『부엌신』 『엄마노릇 마흔일곱 가지』등을 펴냈다. 유주현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21세기문학상을 수상했다.책 소개작가 양귀자의 장편소설. 1992년에 초판이 나오자마자 바로 페미니즘 논란과 함께 화제의 중심에 올랐고 그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86년, 로 80년대 한국사회의 부박한 삶을 축약해서 보여주고, 90년 첫 번째 장편소설 으로 급변하는 시대의 갈등과 모순을 굽이치는 이야기에 담아 묵직한 감동을 안겨줬던 작가가 펴낸 두 번째 장편소설이 이다.젊은 여성이 인기 남자배우를 납치해서 감금하고 조종하는 이 소설은 발간 직후부터 독자와 평단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우선은 지금까지의 양귀자 소설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파격적인 줄거리와 주인공 강민주의 거침없고 대담한 행보는 동시대 이웃들의 고달픈 삶을 연민과 세심함으로 감싸 안았던 양귀자 소설 세계에서는 놀라울 만큼 대단한 변신이었다.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여자의 음성은 자음과 모음을 겨우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퉁퉁 부어있다. 얼굴이 붓고 몸이 붓듯이 목소리도 상처를 입으면 부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이곳에서 알았다.? ―P. 18?나는 배고픔이나 추위, 짜증을 참는 일에는 의외로 약하다. 어머니는 나에게 그런 것은 참을 필요가 없다고 가르쳤다. 자식의 몫까지 당신이 충분히 참았다는 논리로.?―P. 27평생 자신의 외모를 가꾸며 살아가도록 태어나지 않고 평생 자신의 두뇌를 의지하며 살도록 태어난 것을 나는 하늘에 감사한다.?―P. 36하지만 그것들을 누릴 자격이나 안목이 있다면 삶을 보다 편안하게 사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적당한 돈을 지급하고 대신 안락함을 얻는 일에 너무 인색하지 말 것. 그렇게 얻어지는 평화가 창조에 기여할 수 있다면 물질을 아끼지 말 것.―P. 49나는 어떤 일이든 강한 집념을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한번 마음먹은 일이라면 그것으로 파국을 맞을망정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그런 성격은 의외로 드물다.모두 다음에 닥칠 기회를 행여 놓칠까 전전긍긍하며 망설인다. 매사에 흐리터분하고, 간단한 일조차 결단을 못 내리고, 늘 주저주저하며 뒤를 돌아보는 소심한 기회주의자들이 나는 싫다. 그 우유부단함을 보고 있자면 그들과 같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부끄러워 견디기 힘들 지경이다.?―P. 50외로움이나 그리움 같은 감정은 습지대의 늪처럼, 썰물 때의 갯벌처럼, 한번 발을 넣으면 좀처럼 빼내기 어려운 것이다. ―P. 64그러나, 아니다. 나는 자신이 아는 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다.사람들은 이처럼 아주 많은 경우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그것을 진실이라고 여기며 산다. 북극의 유빙이 그렇듯 숨겨진 힘은 드러난 것보다 강하다.―P. 68그 누구도 어떤 다른 사람을 지도할 수 없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방식대로 살뿐이다. 선각자는 있어도 지도자는 없는 것이다.자신을 내던져 새로운 것을 깨우치는 일은 존중받을 수 있으나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은 채 남을 지도하려 드는 일은 조롱받아 마땅하다.?―P. 86외줄 타기의 곡예사가 외줄과 대결하듯이 인간도 삶의 외줄과 대결한다. 이 대결에서도 절망은 버려야 할 대상이다. 대결자들은 멀리는 보지만 굴러 떨어질 나락을 보아서는 절대 안 된다.이미 대결은 시작되었고, 남은 것은 이기는 일뿐이다. 다른 것은 없다. ―P. 98그러나 나는 박 여사와는 생각이 다르다. 남자가, 이미 검은 발톱을 드러낸 남자가 ‘뜻밖에 회개하는 경우는 결코 많지 않다. 아니, 절대 없다. 만약 있다면 그것은 남자가 모든 것을 잃었을 때다.모든 것을 다 잃고 나면 가증스럽게도 다시 여자 마음을 얻어 기대보려는 것이 남자들이란 족속이다.검은 발톱은 부러진 것이지 사라진 것이 아니다. 게다가 발톱은 다시 자란다.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특히 남자는 여자에 대해 반성할 줄 모른다. 알고 있더라도 실천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것이 남자다. ―P. 109나는 내 기억의 저장 창고를 아주 철저하게 관리하는 사람이니까. 사람이 평생을 살며 저장해야 할 기억은 무수히 많은 법이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그것을 선별하고 취사선택해서 회상의 목록을 만든다. 나의 무의식은 이런 일에 아주 까다롭다. 즐겁고 아릿한 것만 추억하고 살기에도 짧은 삶이 아니던가 ―P. 113한 번도 깨져 보지 않아 굳은살이 배기지 않은 삶은 정상적인 삶의 행로라고 볼 수 없다. 그런 삶은 가짜다. 역사가 없는 것이다. ―P. 144나는 이 일을 도모하면서 한 번도 실패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나는 늘 그랬다. 나는 모든 일에 실패를 겁내지 않는다.실패할 일은 하지도 않지만, 일단 시작한 일에도 실패 따윈 없었다. 나는 인간이란 이름의 텍스트로 살아가는 운명이 아니다. 나는 아주 일찍 그것을 거부했다. 단호하게, 또한 확실하게.?―P. 146아무도 하지 않은 말, 아무나 할 수 없는 말, 나는 그런 미지의 언어를 원한다.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이 세상에 새로움이란 없다‘는 식의 단언이다.나는 낡은 생각, 낡은 언어, 낡은 사랑을 혐오한다. 나의 출발점은 그 낡음을 뒤집은 자리에 있다. 장애물이 나와도 나는 그것을 뒤집어 버린다.세상은 나의 운동장이다. 절대 그늘에 앉아 시간이나 갉아먹으며 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다. ―P. 155비극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우리 모두가 주인공인 비극 말이다.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에 맞춰, 비극을 상연하는 무대의 커튼은 스르르 위로 말려 올라간다. 죽음만이 그 커튼을 다시 내릴 수 있는 지겨운 공연. 앙코르도 받을 수 없는 단 한 번의공연.할 수 있는 일은 이 비극이 황홀해지도록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 사람마다 가치가 다르듯이 황홀함에 대한 척도도 물론 다르다. 모두 자기 방식대로 내용을 완성하고 자기주장대로 형식을 이끌어간다. 평가는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하지만, 평가는 신이 내린다 해도 절정을 느끼는 것은 삶의 주인공인 바로 우리다. 황홀함은 다른 모든 것은 다 절대자가 관장한다 하더라도, 그 감정만은 우리가 소유한다. 인간이 움켜쥘 수 있는 유일한 것. 그래서 모든 비극은 황홀감을 지향한다. ―P. 211비록 적군이라 해도 가끔은 동지가 되기도 하는 것이 삶이란 이름의 연극이므로.―P. 262영혼을 찍는 카메라가 있다면, 짓눌리고 억압받는 정신을 촬영하고 인화할 수 있는 과학이 있다면, 렌즈를 들이대고 분명히 찍어두어야 할 여성의 깊은 상흔은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어디에서 어디까지를 찍어야 상처의 증거가 되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억압은 교묘하고 복합적이다. 이런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일상적으로 이해되고, 그리하여 일상의 하나로 무심히 잊히는 사회는 진정 옳지 않다.?―P. 357
『소마』 독후감: 인생이란 여정에서 마침내 알게 되는 것은소마(채사장, whale books)저자2014년 겨울에 출간한 첫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밀리언셀러에 오르며 2015년 국내 저자 1위를 기록했다. 차기작으로 현실 인문학을 다룬 《시민의 교양》과 성장의 인문학을 다룬 《열한 계단》, 관계의 인문학을 다룬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까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200만 명이 넘는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책과 동명의 팟캐스트 은 장기간 팟캐스트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정치 내용 판도의 팟캐스트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2015년 아이튠즈 팟캐스트 1위를 기록, 현재까지 누적 다운로드 2억 건을 넘어서며, 방송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지적 대화를 목말라 하는 청취자들의 끝없는 지지를 받는 중이다. 성균관대학에서 공부했으며 학창시절 내내 하루 한 권의 책을 읽을 정도로 지독하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문학과 철학, 종교부터 서양미술과 현대물리학을 거쳐 역사, 사회, 경제에 이르는 다양한 지적 편력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사회생활을 하며 얻은 경험들은 오늘 그가 책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지적 대화를 통해 기쁨을 느끼고, 주변 사람들과 넓고 얕은 지식의 공통분모로 대화하고자 이 책을 썼다. 모두가 자신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타인과 대화하는 즐거움을 찾기를 바란다.현재는 글쓰기와 강연 등을 통해 많은 사람과 만나며 삶과 분리되지 않은 인문학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책 소개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딱딱한 지식을 천일야화처럼 펼쳐냈던 작가 채사장의 첫 장편소설. 소설 『소마』는 아버지를 지켜보는 한 소년의 시선에서 출발한다. 아버지는 마을을 향해 활을 쏘고 소년 소마에게 화살을 찾아오라 말한다. 영문을 모르지만 무작정 화살을 찾아 떠난 소마의 앞에는 신비한 만남과 죽음이, 망각과 소생이 기다리고 있다. 인류 역사의 주요 사상들이 깃든 공간적 배경 속에서 한 인간의 기막힌 여정이 시작된다. 이 여정 안에서 소마는 세상의 모든 것을 가졌다가 모든 것을 하나씩 잃어간다. 과연 가장 마지막에 소마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채사장 작가는 이 질문 속에 놀라운 삶의 진실을 숨겨두었다.아들을 떠나보내는 아버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여인, 잘못된 신념과 정의로 살아가는 무리, 오해로 시작된 집착에 일생을 탕진하는 남자, 욕심에 죽음을 앞당기는 세력들, 생에 대한 복수로 괴물이 된 남자, 세상을 호령하고도 방치된 노인 등등…. 소년 소마가 노인 소마가 되기까지 한 평생 만나는 인물들은 실로 다양하다. 그들의 욕망이 씨실과 날실로 장대하게 빚어내는 이야기의 기저에는 인간의 모든 희노애락이 서슬 퍼렇게 깔려 있다. 그래서 독자들의 마음을 마구 뒤흔든다.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시간은 허상과 같아 영원은 순간으로 수렴하고, 순간 안에 영원이 농축되었다. 농축된 시간 한 방울이 존재의 입에서 뱉어져 나왔다. 길고 긴 공간을 낙하하여 그것이 소마의 입 속으로 떨어졌다.?― p. 52시간은 허상과 같아 영원은 순간으로 수렴하고, 순간 안에 영원이 농축되었다. 농축된 시간 한 방울이 존재의 입에서 뱉어져 나왔다. 길고 긴 공간을 낙하하여 그것이 소마의 입 속으로 떨어졌다.?― p. 227급할 건 없었다. 충분히 머뭇거려도 된다는 걸 그는 알 수 있었다. ― p. 269멀리 지평선을 넘어가는 태양이 광활한 하늘과 대지 위로 아낌없이 노을을 흩뿌리고 있었다. 그 빛의 한 조각은 한껏 구부리고 앉은 소마의 어깨에도 손을 올리듯 살며시 닿았다. 시간이 흘러 어깨에 머물던 빛도 사그라지고 주위가 온전히 어둠에 가라앉을 때까지 그는 그 모습 그대로 그렇게 앉아 있었다.?― p. 299영웅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났어야 한다. 영웅은 영웅으로 죽고 이야기는 박제된 이야기로 남았어야 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삶과는 다르고 삶은 지리하게 이어진다. 이유도 의미도 없고, 목적도 방향도 없는 넘치도록 당혹스러운 삶의 잉여를 바라보며, 길을 잃은 자들은 주변을 배회할 뿐이었다. 어떤 이들은 눈에 띄는 아무것이나 움켜쥐고는 그것이 마치 길이라도 되는 양 애써 안심했으나, 그것은 그저 덫에 걸린 짐승이 죽음의 때를 기다리며 겨우 상처나 핥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하지만 다행인 것은 어리숙한 영혼이 이것을 알든 알지 못하든 그것과는 무관하게 세상의 이야기가 끝난 자리에서 비로소자아의 빛나는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 p.302깊은 미안함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모든 이가 그러하듯 그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 p. 367˝잘 다듬어진 화살은 궤적 위에서 방향을 틀지 않는다. 올곧은 여행자는 자신의 여정 중에 길을 바꾸지 않는다. 소마는 잘 다듬어진 화살이고 올곧은 여행자다. 누구나 삶의 여정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는 본래 자신의 길을 찾게 되지. 그러니 걱정의 시간도 후회의 시간도 너무 길어질 필요는 없다. 화살이 아니라 화살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를 담대하게 하고, 너를 어른으로 만든다.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p. 379책을 읽고 나서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저자의 전작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상식이라 일컬을 수 있는 대부분의 영역을 명료하고도 깔끔하게 설명해나가는 그의 ‘소설’은 어떤 모습일지, 또 어떤 내용일지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그의 문학 문체가 궁금했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독후감: 따뜻한 달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별은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심채경, 문학동네)저자천문학자. 행성과학자.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우주탐사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과정을 모두 마치고 박사후연구원, 학술연구교수로 신분을 바꿔가며 20여 년간 목성과 토성과 혜성과 타이탄과 성간과 탈과 수성을 누볐다. 현재는 한국천문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2019년 『네이처』가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과학자로 지목했다. 언제 회신될지 모를 신호를 우주에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는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과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 자연 그리고 우주를 동경한다.책 소개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무언가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천문학적’이라는 표현을 쓴다. 아름다운 무언가에 대해서는 ‘별처럼 빛난다’고 말하고, 무언가 간절히 원할 때면 별자리로 운을 점치며 ‘우주의 기운’이 함께하길 빌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천문학자에게 천문학이란, 달과 별과 우주란 어떤 의미일까. 할리우드 영화 속 과학자들의 ‘액션’은 스릴이 넘치고 미항공우주국과 일론 머스크의 우주 탐사 일지는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그런 뉴스들이 오히려 천문학을 딴 세상의 이야기로 치부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속 천문학자 심채경이 보여주는 천문학의 세계는 그러한 스펙터클과는 거리가 멀다. 빛과 어둠과 우주의 비밀을 궁금해하는 천문학자도 누구나처럼 골치 아픈 현실의 숙제들을 그날그날 해결해야 한다. 다만 그 비밀을 풀기 위해 ‘과학적으로’ 골몰할 뿐이다. ‘지구는 돌고 시간은 흐른다’는 우주적이고도 일상적인 진리 안에서 살아가는 천문학자의 이야기는 그러하기에 더욱 새롭고 아름답다.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_「프롤로그」에서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대신 헤어질 무렵, 친구는 내가 천문학자가 되어서 좋다고 했다. 나는 그 친구가 무엇이어도 좋았지만, 열정적이고 무해하고 아름다운 화가라는 점이 특별히 마음에 들었다. 숨 막히게 아름다웠던 잡지 속 우주로부터 한 사람은 아름다움을 향해, 한 사람은 우주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 p. 30의식하지 못하는 새, 빠른 밀물이 나를 이곳에 옮겨놓았다. 해변을 걷다보니 어느새 물속에서 노닐고 있었는데, 이제 물 밖으로 나가면 바람이 분다. 젖은 옷이 마를 때까지 나는 이를 딱딱 부딪으며 오들오들 떨어야 한다. 몸을 쑤욱 내밀기 전에 크게 숨을 들이켠다. 아직 나가지 못했다. 한 번 더 크게 숨을 쉰다. 아직도 나가지 못했다.해변 저기 멀리에 내가 오래전 떠나왔던 돗자리가 보인다. 떠나올 땐 운동장처럼 돗자리가 이젠 손바닥만 해 보인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나는 이제 맨발로 걸어야 한다. 발밑이 고운 모래사장이든 거친 현무암이든 가도 가도 끝없는 개펄이든 간에.육지는 꼭 바다처럼 넓어서,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종잡을 수 없다. 기러기가 창공을 가로지르다 내 어깨에 물똥을 지린다. 아, 여기가 이제 내 집이구나, 하며 햇빛을 피해 눈을 살짝 찌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나를 상상한다. 떠날 준비를 한다. 어디로 가든, 그동안 참 잘했어, 하고 나 자신을 격려한다. 안녕, 이라고. 1000만분의 1 데시벨로 말해본다. ― p. 64떠난 이들은 남지 못한 게 아니라 남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고, 남은 이들은 떠나지 못한 게 아니라 떠나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제는 안다. 어느 쪽을 선택했든 묵묵히 그 길을 걸으면 된다는 것을. 파도에 이겨도 보고 져도 보는 경험이 나를 노련한 뱃사람으로 만들어주리라는 것을. ― p. 66다시 새로움을 향해 떠나야 할 때,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느낄 때, 나는 과거의 나를 찾아간다. 과거의 나는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토닥여주고, 쓰다듬어주고, 따뜻한 밥 한술 먹인 뒤 과감히 등 떠밀어 다시 세상으로 돌려보내준다. 여러 길로 갈라진 평행우주 속 용감히 떠난 나와 용감히 남은 나, 모두를 찬양한다. 그렇게 또 한발 내딛는 연습을 한다. ― p. 67동시에 나는 대학을 싫어한다. 오늘날 대학이 수행하고 있는 기능이란 어리둥절한 채 성인이 되어버렸으나 실상은 유예된 청소년에 지나지 않는 이들의 귀중한 스무 살 생명표를 꼭 쥐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해 태어난 국민 중 팔 할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사회. 학생들은 대학에 학문을 배우러 오지 않는다. 초등학교 다음 중학교에 갔고, 중학교 다음 고등학교에 간 것과 같이 고등학교를 마쳤으니 대학에 진학할 뿐이다. 차이가 있다면 과거의 학비보다 열 배는 비싼 등록금이요, 모두가 입어야 하는 교복 대신 모두가 가져야 하는 스펙을 등에 업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의 젊음은 싸구려 술과 술값보다 비싼 커피와 크고 작은 성추행과 미필자조차 향유하는 선배들의 군대식 갑질, 전공과목 들을 시간을 뺏는 교양 강의와 대학생다운 교양을 쌓을 틈을 주지 않는 전공 강의, 토익 시험과 한국사 시험과 각종 컴퓨터 자격증과 크고 작은 기업의 공모전과 인턴 경력에 소모된다. 과제로 수많은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제대로 된 글쓰기를 연습할 기회는 별로 없다. 다신 비문으로 A4용지 다섯 장을 채워내는 끈기, 남의 것을 베끼되 표절 여부를 자동으로 검사하는 프로그램에 걸리지 않게 몇몇 표현을 바꿔치기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 비용과 시간과 어처구니없는 문화와 그 젊음은 대체 무엇을 위한 제물인가. ― p. 116공부라는 걸 조금 더 깊이 해보고 싶은 사람, 배움의 기쁨과 앎의 괴로움을 젊음의 한 조각과 기꺼이 맞바꿀 의향이 있는 사람만이 대학에서 그런 시간을 보내며 시간과 비용을 치러야 한다. ― p. 119대신 깨달은 건 있었어요. 연습이 부족해서 생긴 빈틈은 그 원리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것으로 메꿀 수 있다는 것. 괴로울 때는 ‘왜 그때 더 잘하지 못했을까’하고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게 되지만, 그땐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삶의 다른 면을 돌보고 있었잖아요. ― p. 149-150지금 눈앞에 보이는 사실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것만이 언제나 어디서나 진실이다. ― p. 240보이저는 창백한 푸른 점을 잠시 응시한 뒤, 다시 원래대로 기수를 돌렸다. 더 멀리, 통신도 닿지 않고 누구의 지령도 받지 않는 곳으로. 보이저는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전진할 것이다. 지구에서부터 가지고 간 연료는 바닥났다. 태양의 중력은 점차 가벼워지고, 그 빛조차도 너무 희미하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 p. 343인생에도 ‘문제은행’이 있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태어난 이래 단 한 번도 삶은 뻔한 적이 없었다. ― p. 406밤도 흐르는데, 계절도 흐르겠지. 나도 이렇게 매순간 살아 움직이며, 인생을 따라 한없이 흘러가겠지. 내가 잠시 멈칫하는 사이에도 밤은 흐르고 계절은 지나간다. 견디기 힘든 삶의 파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에는 물 아래 납작 엎드려 버티고 버텼던 내 몸을 달래며, 적도의 해변에 앉아 커피 한잔 놓고 눈멀도록 바다만 바라보고 싶다. 한낮의 열기가 다 사위고 나면, 여름밤의 돌고래가 내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우리는 아주 빠르게 나아가는 중이라고. 잠시 멈췄대도, 다 괜찮다고. ― p. 467
『번역: 황석희』 독후감: ‘자막’이란 집에 거주하는 그의 이야기번역: 황석희 (황석희, 달)저자18년째 머릿속에 ‘번역’만 넣고 살다보니 일상이 다 번역이다.영화 대사도, 타인의 말도 잘 번역하고 더 깊이 이해하는 썩 괜찮은 번역가가 되고 싶다. 운이 따른다면 그렇게 번역한 소소한 일상들을 독자들과 자주 나누고 싶다.. . 등 영화를 주로 번역하고 . . 처럼 뮤지컬, 연극, 책도 번역하는 잡식성 번역가다.책 소개우리 삶에서 ‘번역’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곳이 있다. 바로 영화관이다. 도서에도 번역은 존재하지만, 표기는 대체로 ‘옮김’이고 저자 이름의 옆 또는 하단에 적혀 있어 부러 찾아야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만나는 ‘번역’ 글자는 엔딩크레디트 중에서도 맨 마지막, 그것도 크레디트와 다른 위치에 대체로 큰 글자로 튀어나온다. 우리가 찾지 않아도 저절로 눈앞에 나타나는 거다. 물론 상영관 불이 켜질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면 말이다.스크린 속 ‘번역’이란 글자 옆에 자연스럽게 떠올릴 이름 석 자가 있다면 ‘황석희’일 것이다. 그 이름이 뜨는 순간 좌석 곳곳에서 “역시 황석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번역가로서 잘 알려진 황석희가 이번엔 ‘작가 황석희’로, 관객이 아닌 독자를 찾아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구인 ‘번역 황석희’라는 제목의 책으로.『번역: 황석희』는 저자가 일과 일상에서 느낀 단상을 ‘자막 없이’ 편안하게 풀어쓴 에세이다. 한 줄에 열두 자라는 자막의 물리적 한계와 정역(定譯)해야 한다는 표현의 제한에서 벗어나 저자는 스크린 밖에서 마음껏 키보드를 두드렸고, 그 자유로운 글들은 SNS에도 올라왔던 몇몇 게시물들과 더불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데드풀〉 〈스파이더맨〉 〈파친코〉 등 다양한 작품에서 느꼈던 직업인으로서의 희노애락, 업계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언중에 대한 생각과 내밀한 속마음까지. 그는 번역가답게 자기 앞의 일상을 누구나 받아들이기 쉬운 언어로 번역해냈다. 언어학도 번역학도 아닌 이 책의 제목이 『번역: 황석희』로 붙여진 이유 중 하나다.저자가 해석한 일상은 우리 곁에도 존재한다. 그러니 그의 번역본을 보면 각자가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번역하며 살아왔는지, 오역과 의역이 남발하는 이 일상 번역이 서로 얼마나 닮아 있고 다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익숙한 일상을 새로이 번역할 낯선 시선을 하나 얻어갈 것이다.영화 번역은 혼잣말이나 대화, 즉 사람의 말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작업에 가깝다. 대본에 적혀 있는 대사는 사람의 입으로 내뱉어지는 순간, 뉘앙스라는 옷을 두르고 새로운 의미를 품기 때문에 번역을 단순 해석이라 말하기엔 부족하다. 저자의 말처럼 번역은 발화자의 표정과 동작, 목소리 톤을 살펴 “뉘앙스의 냄새를 판별”하는 작업이라 봐야하지 않을까.그런데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대뜸 “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라고 말한다. 번역을 언어 사이의 것으로만 보지 않고 모든 표의와 상징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해보면 우리 삶은 번역이 필요한 순간으로 가득하다는 뜻이다.퇴근 시간이 다가올 무렵, 연인에게서 받은 ‘끝나면 잠깐 보자’라는 문자는 둘 사이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문장들로 번역할 수 있다. 상사가 눈살을 찌푸리는 순간이 점심시간이 아니라 회의시간이라면 발표자는 긴장하게 된다. 다만, 일상 번역에 정답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연인은 그저 심심했을 수 있고 상사는 그날따라 눈이 뻑뻑했을 수 있다.우리는 서로 모든 것을 다 설명하지 않기에 대화에는 항상 ‘빈칸’이 존재한다. 그 틈을 허투루 알거나 무시해버리면 오해와 자의적 해석이라는 형태로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세심히 관찰하고 짐작하며 조심조심 다음 ‘대사’를 말할 수밖에 없다. 기실 말은 원래 그리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저자는 캐릭터들의 대사를 약 100만 개 가까이 번역하며, 그간 쌓은 노련함을 자신의 현실에 대입한다. 언제든 “마지막일지 모르니까” 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언어를 무기처럼 구체화하여 사용”하는 “후진 사람”이 되지 말고, “있어 보이는 척” 타인의 노력을 꺾지 말고, 오지랖 같은 “어긋난 호의”를 보이지 말자고. 아직도 번역이 어렵다 말하는 저자지만, 그의 섬세한 작업은 우리의 일상을 배려있게 번역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을 준다.그럼에도 오역하게 된다면 어쩔까. 그럴 땐 상대에게 정중히 되물으면 그만이다. 감독이나 작가가 이역만리에 있는 영화 번역가와 달리 우리는 다행히도 그 진의를 설명해줄 상대방이 (대개는) 눈앞에 있다. 다시금 뉘앙스의 힌트를 구하고 실수했다면 정정하면 된다. 여러 갈래로 읽을 수 있어 헷갈리겠지만 그 갈림길에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즐거움이 숨어 있다. “일상의 번역은 오역이면 오역, 의역이면 의역 그 나름의 재미가 있”으니까.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거든요. 상대의 말은 물론, 표정과 기분을 읽어내 각자의 언어로 이해하는 것도 번역이고 콧속에 들어온 차끈한 아침 공기로 겨울이 오고 있음을 깨닫는 것도 일종의 번역이죠. 그 과정에서 때론 오역을 하기도 하고 과한 의역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반드시 정역해야 하는 제 일과 달리 일상의 번역은 오역이면 오역, 의역이면 의역 그 나름의 재미가 있죠. --- p. 13-14요즘 젊은 세대가 버릇없고 무례하다고들 하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사실 나이가 적으나 많으나 하는 짓은 비슷하다. (중략) 그리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요즘 사람은 무례한 게 아니라 과민해서 무례해진다. 그게 어떤 자극이든 조금이라도 자신의 심기에 거슬리는 자극이면 그냥 넘어가질 못한다. 반드시 시비를 걸어 싸우거나, 싸우는 게 피곤할 때라도 기어코 비아냥 또는 빈정대기라도 하고 지나가야 속이 편해진다. --- p. 133살아온 방식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고, 개성도 다르고, 환경도 다른데 그들은 대개 악담인지 조언인지 알 수 없는 상투적인 말들을 한다. (중략) 오지랖은 자신의 알량한 경험이 세상 전부인 것처럼 여기는 사람이 보내는 어긋난 호의다. (중략) 실험중에는 대조군 사이에 단 하나의 변수만 있어도 결과가 달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당신과 나 사이엔 적게 잡아도 봄철 황사 먼지 수보다 더 많은 차이점이 있다. 그 많은 차이점을 무시하고 모두가 당신과 같은 경험을 하리라 단정하는 건 오만이다. --- p. 210-212살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당신과의 마지막날이 있다. 다만 그게 언제일지는 모른다. 그래서라도 소중한 사람에겐 물론이고 아무리 싫은 사람이라도 마지막 인사는 무던히 하는 게 좋다. --- p. 282모든 죽음은 산 자에게 여러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산 자는 그중 하나도 제대로 답할 수 없다. 그저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게 죽음이 주는 유산이 아닐까. --- p. 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