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엽의 자각 감상문

소개

신여성 김일엽의 자각 감상문
한 장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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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자각>은 상당히 우아한 느낌이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며 자신을 모욕했다는 그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재빨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지한다. 타인에 의한 자각이긴 했지만 그 이후의 상황은 홀로 헤쳐 나갈 마음의 준비를 갖춘다. 뱃속에 아이가 있는 여성 치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나, 한 번 결단을 내린 뒤엔 속전속결이다. 남편에게는 더 이상 냉담할 수 없을 만큼 차분하게 답장을 보내놓고 짐을 싸 친정으로 돌아온다. 뱃속에 있던 아이도 조용히 시댁으로 보낸 뒤, 자신의 앞날을 위해서 보고 싶어도 참겠다는 의지를 다짐한다. 유학 떠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치마저고리로 입을 틀어막아 정신없이 울던 초반의 캐릭터와 너무나 달라서 같은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이다. 아마도 원래 그녀는 이성을 잘 잃지 않고 절제를 잘하는 성격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던 그녀가 결혼을 하고 생전 처음으로 이성에게 받아보는 관심과 손길로 인해 따스함과 안정감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튼튼한 울타리를 쉽게 걷어찰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들은 모두 안정을 좋아한다. <자각>의 주인공이 우아하면서도 강인하다고 평가되는 점은, 자존심이 뭉개지느니 울타리를 박차고 뛰어나오겠다는 강한 의지이다. 아이를 빌미로 재결합을 은근히 원하는 남편에게 이전과 같은 차분하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번엔 오히려 무섭게 화를 내며 ‘열 번 죽어도 구차한 꼴을 보지 않는 성질을 알면서 다시 갈 줄 아는 그대가 생각이 없지 않은가’ 라고 되받는다. 구습에 익숙한 여인이 홀로 이러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신교육? 개인적인 성품? 아마도 불현듯 떠오른 ‘자기애’가 아니었을까. 내가 낳은 아이도 내 결심을 흔들리게 할 수 는 없다고 말하는 냉정함. 한 때 그녀의 전부였던 남편에 대한 한 치의 여유도 없는 태도.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사건의 시작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결심을 해야 하는지 깨달았던 것 같다.

참고자료

· 없음