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의 의 한자는 흐를 유(流), 줄 선(線), 슬플 애(哀), 상처 상(傷)이다. 직역하면 ‘흐르는 선이 슬퍼 상처를 받았다.’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흐르는 선이 무엇일까? 당시 ‘유선’은 물리학적 유선형 디자인을 갖춘 근대 문물을 넘어 ‘모던’ 그 자체를 표현하는 단어였다. 따라서 유선은 모던한 문물 중에 마치 흐르는 선 같은 물체라고 해석할 수 있다.시의 1연을 보면 시의 대상이 되는 물체의 외양을 묘사하고 있다. 피아노와 연미복을 떠올리게 하는 물체는 왠지 클래식하고 고풍스러우며 예술적인 분위기를 풍길 듯하다. 즉, 시의 대상은 근대 문물 중 가장 예술적이며 흐르는 선 같이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는 소리 매체인 유성기라고 추측할 수 있다. 바이올린, 첼로 등의 서양 악기라고도 추측할 수 있지만 2연에서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있다. 시의 대상을 표현하는 ‘산뜻한 이 신사’를 아스팔트 위에 곤돌라인 듯 몰고 다닌다고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고급 악기인 서양 악기를 당시 길 위에 마구잡이로 몰고 다닌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성기는 가능했다. 1920년대에 일본 축음기 회사인 제비표 조선레코드, 조션 소리반을 비롯해 외국 자본의 레코드 회사가 설립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유성기는 1930년대 들어서 상류층을 시작으로 중산층에게도 빠르게 확산되었다. 유성기의 짝꿍인 SP 판 중 윤심덕의 는 약 13000장 판매되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니 매우 낡은 유성기를 길에서 판매하거나 다른 물품을 파는 가게들이 호객 행위에 썼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마치 오늘날 길거리 매대가 가요 CD를 판매하고 수많은 가게들이 최신 가요 메들리를 크게 틀어놓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산뜻한 이 신사’는 유성기를 의미하며 화자는 길거리 매대의 유성기를 하루 대여해왔다고 볼 수 있다.3연의 “손에 맞는 품이 길이 아조 들었다.‘는 유성기가 꽤 오래되었으며 원 주인이 미리 길을 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술하게 남은 반음 키 하나는 유성기의 바늘을 뜻한다. 바늘이 낡은 것을 허술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유성기가 크기 때문에 손에 품이 맞는다는 부분에 의아함을 가질 수 있으나 품의 정의에는 어떤 일에 드는 힘이나 수고 또는 물건의 성질과 바탕이라는 뜻도 있다. 따라서 여기서 ’손에 맞는 품‘은 유성기를 트는 부분, 바늘이 부착된 부분 등이 유해져 유성기를 돌릴 때 수고가 적게 든다는 것을 뜻한다.4연은 화자가 유성기를 틀어본다. 그리고 유성기의 소리를 철로판에서 벤 소리라고 한다. 철로판은 철도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뜻한다. 줄창 유성기를 다시 틀어보아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무대로 내보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유성기의 소리가 매우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하며 이는 바늘을 비롯해 유성기 자체가 매우 낡아서이다.5연에서 화자는 날씨가 궃은 날에 다시 유성기를 틀어본다. SP 판에 바늘이 함초롬하게 위치해 음악을 연주하고 있지만, 사실 유성기가 낡은 탓에 바늘이 이리저리 떨며 연주된다. 4연에서 말했던 것처럼 여전히 누구에게 들려줄 수 없는 형편없는 소리인 것이다.6연에서는 ’대체 슬퍼하는 때가 언제길래 아장아장 팩팩거리기 위주냐‘라고 화자는 유성기의 소리에 불만을 표한다. 이리저리 떨며 연주되는 유성기가 떽떽거리는 소리만을 낸다고 말이다. 어쩌면 화자는 분위기 있는 슬픈 음악을 듣고 싶었으나 낡은 유성기의 소리가 맘에 들지 않아 슬퍼하는 때가 언제냐고 짜증을 낸 듯싶다.7연에서는 ’허리가 모조리 가느래지도록 슬픈 행렬에 끼어 아조 천연스레 굴든 게 옆으로 솔쳐나자‘라고 했는데, 이는 바늘이 SP 판의 궤도를 읽어 소리를 내는 것을 슬픈 행렬, SP 판에 긁힘 등의 이상이 있어 바늘이 살짝 옆으로 밀려난 것을 표현했다. 이어 8연을 보면 긁힌 SP 판으로 인해 생긴 일이 쓰여있다. 유성기는 춘천 삼백리 벼루ㅅ길을 냅다 뽑고 화자의 표정을 지적하며 나라면 상장을 두른 그런 표정은 그만하겠다 꽥 거린다. 이는 SP 판이 긁혀서 나는 기괴한 소리를 당장이라도 벼랑길에 서 있는 사람이 내는 비명으로 표현한 것이다.9연은 이런 SP 판이 긁힌 부분을 따라 궤도를 돌며 바늘이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것 마냥 약간 솟은 모양에도 계속 연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솟은 그 상태로 연주하는 것이 곧 견디는 것이다.10연에서는 화자가 유성기의 음악을 듣다가 꿈같은 상상에 빠진다. 또는 정말로 꿈을 꾼 것일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화자는 상상 속 음악이 연상시키는 풍경을 헤치며 깨려고 하고 깨어난 뒤에는 진저리를 친다. 비정상적인 유성기의 소리가 좋지 않았던 탓에 악몽을 꾼 듯하다. 악몽을 꾼 것이 분했던 것일까? 화자는 마지막 연에서 유성기를 꾀어내 그 바늘로 유성기를 찌르고 멈추게 한다. 마치 공중에서 나비를 죽이면 훨훨 자유롭게 날던 나비가 단숨에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처럼 유성기가 바늘에 찔려 연주를 멈추고 죽은 것이다.이 시를 처음 봤을 때, 막연하게 슬픔이 느껴졌다. 처음엔 시의 제목에 애상이 들어가는 것을 보아서 그렇게 느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단순히 제목을 넘어 그냥 좋은 연주 소리를 한 번 듣고 싶어 하는 화자가 끝끝내 그것을 이루지 못해 제 손으로 유성기를 망가뜨리는 것이 슬펐던 것이다. 정지용은 일제강점기의 시인으로, 은 일제가 통치 방식을 문화통치에서 민족 말살통치로 바뀔 즈음에 발표되었다. 나는 시의 발표 시기를 보고 유선애상을 문화 통치를 비롯해 일제의 통치에 대한 슬픔과 일제를 파괴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해석했다. 낡은 유성기는 일제의 손아귀에 넘어간 조선을 뜻한다. 당시 일본은 제국주의 국가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고 조선은 쑥대밭이 된 후 일제에 넘어갔으니 낡디낡은 유성기와 SP 판은 조선을 비유하는데 알맞았다. 시에서 유성기는 음악 즉, 문화를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일제가 무단 통치에서 문화 통치로 바꾼 뒤, 조선의 문화는 말살하고 일본의 문화를 조선에 정착시키려는 당대 상황을 표현했다. 화자는 조선의 소리가 듣고 싶어 유성기를 빌렸으나 이미 일제가 손상 시킨 SP 판에서는 달갑지 않은, 듣기도 싫은 일제의 소리가 떽떽거리며 흘러나온다. 조선의 소리를 들으며 슬픔을 느끼고 싶건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화자는 몇 차례 기대하며 유성기를 틀어보지만 기대하는 조선의 소리는 흘러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유성기는 일제의 문화 통치에 넘어가 화자가 지은 상장을 두른 표정을 지적하기까지 한다. 마치 문화 통치 이후, 달콤한 일제의 유혹에 넘어간 조선 관리처럼 말이다. 그러다 일제의 소리를 연주하는 유성기로 인해 악몽을 꾸고 참다못한 화자는 바늘로 유성기를 찌른다. 조선의 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이란 절망, 일제의 소리를 계속 들어야 한다는 분함이 뒤섞여 만들어 낸 결과였다. 실제론 문화 통치로 조선의 문화가 말살되고 일제의 문화가 계속해서 들어오면서 느끼는 감정이었다. 시 발표 당시에 광복이 이루어지진 않았으니 유성기를 바늘로 찌른 것은 시 속에서나마 광복을 이루고 싶은 화자의 염원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