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형법정주의에 관하여1. 죄형법정주의의 의미홍영기(2005)죄형법정주의는 형법상 처벌의 대상이ㄷ 되는 범죄의 목록과 그에 상응하는 형벌의 종류와 정도가, 해당 행위가 있기 이전에 법률로서 확정되어 있을 것을 요청한다. 흔이 이에 대해 nullum crimen, nulla poena sine lege(법률이 없이는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로 쓴다. 단지 반사회적이라거나 법익침해라는 등 처벌 필요성이 문제되는 행위라고 해서 벌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 행위가 법률에 범죄구성요건으로 정해져 있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때에도 임의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어서는 안 되고 반드시 형법전에 규정된 대로 처벌해야 함을 이 원칙은 의미하고 있다.여기서 죄형법정주의와 법치국가원칙이 함께 언급되거나 경우에 따라 동의어로 쓰이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차이가 있다면, 법치국가원칙은 국가가 개입하는 모든 법 분야를 전체적으로 지배하는 원칙이므로, 개별적인 요청들의 범주와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형법은 국가가 개입하여 행위자의 법익을 가장 강력하고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수단이므로, 특히 가장 엄격한 법치국가 원칙의 내용을 갖는다. 따라서 죄형법정주의는 형법적으로 특수하고 엄격하게 이해된 핵심적인 법치국가원칙을 말한다고 할 것이다.이렇듯 죄형법정주의가 법치국가원칙과 관련됨에 따라 자유주의적 법치국가상의 강력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몇 가지 다른 원리들과 더불어 이해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과잉금지의 원리, 적정성의 원리, 보충성의 원리, 실질적 정의의 원리 등과 같은 의미로, 또는 그것을 근거 짓는 원리로 생각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다른 관련 원칙과의 연계성을 배제하고 죄형법정주의만의 본래적 의미를 우선 논증함으로써, ‘왜 범죄와 형벌의 종류와 정도가 법률에 확정되어야 하는가’라는 가장 기초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럼으로써 위의 원칙들과 구별되는 죄형법정주의만의 체계적인 지위가 부여될 수 있을 것이다.2. 죄형법정주의의 에서 권력국가가 형벌권을 정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것에 비하여, 민주주의 체제는 이러한 형벌권을 시민의 대표인 입법자에게 구속되도록 한 것으로부터 비롯되었으므로 민주주의가 곧 죄형법정주의의 뿌리라고 한다. 법치국가원칙을 민주주의원칙에서 도출해내는 하버마스(Habermas)의 견해도 같은 맥락에 속한다. 그에 따르면 이성법체계의 내용적 절대성을 더 이상 신봉할 수 없게 된 이후에, 법의 옳음의 근거는 오로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더해 법의 실질적인 유효성(효력)의 원천 또한 시민들 스스로 동기를 갖는 자발성에 있는 것이므로 이것 역시 민주주의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 두 가지 원리를 통해 법치국가원칙이 근거 지워진다고 한다. 죄형법정주의가 민주주의원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적 정치체제의 발전과 더불어 죄형법정주의가 하나의 분명한 헌법원칙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점이 확인되며, 범죄와 형벌을 형법규정으로써 입법하는 권한이 시민의 대표성에 근거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로부터 죄형법정주의의 의미를 직접 도출하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대한 중요한 오해를 낳기 쉽다. 죄형법정주의의 일차적 의미는, 범죄와 형벌이 ‘시민들 또는 그 대표권한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법률로 확정되어야 한다’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즉, 그 확정의 방식은 죄형법정주의의 의미와 일단 무관하다. 심지어 다중의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통해 부과되는 법률 없는 형벌보다는, 오히려 소수자의 입법과정을 통해 법률로 확정된 내용에 의한 형벌의 부과가 죄형법정주의의 본질에 더욱 부합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죄형법정주의의 구체적 내용들, 즉 개별입법 또는 소급입법 할 수 없다는 것, 또는 법률문언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 등은 민주주의원리로부터 직접도출될 수 없는 내용이다. 이와 같은 관계는, 민주주의원칙에 따를 때 죄형법정주의의 본래의미가 오히려 약화되는 경우를 통해 분공연하게 본건 유지의 물을 사용하여 소유 농지를 경작하여 왔으나 새로 저수지 위에 농지를 구입한 소윶가 재방을 헐어 물을 흘려보냄으로써 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위 소유자는 관습법상의 수리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수리방해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였다.한편 학설에서는 행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관습법을 적용하는 것은 형법의 보장적 기능(행위자 보호)에 비추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입장이지만, 판례는 이 점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3-1-2 위임임법의 제한죄형법정주의에 따르면 형벌법규를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헌법이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하위법령이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헌법 제75조, 95조,제108조), 엄격한 제한 아래 예외적으로 위임입법이 허용된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에 의한 처벌법규의 위임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그 요건과 범위가 보다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법률의 목적과 내용에 따라 위임입법이 허용될 수밖에 없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하위법령에서 규정될 범죄의 구성요건이 당해 위임법률조문 하나만으로는 다소 어렵더라도 다른 법률조항과 법률의 입법취지를 종합적으로 고찰할 때 합리적으로 그 대강이 예측될 수 있는 것이라면 위임의 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따라서 ‘……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수권법률(위임법률)이 구성요건의점에서는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인지 이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형벌의 점에서는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을 전제로’ 위임입법이 허용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위임입법의 일종으로서, 형벌의 전제가 되는 구성요건의 전부 또는 일부 규정을 다른 법률이나 하위법령(명령 또는 고시 등)을 통해 보충해야 하는 형벌법규를 백지형법이라고 부르는다. 헌법재판소는 반국가적 범죄를 반복하여 저지른 자에 대한 법정형의 최고를 사형으로 하도록 규정한 국가보안법 제13조에 대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그 죄에 대한 법정형의 최고를 사형으로 한다’고 규정한 것을, 법정형의 최고가 사형이므로 그 이하의 형벌까지 모두 선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제1항에 규정되어 있는 법정형 외에 사형이 법정형으로 추가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것인지 불명확하다. 즉 법정형이 7년 이하의 징역으로 정하여져 있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제1항 위반죄에 있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특수가증을 할 경우 그 법정형을 ‘사형·무기 또는 1월 이상의 징역’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그 최고형만을 사형으로 하여 ‘사형 또는 7년 이하의 징역’으로 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나아가 더 큰 문제는 어느 쪽으로 해석하든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즉 전자로 해석할 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실질적으로 절대적 부정기형을 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그 자체로 형벌법규의 명확성 요청에 반하고, 후자로 해석할 때는 우리 형벌법규 가운데 사형이 법정형으로 규정되어 있는 범죄는 그 법정형이 보통 ‘사혀으 무기 또는 O년 이상의 징역’이라고 되어 있는데 반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정형의 중간에 공백이 생기게 되어 형벌법규 체계상 용인할 수 없는 법정형의 모순이 나타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고 결정을 내렸다.그러나 소년법 제60조는 소년에 대해 형의 장기와 단기를 정해서 선고하는 소위 상대적 부정기형을 인정하고 있는데, 판례도 이 점에 대해 “소년법 제60조 제1항에서 소년이 법정형 장기 2년 이상의 유기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에 장기(10년 이내)와 단기(5년 이상)를 정하여 부정기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한 것은, 반사회성 있는 소년에 대하여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행함으로써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기하기 위한 소년법의 입법목적(소년법 제1조 참조)을 것이라면 허용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의료인이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행위가 (구)의료법 제21조 제1항의 의료인은 각각 진료기록부·조산기록부 또는 간호기록부를 비치하여 그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소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여야 한다 는 규정에 위반한 것으로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판례는, “교통사고로 입원한 환자에 대하여 진료기록부에 물리치료 횟수 및 약품과 주사투여 횟수를 실제 시행횟수보다 과대 기재하는 등 허위의 진료 기록부를 작성한 행위가 진료기록부를 비치하지 아니하였거나 진료기록부에 그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소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무죄라고 판단한 조치는 옳고”,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판례가 말하는 확장해석이란 지나친 경우, 즉 실정법을 넘어서 법률의 의미를 확장하는 해석에 한하며 실질에 있어서는 유추와 동일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판례가 확장해석을 모두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보기는 어렵다.확장해석과 유추(해석)을 구별하지 않는 듯한 판례의 태도는 축소해석의 경우에 그 취지가 명백히 드러난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262조의 ‘자수’를 ‘범행발각 전에 자수한 경우’로 한정하여 범행이 발각된 후에 자수한 자에 대해 형의 필요적 감면을 적용하지 않은 원심에 대해 대법원 판례는 “형법 제52조나 국가보안법 제16조 제1호에서도 공직선거법 제262조에서와 같이 모두 '범행발각 전'이라는 제한 문언 없이 "자수"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형법 제52조나 국가보안법 제16조 제1호의 "자수"에는 범행이 발각되고 지명수배된 후의 자진출두도 포함되는 것으로 판례가 해석하고 있으므로 이것이 "자수"라는 단어의 관용적 용례라고 할 것인바, 공직선거법 제262조의 ‘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