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이응준, 약혼 - 여린 것들이 저주받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소개

이응준의 단편소설 <약혼>을 읽고 쓴 독후감입니다.
한국 현대소설 작품론이라는 국문과 전공수업시 쓴 것으로, 지정된 단편소설을 읽고 1~2페이지 분량의 독후감을 써 내는 과제였습니다. 성적은 A+를 받았습니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수많은 보석 가운데서도 다이아몬드가 가장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다이아몬드가 가장 단단하기 때문이다. 보석이 비싼 까닭은 물론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그것들이 `아름다우면서 단단하다`는 희소성을 지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단단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파크리트 쥐스킨트의 소설「향수」의 마지막 장면처럼 아름다움을 서로 차지하고자 달려드는 사람들의 욕망에 의해 조각나고 부서져 버렸을 것이다. 단단하지 못하다는 것, 여리다는 것은 결코 이득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여린 것들 앞에 무자비하기 때문이다.
항시 의외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마련인 삶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감히 인생을 장담할 순 없다. 혹여 그러기라도 하면 삶은 자신을 만만히 봤다는 듯 장담한 이의 뒤통수를 후려쳐 버린다.
십수년간 딱풀 사업을 일곱 배 가까이 성장시키고 든든한 아들을 둘이나 둔 탄탄한 사람이라도 이것은 피해갈 수 없어서, 아들이 둘이니 하나가 없어져도 든든하다는 말을 하고 일주일도 못 되어 `나`의 형은 두 아들을 동시에 잃었다. 자신이 일군 삶의 뿌듯함에 겨워 한 장담에 대한 삶의 대답은 이렇듯 의외의 방향에서 온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성공하여 탄탄한 삶의 궤적을 가진 이에게도 이토록 잔인한 세상의 의외성이 여린 자들에게 던져 진다면 어떨까.
`나`의 친구인 민병우. 그는 삶의 의외성에 대한 <자서전>이란 영화―`나`의 형이 아들을 잃은 이야기와 어릴 적 광견병에 걸린 개에 물려 죽어가는 사촌형의 모습 등을 담았다―로 독일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음에도, 헬싱키 외곽의 침엽수립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민병우의 약혼녀였지만 지금은 `나`의 여자가 된 고해원. 육손이인 그녀는 육손을 제거했음에도 환상통에 시달리고 여전히 과거의 고통스런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민병우의 청혼에도 자신의 `육손이 유전자`를 이유로 거절하는 그녀는 병으로 요양 중이던 절에서 민병우와 같은 방법으로 목숨을 끊는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