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에 대한 신화적 분석작년에 개봉한 디즈니의 ‘겨울왕국 2’는 전작인 ‘겨울왕국’에 이어 다시 한 번 성공적인 흥행 기록을 세웠다. 사실 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긴 하나 개인적으로 디즈니의 후속작들은 전작에 비해 못한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번 후속작의 경우 꽤 만족하면서 영화관을 나왔던 기억이 있다. 사실 사건의 개연성 부분에서는 설명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 약간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보다도 더 아름다운 뛰어난 영상미를 감상 할 수 있었고, 더욱 극대화된 ‘엘사’의 신화적 캐릭터와 ‘안나’라는 전형적인 동화적 캐릭터가 만나 만들어낸 스토리도 인상적이었다. 엘사는 마법 능력을 가진 것에 반해 안나는 평범한 인물이지만 이 둘이 함께 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해피엔딩을 맞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에 안나의 결정적 선택으로 동화적 인물이던 안나가 신화적 영웅으로 거듭난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이 겨울왕국2의 어떤 부분이 신화와 맞닿아 있는지 좀 더 자세히 분석해보자.이 애니메이션은 스칸디나비아 반도라는 작품 배경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북유럽 신화’와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의 서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 속 ‘노덜드라인’들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쪽에 거주하는 ‘사미족’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다. 이들은 크리스토프처럼 순록 유목을 통해 살아가며 ‘눈의 여왕’의 배경이 되는 ‘라플란드’를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민족이다. 기독교 개종 이후 사미족들은 많은 핍박을 받았으며, 그들의 ‘요이크’와 같은 음악과 그들이 믿던 종교 등은 모두 박탈당했다고 한다. 이는 작품 속에서 과거 아렌델 왕국 국왕(엘사의 할아버지)이 마법의 힘을 경계하여 노덜드라인들을 모두 없애려고 했던 것과 유사하다. ‘요이크’는 영적인 느낌이 나는 높은 요들링 음악으로 작품 속에서 엘사를 이끄는 소리(OST ‘In to the Unkown’의 도입부)와 유사하다. 그리고 이는 아토할란’을 향한 모험의 시발점이 된다. 초반에 엘사는 지금 자신의 안정적인 생활 만족하며 모험으로의 부름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점차 간절해지는 부름, 어렸을 적 어머니가 불러줬던 자장가, 그리고 ‘조언자’ 역할을 하는 트롤의 말에 따라 결국은 모험을 떠난다. 엘사는 다른 사람들은 통과할 수 없는 안개를 뚫음으로써 첫 관문을 통과하였으며 ‘마법의 숲’이라는 특별한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부름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는 정령들의 공격을 받는 등 테스트가 주어지기도 하며 결국 아토할란에 도착한 엘사는 과거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잔혹한 진실은 엘사마저 얼려버리며 위기에 직면하지만 엘사는 마지막 힘을 짜내 안나에게 진실을 전달하였고 안나의 도움으로 과거를 바로잡게 되면서 이를 극복해낸다. 결국 엘사는 5번째 정령이, 안나는 아렌델 왕국 여왕이 되며 평화를 되찾게 된다. 이런 스토리 구성을 통해 크리스토퍼 보글러가 캠벨의 17단계의 영웅의 모험을 정리하여 도식화한 ‘영웅스토리의 12단계’를 대략적으로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엘사의 모험은 신화의 여러 모티프 중 ‘세계축 모티프’를 따르고 있기도 하다. 아렌델 왕국에서 점차 북쪽으로 향하면서 마법의 숲을 지나 아토할란에 이르는 여정은 북유럽 신화 세계관의 중심축인 우주목 ‘이그드라실’을 떠오르게 한다. 먼저 눈의 여왕 엘사가 다스리던 ‘아렌델 왕국’은 지하세계의 얼음의 나라 ‘니플헤임’과 유사하다. 그리고 노덜드라인, 과거 아렌델 군인, 바위거인, 불의 정령, 바람의 정령이 있던 ‘마법의 숲’은 여러 종족들이 사는 ‘미드가르드’와 유사하며, 마법의 숲을 둘러싸고 있던 안개는 니플헤임(얼음의 나라)와 무스펠 헤임(불꽃의 나라)이 만나 생겨난 수중기의 심연 ‘긴눙가가프’를 떠오르게 한다. 마지막으로 엘사가 자신이 정령임을 깨달은 공간인 ‘아토할란’은 신들의 세계인 ‘아스가르드’에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 미드가르드와 아스가르드를 연결하는 무지개 다리 ‘비프로스트’가 있듯이 엘사가 마법의 숲에서 물의 정령을 통해 아토할란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결말에서 주인공 엘사가 아렌델 왕국을 떠나 5번째 정령이 되는 만큼 이 작품에서 ‘정령’은 중요한 존재이다. 사실 정령, 요정과 같은 존재들은 켈트신화적 요소에 더 가깝다. 즉 ‘겨울왕국 2’는 북유럽 신화 뿐 아니라 켈트신화의 영향도 받았다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에서는 불, 물, 바람, 흙, 4종류의 정령들이 등장한다. 먼저 불을 내뿜는 도룡뇽의 모습을 하고 있는 ‘불의 정령(브루니)’과 형체는 없지만 나뭇잎을 날리면서 모습을 드러내는 ‘바람의 정령’이 있다. 이 바람의 정령의 이름은 ‘게일’인데 이는 켈트족을 칭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흙의 정령’으로는 바위 거인들이 나오는데 거인은 북유럽 신화의 이미르, 서리거인, 요툰 등에서 유래하였으며, 말의 모습을 한 ‘녹’이라는 ‘물의 정령’은 켈트신화의 ‘켈피’와 유사하다. 켈피란 스코트랜드의 물의 정령이며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도 있지만 대개는 말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네 정령은 어떤 개념에서 유래되었을까? 바로 엠페도클레스가 주장한 물, 흙, 불, 공기 4가지 요소로 세상이 구성되어있다는 ‘4원소설’이다. 그렇다면 5번째 정령 엘사는 과연 어떤 원소에 해당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것이다. 엘사가 불의 정령을 진압하고 물의 정령을 길들이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엘사가 나머지 정령들을 아우르는, 즉 ‘엘릭시르(elixir)’와 같은 존재임을 예측할 수 있다. 엘릭시르란 모든 원소들을 아우르는 모든 요소의 완전한 본질, 불멸의 본체이자 정화의 극치로 연금술의 최종목적이다. 결국 제 5원소, 엘릭시르와 같은 정령 된 엘사는 여왕이라는 위치를 넘어 여신으로 거듭남으로써 ‘신화’가 된 것이다.‘겨울왕국’에서는 더 이상 디즈니의 전형적인 ‘공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엘사는 매우 주체적인 성격이며 왕자의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다. 게다가 엘사 복장은 더 이상 드레스를 고집하지 않고 활동하기 편한 얇은 옷에 레깅스를 입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안나의 경우 크리스토프와 러브라인이 있기 하지만 이것 또한 이전의 디즈니의 클리셰와는 많이 다르다. 크리스토프는 왕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기존의 디즈니 왕자들과 같은 성격도 아니다. 심지어 격식 있는 옷을 입는 것조차 굉장히 불편해 하는 캐릭터이다. 이 작품은 남녀 간의 사랑보다는 안나와 엘사의 가족애에 더욱 주목하며, 아렌델을 구하기 위한 이 두 주인공들의 주체적인 모험을 통해 ‘여전사’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이미지는 그리스 신화의 전쟁의 여신 아테나,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 여성 전사 아마조네스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마조네스는 활을 잘 쏘기 위해 자신의 오른쪽 가슴을 잘라내는 용맹한 여성들이다. 그동안 수동적인 여성상을 많이 담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이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은 젠더 의식이 높아진 요즘 사회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런 여전사적 이미지는 앞으로도 많은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